잡설

    Kurzgesagt: AI 찌꺼기(slop)가 우리 채널을 죽이고 있습니다

    Kurzgesagt의 최근 영상이 LLM 챗봇의 남용으로 인류의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영상입니다. 1980년대 세탁소에서 최신 세탁기를 쓰는 걸 자랑하기 위해 '콤퓨타 세탁'이라는 이름을 붙었던 것처럼 뭐든지 AI, 챗봇, LLM만 붙이면 가치가 무한정 늘어나는 세태에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여서 블로그에도 공유해 보겠습니다.국내에서는 해당 채널이 대한민국을 예시로 선진국의 인구 감소 이야기를 다룬 영상(한국어판)을 만들어 주류 언론까지 언급된 걸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과학 정보 채널에 가깝습니다. 다만 과학의 범위를 넓게 봐서 철학/사회적 문제도 다루다 보니 인류의 인구 문제도 다루게 된 것이겠지요.같은 채널에서 2024년, "인간 혈관 길이는 10만 km"라는 정보..

    여기는 오가닉 글만 올라오는 블로그입니다

    유기농 글쓰기에 대하여팔로하고 있는 블로그에서 LLM의 도움을 받지 않고 쓴 글을 두고 '오가닉(유기농) 글쓰기'라고 부른다는 말을 보고 피식했는데, 텍스트-이미지 모델로 만든 픽셀 뭉치에 반하는 개념으로 '오가닉 그림'이라는 표현을 일부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걸 본 적도 있으니 첫인상처럼 이상한 수식어는 아니구나 싶습니다.읽으시는 분도 별로 없는 블로그입니다만, 제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은 아이디어부터 최종 윤문까지 직접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 LLM 공습은 저 혼자 러다이트 운동을 한다고 뿅 하고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유행이 다 지났다는 메타버스나 NFT니 하는 것도 아직도 꿈틀꿈틀 살아있기도 하고), 1980년대 '콤퓨타' 세탁처럼 'AI' 딱지만 붙이면 2020년대 트렌드를 다 따라잡은 것..

    한 달 안에 사무용 가위를 두 개나 구입한 이야기

    다이소는 예전에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느낌이었지만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성장하며 재조명받고 있지요.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소비자원 인증까지 받은 건전지, 삼성전자 OEM 브랜드가 공급하는 USB 어댑터부터 올리브영보다 매출이 잘 나온다는 화장품, 그럴듯한 옷까지 취급해 사람들이 농담으로 지금 필요한 건 다이소 발 아파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까요.하지만 5천원이 상한이라는 시스템 때문에 품질 편차가 큰 편이어서 보통은 입소문을 탔거나, 이름이 있는 브랜드에서 다이소 대량 공급을 위해 용량 등을 조절해 가격 맞춰주는 제품 위주로 구입하는 편인데요. 오랜만에 겉모양만 보고 구입했다 실패한 사례가 있어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그 주인공은 지난 4월 초 구입한 2천원짜리 사무용 불소 코팅 가위(품번 6..

    무선청소기 먼지통 수난사

    이번 글 주제는 2021년에 구입한 삼성 무선 청소기 이야기입니다. 해당 제품 이전에 사용하던 유선 청소기는 말 그대로 모터가 고장날 때까지 사용한 구형이라 여러 의미로 신세계였는데요.특히 )아직도 잡동사니 서랍에 남아 있는) 교체형 종이 필터 대신 반영구적이라는 플라스틱 먼지 필터는 신기하기까지 했지요. 그런데 이게 사용하다보니 생각만큼 '반영구'적이지 않은 것이, 먼지통 결착 부분이 너무 잘 부서지더군요.지난 달 말 결착 부분이 부서졌는데, 한 번 정도야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겠지만-글감으로 만들었다는 데서 짐작하신 분도 계시겠지만-문제는 이게 세 번째 파손이라는 겁니다. 이번에는 전면 걸쇠 부분이 부러졌습니다만(이미 뒤쪽 결착부에도 실금은 가 있더군요), 이전에는 각각 전면/후면 걸쇠가 파손된 ..

    마크다운과 LLM이 써 주는 글

    개인과 사회의 호오와는 별개로 챗봇으로 상징되는 LLM이 사회 곳곳에 침투하고 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도 예외가 아니어서 요즘은 커뮤니티 글 반응부터 블로그 글까지 LLM에게 써 달라고 한 게 티가 나는 글이 늘어나고 있더군요.한국어 인터넷 글 기준으로 LLM의 첨삭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힌트는 '과도한 이모티콘(이모지) 사용'과 '마크다운 흔적'이라 생각합니다.첫번째의 경우, 전통적으로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짤방'으로 불리는 글과 관계된 삽화나 '~콘'으로 상징되는 정사각형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게 보통인데 보고서처럼 친절하게 소제목이 붙어있고 이를 꾸미기 위해 이모티콘이 들어가 있으면 확률적으로 LLM 첨삭일 가능성이 높겠죠.두번째로 언급한 '마크다운 흔적'은 주로 문장 중간에 뜬금없이 특정 단어가 ..

    아무도 안 읽을 블로그에 글을 쓸 이유는 뭘까?

    이번 달 글감이 없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아이러니하게도 블로그를 죽여버린 원인 중 하나인) 소셜 미디어에서 '아무도 읽지 않을 걸 알면서도 블로그를 운영할 이유는 뭘까?'라는 글을 봐서 소개해 봅니다.글쓴이는 절대 다수의 블로그에 올라간 글은 '행복회로'를 돌리지 않는다면 몇 명밖에 읽지 않을 걸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글을 쓰고 올리는 행위 자체가 도움이 된다고 주장합니다.여러분은 블로그를 오늘의 보이지 않는 독자를 위해 작성하는 게 아닙니다. 그 대상은,미래의 당신: 당신이 쓴 글은 진화하는 사고에 대한 타임머신 역할을 하게 되겠지요.주제에 딱 맞는 한 사람: 언젠가는 누군가 당신의 글을 딱 맞는 순간에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읽는 그 한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겠지요.글쓰기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