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같은 캐릭터(이누야마 아오이) 커미션 두 건을 하나의 글에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2023년 처음(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702_96 작가 의뢰품입니다. 1월 12일 신청해 16일만인 1월 28일에 완성품을 받았습니다. 이번 리퀘스트는 신청서는 비공개였지만 결과물은 공개했는데, 진지하게 무슨 기준으로 공개/비공개를 결정하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지네요.
(제 커미션 세계관에서는 운동에 진심인) 아오이가 신년을 맞아 운동하고 싶다는 친구들을 데려 왔지만 5분만에 질려버린 뒤 대화 삼매경에 빠져 있는 걸 보고 분노하고 있다는 상황 설정입니다. 다음 컷이 있다면 SD 느낌의 개그 연출로 두 사람의 머리에 혹이 튀어나온 채로 '잘못했어~' 같은 자막이 달려 있겠지요.
이 작가분에게는 세 번째로 의뢰한 이누야마 아오이입니다. 이 분께 의뢰할 걸 전제로 구상했는데, 지난 번 가방에 괴력녀 키워드를 추가한 그림이 그럴듯하게 나와서 여 이번에도 관련 코드를 추가해 봤습니다. 상황 설정을 위해 캐릭터가 뒤쪽으로 빠져 있어서 그렇지, 캐릭터만 잘라놓고 보면 제시한 상황을 꽤 꼼꼼하게 표현하셨다는 걸 알 수 있겠더군요.
의상은 모바일 게임 "벽람항로" 5주년 기념 일러스트에 등장한 브레마톤에서 발췌했습니다. 일부러 원본 일러스트까지 찾아 언젠가 써먹어봐겠다고 북마크해 두었는데, 구상 단계에서 신년하면 떠오르는 장소 중 하나인 피트니스 센터를 배경으로 설정하면서 쓸 때가 왔구나 싶었습니다. 여담으로 글을 쓰면서 레퍼런스 원본과 비교해 보니, 상의 색깔을 캐릭터 테마에 맞게 초록 계열로 바꾸셨더군요.
두 번째 작품은 평범한 그림입니다. 이번 그림은 이전 그림과는 반대로 아이디어를 정해놓고 이를 의뢰할 작가를 찾은 케이스입니다. 토끼의 해라는 이유로 바니걸이 머릿속에 맴도는 영향도 있겠지만 올해 첫 커미션 중 하나인 SIG MCX 바니걸 어레인지가 상당히 잘 나온 것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작년에 SIG MCX와 P90을 의뢰한 적이 있던 작가에게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작가는 한동안 리퀘스트를 쉬다 작년 말 어느 시점에 같은 가격으로 리퀘스트를 여셨더군요. 소녀전선 주제도 아니어서 (더 저렴한) 새 작가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커미션 예시 헤더로 제가 의뢰했던 P90 일러스트를 쓴 게 인상깊어 여기에 신청했습니다.
1월 15일에 신청했고 반나절만에 승인되었다는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신청할 때에는 전례로 미루어 기간을 꽉 채워 쓸테니 주 단위로 날씨가 달라지는 올 시즌 겨울도 기억에서 희미해질 경칩 즈음에나 결과물이 나오겠구나, 생각하며 초안을 썼는데 놀랍게도 1주일만인 21일-한국은 설 연휴 시작이었지요-에 완성본이 도착했습니다.
마침 여유가 있었던건지, 의뢰서에 바니걸 어레인지를 고른 데 대해 '올해가 계묘년이어서 고른 의상'이라고 쓴 걸 읽고 마감일에 맞춰 작업하기에는 미안했는지 알 수 없지만, 결과물이 일찍 나오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겠지요.
TMI를 하나 풀자면, 의상을 무슨 색으로 할까 고민하다 의뢰서에 알아서 정해 달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이걸 다양한 색을 모두 시도해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는지(본의 아니게 진상손님이 된 건가 싶기도 한데요) 공개 포스팅에는 두 종류, 의뢰자에게만 제공되는 파일에는 무려 네 가지 바리에이션을 넣었더군요. 물론 디지털 그림에서 레이어 색 바꾸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정성이 중요한 거니까요.
😤💪❤️ pic.twitter.com/lm4aAWgmWE
— Mildly Obsessed (@anxientdayo) January 28, 2023
p.s. 2023년 1월 월간 그림 주제는 모바일 게임 “뉴럴 클라우드“의 드 레이시라는 캐릭터입니다. ”소녀전선”의 SIG MCX와 동일한 작가 디자인 캐릭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