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지난 1주일동안 받은 커미션 두 장을 한 번에 소개할 예정입니다. 첫 번째 커미션은 작가만 보고 충동적으로 던진 커미션입니다. 따로 글을 쓴 적은 없지만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SPAS-12(소녀전선) 팔씨름 그림을 그리신 작가입니다. 지난 9일, 몇 달만에 커미션 열었다는 트윗을 보고 일단 ‘자리 있나요?’ 하고 쪽지로 자리부터 맡아둔 뒤 뭘 보낼지 생각했습니다.
몇 시간 고민한 결과 최근에 유루캠 극장판을 본 영향으로-단평을 따로 올릴지는 모르겠네요-작중에서 등장하는 작업복 차림의 이누야마 아오이로 결정했습니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이 분은 작업 속도가 참 빨라서 9일 저녁에 보낸 안건이 10일 점심 즈음에 완성되었습니다. 픽시브 리퀘스트에서 60일 중 59일을 기다리는 게 일상이고 79일도 기다렸던 사람으로서는 오히려 지나치게 빠른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니까요.
지난 여름에도 비슷한 컨셉의 그림을 의뢰했지만, 당시에는 예고편만을 바탕으로 ‘뭔가 만들면 통나무를 쓰겠지?’라는 추측으로 짠 구도였습니다. 정작 본편에서는 나무를 자르기는 하지만 목재로 뭔가를 만들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지만요.
어제 구입한 Affinity Photo의 첫 용례는 새 배경화면 만들기였습니다. pic.twitter.com/s1aUbSZ3WL
— Paranal (@nagato708) November 11, 2022
이제는 작품을 봤기 때문에, 작중에 등장하는 폐드럼통을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사실 드럼통을 쌀포대처럼 들고 간다는 아이디어는 의뢰서를 쓰면서도 구도가 그럴듯하게 나오려나? 싶었는데 그럴듯하게 잘 얹어져서 놀랐습니다(물론 실제 200L 액체가 들어가는 드럼통은 기름을 채워도 100kg이 넘기 때문에 적절한 도구를 이용해야 합니다).
commission pic.twitter.com/bdrmvSDI2J
— minew🐙🐙🔞(Commission open) (@minew01) November 10, 2022
두 번째 커미션은 위와는 반대로 아이디어는 오랫동안 대기열에 있었지만 해당 아이디어를 의뢰하려고 했던 작가가 본인 사정으로 당분간 커미션을 열 생각이 없다고 해서 아이디어만 붕 뜬 상황이었습니다. 예전부터 말씀드렸듯 적당한 가격에 새 인력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여기에 구구절절 쓸 이야기는 아니지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둘러봐도 대부분 당장 신청할만한 상황은 아니더군요.
결국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지난번에 의뢰하면서 ‘품질은 괜찮지만 가격이...’ 라고 말을 흐렸던 분의 카톡 오픈챗을 열었습니다. 매 번 항상 대기열이 한두 사람은 있었는데 운이 따랐는지 이번에는 대기자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오늘 내로 정리해서 연락드리겠다고 일단 발을 밀어넣은 후 의뢰 내용을 다듬어 11월 8일 입금과 함께 의뢰서를 보냈습니다. 이번 그림은 12일 밤 완성되었으니 5일만이네요.
“지금 옷을 다시 맞추면 일정에 맞출 수 있을까?”
가방이 코스프레 의상(소녀전선의 SIG MCX 기본 의상)을 만들었는데 그 사이 운동으로 성장해 옷 사이즈가 안 맞는다는 컨셉입니다. 운동 이전에 특정 부위 사이즈가 너무 큰 것 아닌가? 하실 수 있습니다만, 의도된 사항입니다. 세상에는 코스프레를 위한 다양한 보조장비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번 그림은 크게 보면 캐릭터 간 옷 바꿔입히기와 '건강한' 가방 컨셉이 합쳐진 결과물입니다. 처음 구상에서는 반신~전신 구도로 성장한 하체도 보여줄 생각이었지만, 단가 때문에 흉상으로 줄이면서 좀 더 간접적인 어필로 바뀌었습니다. 내용을 보내놓고 나서는 어차피 적자 전환된 지 오래인 예산인데 반신으로 설정할 걸 그랬나 싶었지만, 완성본을 보니 드러나 있는 앞팔 근육으로 은근하게 어필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평상시에 작가분이 그리시는 체형도 아닌 니치한 취향을 그려 달라고 하는 고객이어서 “아 이건 좀...”하고 거절하실 수도 있었을텐데 별 말 없이 맞춰주시는 걸 보면 (물론 계약 관계로 받은 그림이긴 하지만) 매 번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전문 용어로 ’반실사‘에 가깝게 그리시기 때문에 호불호가 있을 것 같지만, 관심 있으시다면 작가의 다른 그림을 보시고 커미션 하실 일이 있으면 한 번 문의해 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개인 간 의뢰에서만 등장하는 Apple Pencil의 능력을 낭비하는 스케치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결과물과 비교해보시면 ‘이게 되네?‘ 싶으시겠지요. 처음에는 좌우를 반대로 그려서 좌우 반전을 해 보내려다 다시 그렸다는 소소한 일화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