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새삼스레 지적하는 것도 민망하지만, 이번 달 게시물은 두 건 연속 커미션 이야기입니다. 지난 달 의뢰한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어 지갑의 반대 의견을 경청만 한 뒤 묵살하고 새 그림을 맡아주실 수 있으시겠냐고 메신저로 지난 달 22일 연락을 드렸습니다.
앞에 두어 명 정도 있으니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이 왔는데, 일단 문틈에 발을 집어넣는 느낌의 문의였기 때문에 오히려 대기 시간을 다양한 캐릭터-라고 해도 풀은 제한되어 있습니다만-와 묘사하고 싶은 주제를 검토하는 기회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번 내용이 바뀌었지만 6월 6일, 제 순서가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는 시점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해 두었습니다.
접수 사이트에서는 작업 시작 후 최대 2주까지 소요된다고 명시해두었는데, 13일만인 지난 19일 완성본을 받았습니다. 이번 의뢰한 캐릭터는 이미 제목에 썼지만 "유루캠"의 이누야마 아오이입니다. 커미션 그림으로는 6개월만이네요.
극장판 "유루캠" 예고편 아오이 위주(라고 하지만 절반은 단체샷인) 캡처. 경단 머리가 디폴트가 된 데에 눈이 가네요. pic.twitter.com/RsbDXlX91l
— Paranal (@nagato708) June 1, 2022
7월 개봉하는 극장판 시놉시스와 키비주얼을 바탕으로 조금의 상상력을 곁들인 그림입니다. 클리셰한 작업복 또한 극장판 키비주얼 및 예고 영상에서 등장한 의상을 기반으로 그렸습니다.
작중에서 짓는 건물이 목재일 가능성은 낮겠지만, 역시 캠핑에는 나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결국 통나무로 결정했습니다. 참고로 통나무를 어깨로 짊어진다는 아이디어는 예전에 해외 밈으로 많이 돌았던 유명한 사진에서 얻었습니다. 둔탁한, 장도리 없는 망치는 작가분이 설명을 듣고 스케치 단계에서 추가해 주셨는데, 제가 생각한 컨셉과 잘 어울려 그대로 남겼습니다.
여담으로 이번 의뢰의 타이밍이 좋았단 것이, 작가분이 6월부터 커미션 단가를 인상하셨더요. 반신 캐릭터 기준으로 7만원에서 10만 5천원으로 1.5배 올랐는데 사람 심리 상 자릿수가 달라지면 압박감이 커지기에 인상된 가격을 먼저 봤다면 신청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물론 '가계부 쓰는 나'의 입장에서는 정 반대의 평가를 내렸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