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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8월 31일입니다.

2020년은 매일같이 상식을 의심하고 새로운 잣대에 생활을 맞춰야 하는 힘든 한 해입니다. 그래도 매 년 챙겨 온 엔들리스 에이트 감상은 빠뜨릴 수 없겠지요.

8월 31일입니다. -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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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입니다. - 2009년

올해 엔들리스 에이트 글은 초안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31일 12시에 하루히 시리즈를 취급하는 스니커 문고가 신작 단편집 "스즈미야 하루히의 직관"을 11월 25일에 낸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2011년 '경악' 2부작 이후 9년만의 신작이지만 작가도 버린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해서인지 "이거 경악으로 완결난 셈 아니었음?" "작가가 유흥 등으로 인세를 탕진한 게 분명하다" "추억팔이 코인 당기네" 정도로 의아해하는 반응이 주류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낚시인가?" 하다가 공식 사이트까지 확인하고는 "애쓴다" 하며 실소하고 말았는데, 출판사에서 올린 이 트윗을 보고는 조금 짜증이 올라왔습니다.

오늘은... 8월 31일! 8월 마지막 날입니다.
8월 마지막이라고 하면 여름의 끝이라는 8월 17일부터 시작하는 '그' 루프를 뛰어넘어 스니커 문고에서 최신정보를 전해드립니다. #엔들리스에이트

카도카와가 무슨 낯짝으로 '엔들리스 에이트' 사건을 유쾌한 과거사인마냥 언급하는 걸까요. 2011년 공중파 메인 뉴스에서 말도 안 되는 가정으로 게임 폭력성을 '실험'했던 기자가 올해 유튜브 열차에 올라타려고 해당 사건을 유쾌하게 포장하려 했던 소식을 들었을 때만큼 당혹스럽네요. 하긴, 그 정도 뻔뻔해야 업계 과점 위치를 차지하고 승승장구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여담으로 하루히 시리즈 한국 판권을 들고 있을 대원씨아이 NT노벨 부서가 쇠락해 올 초에는 부서원 한 사람이 퇴사한 걸로 신작 발매가 멈춘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번역본을 제 때 내려나 모르겠네요. (종이책은 절판된 권도 있지만 전자책은 모두 판매하는걸로 보아 판권 자체는 갖고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넋두리 반 분풀이 반이었던 뜨거운 새소식은 여기까지 하고, 당초 준비했던 작중에서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에 대해 다뤄보기로 하겠습니다.

세계가 보름짜리 반복에 갇혀 있음을 깨달은 후, 하루히의 방학 활동 체크리스트에 포함된 배팅 센터에서 대기실 의자에 쿈과 나가토 둘이 앉아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죠.

쿈: 나가토, 넌 아사히나 선배가 말하기 전부터 반복을 눈치채고 있었지?
나가토: 그래.
쿈: 그렇다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나가토: 내 역할은 관측이니까.
쿈: 그렇구나.

- 엔들리스 에이트 7편(15,527회)에서.

해당 대화는 반복을 자각하지 못한 1편, 방학 활동을 스틸컷으로 넘긴 3편(15,499회)에서는 등장하지 않으며 5편(15,521회)에서는 둘만 참여한 담력시험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흥미로운 점은 소설판 삽화의 유카타 복장까지 가져올만큼 원전을 의식한 마지막 편인 8편(15,532회)에서 해당 대화가 빠졌다는 겁니다(3편처럼 배팅 센터에서 두 사람이 앉아있는 컷은 존재).

소설에서는 해당 대화가 한밤중의 공원 모임에서 등장하는데, 발췌하면:

[...] "대체 뭘 하면 그 녀석이 만족을 하는데?"
"글쎄요. 그건 저는 잘. 나가토 씨는 아십니까?"
"모른다."
참 시원스레 대답도 하시네. 이중에서 궁극적으로 의지가 되는 건 너뿐이라고. 그런 마음이 내 목소리가 되어 표출되었다.
"왜 지금까지 말을 안 한 거지? 우리가 엔들리스한 2주일 왈츠를 추고 있다고 말이야."
몇 초의 침묵 끝에 나가토는 얇은 입술을 열었다.
"내 역할은 관측이니까."
"...그렇군." [...]

- 타니가와 나가루 지음. 이덕주 옮김. "스즈미야 하루히의 폭주"(대원씨아이, 2006) 65.

참고로 엔들리스 에이트 2~7편은 같은 사람이 각본을 썼는데, 공원 장면 대화량은 충분하니 원작에서는 금방 지나가는 활동계획 수행 장면에서 대화량을 확보하기 위해-매 번 스틸컷으로 넘어갈 수는 없으니-옮겼다고 추정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