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일 기준으로 따지면 이번 그림이 올해 7번째 커미션/리퀘스트 의뢰작입니다. 겨우 1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너무 달리는 게 아닌가라고 물으실 수 있는데,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처럼 나름의 명분은 있습니다. 올해 첫 커미션이었던 이누야마 아오이 그림이-글을 쓸 때에는 허니문 기간이어서 굳이 지적하지 않았지만-조금 미묘하게 나왔던 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처음 의뢰한 작가라면 사전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안목이 부족한 내 탓이려니 하고 넘어갔을텐데, 이전에도 여러 번 거래해본 분이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이 더욱 컸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그림을 의뢰하던 즈음에 작가분이 슬럼프였던 모양이더군요. 납품을 끝내고는 한동안 소셜 미디어에도 두문불출해서 이대로 업계를 뜨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3월 초부터 트윗을 띄엄띄엄 다시 쓰기 시작하더니 지난 22일 활동 복귀와 함께 리퀘스트를 열었다고 트윗하시더군요.
이미 취미생활 부문에서 커미션 예산은 고공행진 중인 기름값에도 아랑곳 않고 대형 세단을 출퇴근용으로 매일 타버린 후의 유류비처럼 콸콸 써 버린 뒤였지만, 마지막 거래가 아쉬운 게 못내 마음에 걸려 오전에 해당 트윗을 보고 식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고민한 끝에 마음을 정하고 신청서를 써내려갔습니다.
그렇게 3월 22일 접수한 리퀘스트 건은 6일만인 27일 저녁, 완성본이 도착했습니다. 재밌는 건 접수 시점에서 기다리는 리퀘스트가 5장이었는데 가장 늦게 신청한 이 작품이 가장 먼저 나왔다는 겁니다(미수령한 작품 중 가장 먼저 신청한 리퀘스트는 2월 16일).
이번 캐릭터는 소녀전선의 SIG MCX입니다. 지난 번 같은 캐릭터가 팔짱 끼고 있는 컷에서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의뢰서를 썼습니다. 위력을 직접 쓰면 (여러 의미로) 큰 사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군대 열병식처럼 본인의 힘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자금이 쪼달려 금액을 6,500엔으로 쓸까 제출 버튼 누르기 직전까지 고민했지만, 이전에도 말씀드렸듯 이제 와서 모험을 시도할 수는 없다 싶어 7,000엔 컨셉을 유지했습니다. 모브 캐릭터를 포함한 이런저런 연출 소품이 그려진 대신 캐릭터는 상체만 등장했네요.
【Commision】SIG MCX (Girls' Frontline)
— ししのぞみ🦁 (@duelist_rui) March 27, 2022
リクエスト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pic.twitter.com/16bYX12w2X
— ししのぞみ🦁 (@duelist_rui) March 26, 2022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작년 한 해동안 커미션 의뢰한 횟수가 8회라는 걸 생각하면 올해 의뢰 페이스는 "백 투 더 퓨처 3" 마지막에 나오는 기차처럼 무한히 연료를 넣으면서 철로 없는 낭떠러지를 향해 달리는 데 빗대야 할 정도입니다. 안타깝게도 제 통장 잔고 수위가 낮아지는 데에는 영화의 시간 여행이 가능한 드로리언처럼 이 상황을 타계할 극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출에 좀 더 조심해야겠지요. 다만 아직 받아야 할 그림이 여러 장 남았기 때문에 늦으면 5월까지는 커미션 관련 글이 올라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