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계획하고 있던 커미션이 작가분 리퀘스트 접수 중단으로 불발되면서, 그나마 가라앉아 있던 흙탕물이 꾸물꾸물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충동 스펙트럼의 바닥을 친 지난 번과 달리 이번에는 리퀘스트는 어느 정도만에 완성하시는지, 개인작과 퀄리티 차이는 없는지 등의 사전 조사를 거쳐 신청했습니다. 가격은 전신 최소금액으로 제시한 8천엔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번 리퀘스트 결제에서는 처음으로 토스뱅크카드를 사용했습니다. 상품 소개 페이지에서 자랑스럽게 광고하는 '해외결제 3% 캐시백 혜택(무실적, 상한금액 없음)'만 보면 안 쓰는 게 바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카드 결제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카드와 더불어 악명 높은 결제 당 0.5달러 수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25달러 이하로는 캐시백을 감안해도 손해여서 좀처럼 사용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토스의 경우 여려 혜택 때문에 사용하면서도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회사인데, 일단 국내 사용금액처럼 해외 캐시백도 해당 금액을 바로 캐시백해 주는 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신생 회사인만큼 메뉴얼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차량'이 진흙탕에 빠진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전 블로그 글이 증언하듯 소비 절약에 그렇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해외결제 지출에 대해서는 따로 가계부를 쓰고 있는데, 다른 카드사에서는 당연하게 세부결제 사항에서 표시하는 USD 결제금액이나 결제 시점에서의 환율 정보가 누락되어 있더군요.
해외결제금액은 따로 스프레드시트로 정리하고 있어 늦은 아침을 먹고 오전에 상세정보를 확인해보니 전신환매도율과 거래미화금액이 없더군요. 채팅 고객센터의 문을 두드리니 유선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pic.twitter.com/ThIgloJMAG
— Paranal (@nagato708) February 13, 2022
결국 모기업이 자랑하는 24시간 고객센터로 전화했는데, 해당 해외결제 내역에 미화환산금액이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자사 고객센터에도 ‘해외 결제금액은 USD로 환산’된다고 써 있음에도 말이죠. https://t.co/wVAhc2C28Y pic.twitter.com/czERUPDbzK
— Paranal (@nagato708) February 13, 2022
위와 같이 첫 고객센터 통화는 실패했지만, 다음 연결에서는 본인이 모르는 부분에서 아예 존재하지 않는 정보라고 철벽을 치지 않는 상담원을 만나 상급 부서-아마도 하나카드 해외결제 담당이겠지요-를 거쳐 해당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 번 통화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 앞으로는 마스터카드 사 공시 환율을 기반으로 계산한 어림값으로 갈음할 생각입니다.
다시 그림 이야기로 돌아가서, 2월 12일 접수하고 2월 25일 완성본이 도착해 14일이 소요되었습니다. 이전 두 건의 리퀘스트는 21일 전후로 완성되었기 때문에 다음 달에나 받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놀랐습니다.
이번 캐릭터는 모바일 게임 "소녀전선"에 등장하는 SIG MCX입니다. 2021년 3월 인게임 등재된 이후 팬아트로 해당 캐릭터의 존재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올 초에 '재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간단한 스케치를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식 커미션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애초에 이 작가를 눈여겨 본 이유가 근육 묘사에 있기 때문에 겨우 한 번 피했던 '건강' 컨셉이 다시 추가되었습니다. 제목에서도 간단히 설명했지만 부연하자면 본인의 '자산'이 무엇이고 상대방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태연한 표정으로 상대방을 농락한다는 컨셉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리퀘스트 완성 기간까지 모니터링할만큼 이전부터 관심 있는 작가였기 때문에 의뢰하고 나서는 올라간 기대치만큼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조금은 있었는데 이는 기우였습니다. 이번 해 픽시브 리퀘스트 작가 뽑기는 아직까지는 운이 따르는 편이네요(물론 그에 비례해 제 취미 부문 예산 적자폭은 날이 갈 수록 커지고 있습니다만).
오랜만에 iOS 기기 두 대 모두 같은 캐릭터로 배경이 설정되었군요. pic.twitter.com/t5pTAO07XX
— Paranal (@nagato708) February 27, 2022
글을 마무리하며 작가분 픽시브 리퀘스트 페이지를 가 보니 현 시점에서는 막아 두셨더군요. 전문 용어로 제 의뢰가 '문 닫고' 들어간 케이스였던 모양인데, 제 지갑에게는 참 다행스러운 소식이었습니다.
SIG MCX ドルフロ pic.twitter.com/AfplOmVSh1
— たるたるぐんぐん (@tarutarugungun) February 20, 2022
SIG MCX#ドルフロ pic.twitter.com/BThrS3hEIE
— 篠田ギリ (@vermilli000n) February 27, 2022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지만, 올해 새로 픽시브 리퀘스트 의뢰한 작가분들은 모두 트위터 계정이 없더군요. 해당 플랫폼의 호불호를 떠나서 2D 일러스트 작업하시는 분이라면 이미지 공유용만으로라도 운영한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 대신 지난번 P90 커미션 작가분은 페이스북, 이번 작가분은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으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