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iPhone 7을 발표하면서 3.5mm 헤드폰 단자가 없어지면서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발표된 무선 이어폰 AirPods이 처음 발매될 때만 해도 무선 이어폰이 이렇게까지 보급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전에도 통화를 많이 하는 사람은 한 쪽 귀에 끼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했고(드라마 "하우스"에서 주인공이 환청이 들리는 것을 숨기기 위해 귀에 끼고 나왔던 게 아직도 기억나네요), 목에 거는 스테레오 제품도 있었지만 이전까지는 '보통'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전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6년이 지난 올해 7월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무선 이어폰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52%로, 젊은 층(20대 77%, 30대 67%)은 물론 50대에서도 50%가 무선 이어폰을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제는 이어폰 하면 무선이 기본이고 오히려 '선 달린' 제품에 수식어가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의 첫 AirPods은 2017년 5월, 저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기본으로 제공하는-이 또한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었네요-Lightning EarPods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다들 무선 이어폰이 '신세계'라 하니 구미가 당기더군요. 하지만 1세대 AirPods은 유달리 공급이 신통찮은 물건이었기 때문에 당시 글에도 썼듯 근처 오프라인 매장에 일일이 전화를 돌려 재고가 있는 곳을 찾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해당 제품은 제가 2세대를 구입한 뒤 가족에게 양도했지만, 2020년 분실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세대 AirPods은 딱 2년 뒤인 2019년 5월에 구입했습니다. 이 제품도 큰 불만 없이 2년간 사용했는데, 여분으로 가지고 있으면 쓸 데가 있을까 싶어 3세대 수령하기 전날 마지막으로 꼼꼼하게 닦으려다 뭔가 잘못되었는지 유닛 한 쪽이 고장나는 바람에 소형 전자제품 수거함으로 보내졌습니다.
3세대는 11개월째 사용 중인데, 왼쪽 유닛이 무작위로 충전되지 않는 버그 외에는 만족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체결할 때 인식 여뷰를 확인해 문제가 없었는데 잠시 소홀했더니 다시 왼쪽 유닛만 방전되었군요. pic.twitter.com/GuxITgHhx3
— Paranal (@nagato708) August 26, 2022
처음 증상을 겪었을 때 검색해보니 3세대 고질병인 모양인데, AASP에 수리를 맡기려 해도 간헐적 증상이다 보니 접수도 힘들고 교체품을 받은 후에도 문제가 재발한다는 증언이 있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충전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유닛을 탈착하면 충전되기 때문에 유닛을 넣은 뒤 LED가 깜빡이는지 확인하고 넣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갑자기 사용한 역대 AirPods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가족에게 선물할 무선 이어폰이 하나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작년에 2세대를 망가뜨리지 않았다면 그걸 넘겨 주었으면 될 일이지만, 상술했듯이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상대방이 인이어 이어폰 취향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 (이미 출시된) AirPods Pro 2세대 발매를 기다릴 필요는 없어 3세대와 2세대 중에서 어떤 걸 살까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신형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지만, 고민할수록 어차피 (상대적으로) 조용한 환경인 집에서 유튜브 영상 볼 때 사용할 물건인데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커지더군요. 3세대의 새 유닛 모양이 이전 세대에 비해 귀 모양을 좀 더 탄다는 문제도 있고요.
이번에도 11번가에서 신한카드 할인 혜택을 거치는 게 가장 저렴해서 AirPods 2세대를 주문했습니다. 11번가 '슈팅배송'은 주말은 쉬지만 공휴일은 쉬지 않는 요상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지 2일에도 개천절인 3일에도 4일 도착 예정이라고 해 3일에 주문했고, 안내받은 대로 4일에 도착했습니다.
포장 상자에서 익숙한 패키지를 꺼낸 뒤 바로 측면에 찍힌 생산월부터 확인했는데 2022년 7월이었습니다. 수요가 없어 올 초에 생산한 제품이 오는 건 아닐가 걱정했는데, 막상 제품을 받고 생각해보니 재고를 혁신해 CEO까지 오른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이니 그런 생각은 기우였나보다 싶네요.
연결 방법 북클릿 또한 최신 제품에 맞게 갱신되어 있는 것도 눈에 들어왔습니다(2019년 제품에서는 iPhone 8 실루엣). 뒤쪽에 작게 찍힌 저작권 표시에 따르면 2022년에 인쇄분으로 보이네요. 다른 법적 문서의 경우도 (제품이 출시된 다음 해인) 2020년이 찍혀 있는 걸 보면 같은 제품이라도 처음 찍어놓은 템플릿을 단종할 때까지 사용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제품 자체는 익숙한 AirPods 디자인입니다. 3세대 디자인에 몸이 적응되어서 유닛이 '반대'로 들어가거나 충전 LED가 안 쪽에 있다거나 하는 부분이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세팅(이라고 해봐야 팝업에서 버튼 두 번이면 끝나지만)이 끝나면 제가 쓸 제품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