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막연한 주제인 이 글은 같은 주에 겪은 두 가지 일 때문에 쓰게 되었습니다.
첫 사건은 지난달 말 구입한 앤커 나노 20W USB-C 충전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해당 제품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해 흥미가 동해 9월 27일 네이버 멤버십데이 행사에 맞춰 13,900원에 구입했지요.
주문한지 6일만에 도착한 USB-C 충전기. 한국 플러그 때문에 미국판만큼의 임팩트가 없지만, 20W 출력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파격적인 크기. (여담으로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 할인 행사가 생겨 몇 천원 더 싸게 팔더군요) pic.twitter.com/GdihTkzxsx
— Paranal (@nagato708) October 2, 2021
인용 트윗에도 썼듯 택배 지연으로 제품을 근 1주일만에 받은 데다, 제품을 기다리는 동안 공식 판매처에서 연휴를 명목으로 할인 행사를 열면서 본 제품을 10,900원에 판매하는 일까지 겪었습니다.
택배 배송 지연이 판매자 탓은 아니지만, 처음 할인 공지를 봤을 때에는 반품비를 감수하고라도 변심 환불로 돌려보내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불꽃같은 분노가 지난 뒤, 이런저런 할인 적용해서 샀으니 그렇게 큰 손해는 아니라는 '정신승리'와 함께 마음을 가다듬었지요. 그래도 앙금은 남아 블로그 글을 쓰지 않았지만요.
그렇게 작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지난 15일 한 커뮤니티에서 앤커 행사상품 핫딜 글 때문에 새 불씨가 피어올랐습니다. USB-C-Lightning 케이블 특가만 홍보해 구입할 생각 없이 무심하게 덧글을 스크롤하는데 충전기도 할인하고 있다고 해 '혹시?' 하며 판매처로 들어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제가 구입했던 나노 충전기를 9,900원에 팔고 있더군요.
주식시장 격언으로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이 있는데-실제 시장 분석에 적합하지는 않다는 반박도 있습니다만-그 비유를 적용하면 저는 고깔모자 쓴 머리 꼭대기에서 제품을 산 셈이 되었습니다. 이번 할인 행사를 접하고 나서는 당초 휴대용으로 쓰겠다고 서랍 안에 보관해 두었던 충전기를 꺼내 "쓰는 게 남는 것이다"하며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건은 지난 달 구입한 모니터가 키워드였습니다. 코스트코는 (지점마다 조금씩 다릅니다만) 입구에 전자기기 코너가 있어 딱히 살 게 없어도 둘러보게 되는데, 제가 구입한 것과 비슷한 LG 24인치 모니터가 놓여 있는 게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가성비로 유명한 코스트코이지만 전자제품은 최저가가 아닐 때도 많은데 문제의 모니터는 인터넷 가격보다도 2~3만원 싸게 판매하더군요(다만 이상하게도 LG전자 공식 홈페이지에는 단종 제품으로 표기됨).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충전기 사례와 정반대로 모니터는 구입하던 시점 마침맞게 쇼핑몰 혜택이 좋게 나와 동 제품 최저가 대비 3~4만원 저렴하게 구입했기 때문에 속쓰림 없이 다음 칸으로 카트를 밀며 떠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만큼 긴 글이 된 데스크톱 키보드/마우스 구입 건에서도 키보드는 돈을 아껴보려다 시간과 돈을 추가로 쓴 반면 마우스는 한 번에 특가 제품으로 넘어가 만족했었죠.
지난 몇 개월 소비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이런 사소한 일까지도 글로 남기고 싶어질 정도가 되었네요. 지나치게 집착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건전한 소비 습관을 들이기 위한 성장통이라 생각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