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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데스크톱 입력 장치 교체 대장정

악재는 몰려서 온다는 말이 있듯이, 10년 넘게 쓰던 모니터가 이상 증상을 보여 교체한 그 주에 데스크톱 입력 장치가 고장났습니다.

이번에도 사건 발생이 추석 연휴 직전이어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는데, 비상 상황에 휴대용 입력장치를 징발하기 위해 구입해 둔 USB 블루투스 동글을 꺼내 블루투스 키보드마우스를 연결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키보드라도 어쩌다 몇 천 자 입력하는 것과 매일 사용하는 건 체감이 전혀 다르더군요. 한성 키보드는 휴대용으로 쓸 때에도 가장 좋은 키감과 정숙성을 갖춘 제품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블루투스 연결 방식 그 자체가 걸림돌이었습니다. 일정 시간(약 15~20분)이 지나면 키를 입력해도 기기가 살아나는 시간 몇 초를 기다려아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불편했습니다. 게다가 어떨 때에는 한 번만 입력한 키를 여러 번 출력하는 증상까지 보였고요. RF 무선 입력기기 사용하면서 학습한 스킬로 블루투스 동글을 본체 앞 쪽 USB로 옮기니 적어도 글자가 씹히거나 반복 입력되는 증상은 사라졌지만, 절전 모드 벗어날 때의 지연은 구조 상의 문제이니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오른쪽 숫자 키패드의 부재였습니다. 어떤 호사가는 '회계사도 아니고 키보드 텐키가 왜 필요하냐'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저는 회계사가 아님에도 인증번호 입력부터 간단한 계산까지 키패드가 없으니 아쉽더군요.

당시에는 어떻게든 블루투스 키보드로 버텨보려고 USB 텐키 키패드를 구입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해당 제품은 (트윗에도 썼지만) 노트북 사용자를 대상으로 제작했는지 케이블 길이가 30cm밖에 되지 않더군요. 잡동사니 케이블 상자를 뒤져 USB 연장 케이블을 찾아내 책상 위까지 키패드를 끌어올 수 있었으나 곧 허무함이 밀려왔습니다.

결국 연휴가 끝내는대로 새 키보드를 구입하기로 생각을 바꿔 사무용 키보드 끝판왕이라는 로지텍 MX KEYS부터 이제는 익숙한 MS와 로지텍의 마우스+키보드 세트까지 다양하게 둘러보았지만 '이거다' 싶은 제품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차라리 유선 키보드로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랫동안 사용해 온 RF 무선 키보드는 블루투스와 비교하면 '천사'이지만 끊길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노트북 환경이라면 깔끔한 선 정리가 중요하겠지만, 데스크톱 환경에서는 어차피 책상 뒤로 여러 선이 드나들기 때문에 키보드 USB 케이블 하나 더 추가한다고 나빠질 환경도 없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유선 키보드 탭으로 넘어가니 순위권 다수가 기계식 키보드였습니다. 또각거리는 키보드에 딱히 흥미는 없지만 '이번 기회에?' 싶어 커뮤니티 추천 제품을 찾다 정가는 8만원대이지만 검색 당시 6만원대로 할인하는 체리 텐키리스 G80-3000S를 발견했습니다. 꽤 솔깃했지만 모니터를 안 샀으면 모르되, 지금 투자하기에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며 검색 범위를 늘려나갔습니다.

그렇게 키워드 검색을 이어가던 중 한 커뮤니티 게시물에 키보드 예산을 작게 잡고 싶다면 차라리 멤브레인 키보드가 낫다는 취지의 답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멤브레인 쪽은 어떤 제품이 '가성비 추천'인지 알아보니 스카이디지털 사의 NKEY-2라는 제품이 여러 번 언급되더군요. 사용기를 찾아보니 여러 글에서 튼튼하다는 언급이 일관되게 등장해 더욱 마음이 갔고, 사진으로 보는 제품 만듦새도 상당히 '실용적'인 것이 그런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유선 멤브레인 키보드라면 로지텍 K120같은 제품은 배송비 포함 1만원대로 구입할 수 있고, 다이소에 가면 5천원에도 구입할 수 있지요. 하지만 내구도 등에서 1만원만큼의 차이가 있겠지라는 생각에 NKEY-2를 구입하였습니다.

쿠팡은 연휴와 관계 없이 물류가 돌아가는 곳이어서인지 주문 하루만에 도착했습니다. 포장 상자에서부터 지자체별 도로변 간판 정리가 활발해지기 전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간판 감성이 느껴지는 게 신기하더군요. 키보드 본체 상단에 제품 특징을 인쇄한 것까지 보면 혀를 내두를 지경.

키보드 프레임은 크고 겉보기보다 묵직한 편입니다. 부엌용 1kg 저울로 재 보니 약 730g이네요. 성의 없는 한글 글꼴-그나마 윈도우 로고는 10의 마름모꼴 형태네요-부터 역 ㄴ자 엔터키까지 예전 학교 컴퓨터실에 있을 법한 느낌입니다.

오른쪽 상단에는 게임 모드를 활성화하는 'G 버튼'이 있는데, 같은 키 연타 기능을 제공하고(속도 조절 가능) 윈도우 키 클릭을 막아준다고 합니다. 제 사용 루틴에서는 쓸 일이 없겠지만요. G 버튼 하단에는 음량 조절과 음소거 버튼이 있는데, 홍보 자료의 주장처럼 펑션 키 조합으로 숨기지 않은 건 긍정적이지만 굳이 알약 모양 유광 플라스틱 버튼으로 할 필요가 있었는가에는 의구심이 듭니다. 누를 때 느낌은 눈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뻑뻑함입니다.

또한 게이밍 컨셉에 맞게 키캡 빼는 도구와 빨간색 키 8개까지 동봉되어 있습니다. 홍보 자료에서는 '레드 키캡'이라고 지칭하고 그럴듯한 색으로 보여주지만 실제로는 '고무장갑 핑크'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피식 웃고 서랍에 보관해두려다 이왕 줬으니 쓰는 게 맞겠다 싶어 방향키만 교체했습니다.

이전 MS 키보드도 멤브레인 방식이었지만 '힙'한 펜타그래프를 따라잡고 싶었는지 납작한 키캡이었기 때문에 타건감은 전혀 다릅니다. 1주일 정도 사용한 시점에서 키 배열은 적응했으나(따지자면 기존 키보드들이 표준에서 벗어난 배열이므로 NKEY-2에게 불공정한 처사이지만) 여전히 이전보다 의식해서 키를 꾹 눌러야 입력된다는 느낌은 남아있네요. 이에 더해 키보드 자체 프레임이 높은 것까지 더해져 가상의 언덕 위에서 타자를 치는 느낌입니다. 기본으로 팜레스트를 제공하지만, 그것까지 붙일 경우 책상 여유공간이 사실상 사라져 받침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휴 내내 분노의 트윗을 만들게 하고 결국 블로그 글까지 쓰게 만든 키보드와 달리, 같은 시기 임시로 징발한 로지텍 M350 마우스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마우스도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절전-깨우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이 있지만 노트북에서 오랫동안 블루투스 마우스를 사용한 경험 때문인지 키보드만큼 불편하지 않더군요. 게다가 블루투스/RF 겸용 모델이어서 유선 키보드로 바꾼 이후에는 RF 동글로 연결했기 때문에 그런 단점마저도 사라졌습니다.

휴대성을 강조해 마우스 높이가 낮지만 면적은 그럭저럭 확보해서 손바닥은 얹을 수 있고, 오히려 가벼운 무게로 인해 커서 조작이 편했습니다. 덤으로 납작한 마우스 모양 때문에 휠도 상대적으로 평평하게 놓여 있어 휠로 클릭하기는 '보통' 마우스보다 좀 더 나은 측면도 있더군요. 노트북을 주력으로 사용하던 시절 휴대성을 위해 크기를 희생한 MS 노트북 마우스 5000을 오래 써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아버지께서 좋아하셔서 여분이 있는 로지텍 M590도 사용해 봤습니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유니파잉(RF) 겸용이며, M350과 마찬가지로 무소음 계열이어서 클릭 소리는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트북에 붙일 블루투스 마우스 추천할 때 꾸준히 등장하는 제품이기도 하죠.

M350과 비교해서는 좀 더 일반적인 마우스처럼 생겼으며, 글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버튼 클릭 느낌이 좀 더 부드럽습니다. 측면 버튼과 휠 좌우 버튼도 있는데, 없는 마우스를 워낙 오래 써서 있는 쪽이 어색할 정도네요.

그렇게 M350을 로지텍 마우스 고질병인 클릭 불량이 발생할 때까지 사용해야 하나 생각하던 와중에 9월 24일, 로지텍 G304 마우스 할인 핫딜이 올라와 이를 구입했습니다. 모니터로 시작된 흰색 주변기기 테마를 맞추겠다며 오염을 감수하고 흰색으로 구입하였습니다.

해당 제품은 정가 5만원대이지만 할인을 자주 해 3만원 초중반 할인가가 제 값이라는 말이 있는 제품으로, M590 마우스가 정가 기준 4만원이기 때문에 프로모션 가격으로 보면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이 쪽을 구입하는 게 더 이익인 상황이었습니다.

행사일이 금요일이어서 업체에서는 월요일에 배송했고, 하루만에 도착하였습니다. 여담으로 지역에 따라서는 같은 회사임에도 나흘 째 출발지에서 꼼짝하지 않는 택배도 있는 걸 보면 배송 하루만에 받은 게 운이 좋았구나 싶네요.

처음 설치하고 든 첫 인상은 '마우스 클릭 소리가 엄청나게 크구나' 였습니다. 이전까지 같은 회사의 무소음 마우스를 사용했으니 불공정한 비교라고 지적하실 수 있겠으나, 그 이전에 몇 년 동안 사용했던 MS 키보드+마우스 세트의 마우스보다도 시끄럽습니다. 게이밍이라고 하면 누를 때마다 딸깍딸깍 소리가 나야 한다는 클리셰에는 잘 맞는 제품이네요. 또한 신경써서 들으면 왼쪽과 오른쪽 클릭 버튼 소리가 다릅니다(왼쪽이 좀 더 날카로운 소리). 의도된 사항인지 단순 편차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휠의 경우 요철을 양쪽으로 마련해 손가락을 딱 잡아주더군요. 그에 더해 휠 돌릴 때 특유의 딱딱 걸리는 느낌도 마음에 들지만, 오랫동안 사용하면 요철이 무뎌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습니다(그 전에 마우스 고질병인 더블클릭 증상이 올 것 같지만요). 측면 버튼은 두 개가 있는데 크기와 높이 때문에 위로 밀려 올라간 M590과 달리 엄지손가락이 자연스럽게 클릭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이 또한 좋습니다.

* 왼쪽부터 로지텍 G304, M350, M590 마우스

잡는 느낌은 지난 1주일 간 사용해 본 로지텍 마우스 3종 중 가장 마음에 듭니다. 배송을 기다리며 읽어본 후기에서는 AA 배터리 때문에 무게중심이 뒤로 쏠려 불편하다는 평도 있던데, 이를 의식하고 사용해 보았으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미리 AAA 건전지를 AA 크기에 넣을 수 있게 하는 플라스틱 홀더까지 우편배송을 하는 판매자를 찾아내 구입했지만 현재로서는 사용할 의사가 없네요.

기본 저장된 DPI 이외 해상도를 설정하려면 로지텍 G HUB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 DPI는 12000까지 올릴 수 있는데 슬라이더를 끝까지 밀어 보니 이건 1mm만 움직여도 커서가 화면을 날아다니더군요. M350/M590 모두 1000 DPI 센서이지만 이상하게도 1000으로 설정하자 조금 답답하게 움직여 현재는 1200 DPI로 설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측면 버튼은 손목 쪽 버튼은 기본 설정대로 뒤로 가기, 나머지는 창 닫기(Ctrl+W)로 설정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윈도우 기본 게임조차 하지 않는 컴퓨터에 자칭 게이밍 입력장치를 세트로 갖추게 되었습니다. 지난 10년 간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했던 사무용 키보드+마우스 세트에 시달린 반동이라 생각해야겠네요. 또한 키보드에 한정해서는 편법이나 우회로는 정공법을 이길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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