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노트북 트랙패드가 (과장해서) 남성 반지갑만큼 커지고 감도도 좋아졌지만, 예전에 증명사진 크기로 구색만 맞추던 시절부터 사용하던 관성 때문에 노트북은 마우스 없이 못 쓰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RF식은 동글이 USB 포트를 하나 차지하기 때문에, 휴대성 강조하며 USB-A를 양 면에 하나씩만 넣어주는 노트북에서는 너무나 귀중한 자원을 써 버리는 격이죠. 그래서 RF 대비 가격이 조금 비싸도 블루투스 버전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데스크톱을 주력 컴퓨터로 바꾸면서 키보드/마우스 세트로 넘어갔고, 블루투스 마우스에 손이 가는 일이 줄었습니다. 2014년 구입한 MS 블루투스 마우스는 노트북과 함께 보관할 때 건전지 빼는 걸 잊어버려 건전지 누액으로 소형 전자폐기물로 보내졌습니다. 그래서 iOS 13.4에 마우스/트랙패드 포인터 기능이 '손쉬운 사용'이 아닌 정식 기능으로 추가되었을 때, 테스트해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올해 iPad Pro 11" 2세대 구입 후 USB-C 허브로 USB-A 동글을 거친 후에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블루투스와 RF 지원하는 무선 마우스 로지텍 M350을 1만원대로 구입할 수 있다는 '핫딜'을 봤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K380 키보드와 투샷으로 찍은 사진을 기재하며 휴대용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진득하게 쓸 가능성은 낮지만 iPad나 여전히 보관 상태인 노트북에 연결해서 쓰면 좋겠다는 생각에 덥석 구매했습니다.
요즘 택배 물동량이 늘어서인지 도착일이 들쭉날쭉해서 어떻게 될까 싶었는데, 주문 하루만에 비대면 배송으로 현관 앞에 통보는 없었지만 안전하게 도착했습니다. 포장에 그 흔한 뽁뽁이 하나 두르지 않았는데 무게가 워낙 가벼워서인지 상자 구겨짐도 거의 없네요.
상자 크기에서 짐작하셨겠지만 크게 들어있는 건 없고 배터리와 작은 설명서(라기보다는 픽토그램), 각국 언어로 쓰인 워런티 안내 종이 정도입니다. 배터리는 장착되어 있는 상태로 전력 공급을 차단하기 위한 종이를 빼면 됩니다.
우선은 iPad Pro에 연결해봤는데, 페어링 후에는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애플 공식 악세서리로도 알 수 있듯 트랙패드를 주 용례로 의도했기 때문에 마우스로는 잠재력을 모두 살릴 수 없음은 감안해야겠지만요. 기본적으로 포인터가 손가락 터치를 모방하기 때문에 (원한다면 가상 키보드를 포인터로 찍어서 칠 수도 있습니다) 마우스의 경우 단일 터치라면 못 하는 일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iOS의 포인터 구현에 대해서는 WWDC 2020에서 자세히 설명한 세션이 있으므로 궁금하시다면 한 번 시청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다만, 전통적인 PC 커서처럼 접근하려다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엑셀 파일을 다룬다고 하면, 마우스를 잡고 있느이 포인터로 셀 우하단을 잡아 핸들을 쭉 끌어내려 채우기가 될 것 같지만 여전히 우클릭으로 컨텍스트 메뉴를 불러 '채우기'를 활성화시켜야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애플 측에서 포인터를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은 제시해주는 걸로 압니다만 큰 회사일수록 이런 니치한 기능의 우선순위는 반비례해 낮아지기 때문에 큰 기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무의식적으로 걸쇠를 찾았는데, 뚜껑이 자석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일부러 거꾸로 들고 흔들어봐도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가방에서 툭 빠지거나 하지는 않을 걸로 보입니다. AA 건전지를 사용하는 건 수명 연장과 더불어 무게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보아야겠죠.
건전지 옆에 있는 검은 물체는 RF 모듈로, 이를 사용하면 블루투스가 없는 컴퓨터에서도 마우스 사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로지텍 고가 라인에서 사용하는 Unifying 수신기는 아니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블루투스/RF 전환은 하단 버튼으로 하는데(파란색은 BT,녹색은 RF), 전략적으로 배치하면 한 마우스로 두 대의 기기를 콘트롤할 수도 있겠네요.
현재 데스크톱에 사용하는 MS 마우스와 비교 사진입니다. 휴대성을 강조하기 위해 높이가 상당히 낮습니다. 그래도 손에 닿는 면적은 비슷합니다. 이 부분은 사용 시간이나 개인 별 손목 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겠네요. 다만 반복사용 긴장성 손상증후군RSI의 조짐이 있어 손목을 피로하게 하지 않는 입력 도구에 민감하시다면 추천드리기 어려운 제품이란 건 확실합니다.
제품명에서부터 강조하는 '무소음' 부분은 버튼 소리는 귀를 대지 않는 이상 들리지 않고 상판 플라스틱이 움직이며 내는 틱틱 소리 정도만 들립니다. 바늘 하나가 떨어져도 바로 포스트잇 투서가 붙는다는 전설의 독서실이 아니라면 소음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서두에서 고백했듯이 반쯤 충동적으로 구매했고,여전히 iPad를 굳이 마우스에 연결해서 쓸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는 합니다. 하지만 1만원대라는 가격에 대비 만듦새가 괜찮고 (물론 오래 쓰면 고질병인 버튼 더블클릭 오류야 생기겠지만, 그렇게 많이 누를 일도 없을 테니까요) 가끔 쓰는 노트북에 어디서 받은지 기억도 안 나는 요상한 모양의 마우스를 치워버려도 된다는 걸로 제 값을 했다고 위안삼을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