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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본의 아니게 차력쇼를 보여주는 강해진 가방 팬아트

이번 그림은 한 달을 두고 고민했던 지난 번 사례와 달리 픽시브 리퀘스트 페이지의 유혹에 넘어가 반나절만에 충동적으로 의뢰했습니다. 정리글을 쓰면서, 통장 잔고의 안녕을 위해서는 픽시브 웹에서 리퀘스트 부분은 필터로 가리는 게 맞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픽시브 리퀘스트의 경우 권장 가격만 제시할 뿐 작가가 추가적으로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었는데, 이 분은 6000~8000엔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 란에 적어두셨더군요. 권장 가격은 8000엔이었는데, "글은 그렇게 썼지만 막상 7천엔으로 신청서 제출하면 거절하겠지?" 생각하며 7000엔으로 의뢰서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두어 시간만에 승인했다는 메일이 도착했더군요.

게다가 제 리퀘스트가 막차였는지 승인 직후 픽시브 리퀘스트skeb 모두 닫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후 올라온 작가 트윗에 따르면 제 앞에 이미 두 개의 리퀘스트가 있는 상황. 90일 만기를 제공하는 픽시브 리퀘스트 시스템을 믿고 무작정 쟁여두지 않고 책임감 있게 끊어내는 모습은 긍정적이었습니다.

대기 #1(오리지널 캐릭터): WIP 8/18, 완성 8/23 (6일)
대기 #2("일기당천"의 여포): WIP 8/25, 완성 8/29 (5일)

이번 리퀘스트는 8월 14일 접수해서 9월 3일 도착했으니 21일(3주) 걸린 셈입니다. 이전 문단에서 설명한 상황 때문에 추석 전에나 도착하면 다행이라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기에 상당히 기쁜 마음으로 결과물을 받아들었습니다.

자파리 피트니스 센터(가칭)에서 운동을 마치고 늘 마시던 캔 음료를 따려다 본의 아니게 차력쇼를 하는 상황.

굳이 추가 설정을 붙이자면 이전 커미션 "운동하는 가방"(2020)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운동하는 법은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으로 착실히 익혔지만 사실상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 가방의 정신이 육체적 발달을 따라오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 해프닝이라는 느낌입니다. 다만 여기서 이야기를 끊으면 미다스의 손(물리) 배드 엔딩이므로 허물어진 파크 잔해를 희생양으로 삼아 몸과 정신의 균형을 되찾았다는 사족을 덧붙이겠습니다.

커미션으로 '건강한' 컨셉의 캐릭터를 의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특히 가방의 경우 TVA "케모노 프렌즈" 작중 행보(e.g. 보스를 가방에 넣어 다닌다거나)를 생각하면 오히려 단련된 체형이어야 적절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품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해당 컨셉으로 돌아오게 되네요.

타 프렌즈들이 걸출한 신체적 능력을 보이는 덕분에 가방이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이는 감이 있다. 하지만 작중 행보를 살펴보면 가방 또한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보행에도 별 탈이 없으며, 상당한 높이의 절벽 산을 그냥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게다가 12화에선 디딜 곳 하나 없는 맨들맨들한 아름드리 바오밥 나무를 타고 오르는 모습도 보였다. 단순히 만화적인 허용일 수도 있으나, 서벌이 버스 앞 부분을 들고 다리를 점프해서 건너는 모습을 보인 걸로 봤을 때, 가방도 보통 인간보다 훨씬 강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를 볼 때 가방은 적어도 현직 운동 선수급의 신체적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나무위키 '가방(케모노 프렌즈))' 항목에서 발췌

여담으로, 본 리퀘스트를 작가 권장 가격에서 1천엔 낮게 접수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의뢰서가 승인된 직후에는 조금은 얼떨떨한 마음으로 '6500엔까지 깎았어야 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막상 하루하루 결과물을 기다리고 있노라니 덜컥 걱정이 되더군요. 극단적인 예로 이 정도 단가라면 상반신만 그리겠다고 이전부터 작가 본인이 생각하고 있었더라도 상호 합의가 불가능한 리퀘스트 시스템 상 손 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다른 커미션 그림과 비교했을 때 배경 정도만 사라졌으니 선방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커미션"
가방을 그렸습니다! 힘을 조절하지 못해 캔을 구겨버리는 설정입니다.

의뢰 플랫폼 특성 상 제가 그린 '스케치'는 없으니 그 대신 작가분이 8월 29일 트위터에 올린 작업 중 선화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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