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커미션 글에는 일러스트 한 장(+알파)과 만화 한 개를 소개하겠습니다.
일단 일러스트 이야기부터 시작하죠. 커미션 아이디어는 항상 텍스트 파일에 쌓여 있지만 얇아지는 지갑 다음으로 어려운 건 적절한 가격에 주제를 받아주실만한 맞는 작가를 찾는 일입니다. 하루에 한 번은 픽시브 리퀘스트의 '추천' 란을 뒤져보지만 가격이 수만 엔 단위이거나, 가격은 괜찮지만 제가 원하는 방향과는 화풍이 다르거나 애초에 진지하게 열어놓은 지 의심스러운 계정만 가득해 열에 아홉은 허탕으로 끝나고는 합니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머리를 쥐어뜯는 나날이 계속되다 오랜만에 벤 다이어그램 합집합을 만족하는 작가(HEXXA)분을 찾아 제안서를 보냈습니다. 리퀘스트로 진행한 마지막 작업이 작년 말이어서 닫는 걸 잊어버렸고 사실은 안 받아주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반나절만에 승인해 주셨습니다. 4월 3일에 승인해서 5일만에 나왔으니 작업 속도도 빠른 편이네요.
이번 작품은 이누야마 아오이에게 "블루 아카이브"의 아마우 아코 의상을 입혔다는 설정입니다. 어느 새 제 커미션 세계에서는 장르가 바뀐 것 같지만 그게 2차창작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아코의 경우 통칭 옆가슴이 뚫려 있어 전체적으로 보면 제복 때문에 노출이 적은 복장임에도 체감 노출도는 높아 보이는 걸로 유명하지요(복장 때문은 아니지만 블루아카 틴버전을 만들면서 인연 스토리가 검열된 캐릭터-목줄 없어짐-중 하나이기도).
결과물을 보고 유달리 웃을 일이 많았는데, 첫째는 작가분이 그럴듯하게 창작한 헤일로 때문이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해봤지만 신청서에는 분명 '코스프레' 설정이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작가분의 이스터에그라고 생각해야겠죠.
#天雨アコ#ブルアカ
— HEXAA (@InfmRJ) April 5, 2023
#BlueArchive pic.twitter.com/RQ400YYNqa
두 번째는 작가분께서 같은 레이아웃으로 얼굴과 헤일로만 바꿔 아코 팬아트로 따로 올린 게시물 때문이었습니다. 격투 게임에서 흔한 1P/2P 팔레트 스왑을 느낌이네요. 신청자에게 제공하는 PSD 파일에도 양쪽 얼굴을 다 첨부해두었는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한 장 가격으로 그림을 두 장 받았으니 최종적으로는 이익인가 싶기도 합니다.
commission work
— HEXAA (@InfmRJ) April 5, 2023
ブルアカ x ゆるキャン pic.twitter.com/YvaX9PE1Ua
두 번째 그림은 Lcron 작가에게 신청한 세 컷 만화입니다.
이번에는 근본 없는 퓨전이 아닌 "블루 아카이브"의 칸나와 후부키가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이번에는 친절하게 대사까지 넣어 주셔서 적당히 '식질'을 해 봤습니다. 의뢰인용 PSD 파일에도 글자는 따로 레이어가 있는 게 아니어서 조금 고생했지만 단색이라서 그렇게 티가 나지는 않네요.
監査カンナと激甘ドーナツフブキちゃん
— Lcron (@erukuron) April 4, 2023
skebリクエスト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pic.twitter.com/LB7fe8QRkX
* 2023-05-08 추가
일본 골든위크에 맞춰 공식 채널에 '키보토스 대형 연휴' 연작이 올라왔는데, 그 중 하나로 생활안전국이 등장. 그런데 중간에 후부키가 키리노의 잔소리에 도넛을 찔러넣는 장면을 보고 (3분 10초 경부터) 위 커미션이 생각나 피식 웃었습니다.
p.s. 한 작가분께 리퀘스트로 받은 칸나(블루 아카이브) 일러스트. 헤일로가 없는 건 격무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는 설정...으로 넘어가 주셨으면 합니다(정식 넘버링이 아닌 추신으로 들어간 이유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