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는 2010년, 책은 일본 발매 기준 2004년에 발매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에서 세계선이 바뀌는 시점이 12월 18일입니다. 엔들리스 에이트만큼 저의 서브컬처 사전에 깊이 새겨져있지 않기 때문에 매 년 기억하는 건 아닙니다만, 올해는 당일에 떠올렸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작품을 다시 볼 생각은 없었지만 커피 한 잔 마시러도 바깥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게 추운 일요일이기도 해서, 10년 넘게 다시 보지 않은 작품을 재시청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일본에에서 직구한 블루레이도 있습니다만 작년 네이버에서 무료 작품으로 배포한 non-DRM VOD 영상으로 시청했습니다(당시에도 언젠가 시간 나면 다시 봐야지...생각만 하다 외장 HDD에 옮겼던 기억이 나네요).
-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올 겨울 기록적인 한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해당 대사가 인상깊어 발췌.
그렇게 시일이 많이 지난 덕(탓?)에 큰 줄거리를 제외한 상세한 연출은 대부분 잊어버려서 처음 보는 작품처럼 집중해서 볼 수 있었네요. 처음 파일을 열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는 길어 조금 멈칫했지만 (약 2시간 40분) 막상 시청하니 상술한 대로 몰입도가 높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청했습니다.
쿄애니답게 연출이나 전개는 지금 봐도 낡은 구석이 별로 없습니다(굳이 꼽으라면 작중에서 사람들이 플립 폰을 쓰는 것 정도?) 오히려 DVD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하드코딩 된 굴림체 자막에서 세월이 더 묻어 나오는 듯합니다.
작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전으로 들어 있던 책갈피는 케이스 깊숙한 곳에 있어서인지 특별히 변색되지는 않았습니다. pic.twitter.com/kbIcS2OQrK
— Paranal (@nagato708) December 18, 2022
하루히가 유행하던 시기 소실 편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건 알고 있지만(나무위키에도 그렇게 써 있고요), 당시에도 지금도 그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캐릭터 중에서 나가토를 좋아해 지금까지도 도메인명에 그 흔적이 남아 있는 사람이 하기에는 이상한 발언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10년 전의 제게 물어봤다면 좀 더 '덕후'스러운 기분 나쁜 대답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어렴풋한 아이디어로만 남아 있네요. 굳이 그 감정에서 이유를 역산하라고 채근당한다면 사람들이 '소실 나가토'는 너무 클리셰하기 때문이려나 싶겠네요.
10여년 동안 세월의 흔적으로 노랗게 변색된 블루레이 사진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담으로, 글을 쓰면서 검색해보니 아쉽게도 이제는 국내 OTT로는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모양이더군요(예전 하루히 시리즈가 한국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던 시절에는 함께 공개되었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