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구입한 AirPods 3세대는 지난 여름부터 잔고장-왼쪽 유닛이 랜덤하게 충전되지 않는 문제-으로 저를 괴롭히고 있었는데요. 케이스에 넣을 때 유닛을 인식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추가하는 걸로 변통하며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달 초부터 갑자기 오른쪽 유닛 연결이 들쑥날쑥하더군요. 처음에는 무선 기술에서 불가피한 혼선이라며 신경쓰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아예 오른쪽 유닛은 없는 취급 하는 걸 보면서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구나 싶었습니다. 에어팟 초기화를 진행한 이후에는 양 쪽 유닛을 모두 인식해 (전형적인 패배 플래그인) '고쳐졌나?'라고 되뇌었지만, 1주일 후 다시 오른쪽 유닛이 인식되지 않는 걸 보고 결과가 어찌되든 AASP를 가야겠구나, 결심했습니다.
지난번 글에도 썼지만 이런 간헐적인 고장으로 서비스 센터를, 그것도 FM에서 반 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걸로 악명높은 애플 서비스 센터(AASP)를 찾아가는 건 시간과 돈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방문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10번에 한 번 생기는 오류도 아니고 될 때보다 안 될 때가 더 많은 상황이니 어쩔 수 없더군요. 이 단계에서야 '그러고 보니 보증기간은 남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도 오는 12월 10일까지였습니다.
그래서 14일 아침, 시간을 내어 근처 서비스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사람들이 물밀듯 들어오더군요. (이어폰이 없으니) 대기하면서 방문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게 되었는데, 유료로 iPhone 배터리 교체하려는 사람부터 활성화 잠금이 걸린 사람까지-이건 AASP에서는 해결할 권한이 없다고 하더군요-다양했습니다.
그렇게 제 차례가 돌아와 담당자에게 증상을 말하니 한동안 외관을 열심히 들여다보더니(외부 손상이 없나 확인했겠죠) 검사 도구를 돌려 보고 오겠다며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요. 그 후 다시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AirPods 케이스를 세탁기에 돌린 사람, 접수 키오스크에서 막혀 결국 직원이 대신 입력해주는 사람을 구경하고 있노라니 담당 직원분이 저를 호출하더군요.
'검사를 했는데 말씀하신 연결 불량은 재현하지 못했습니다'까지 들었을 때에는 주마등처럼 여러 생각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내부 검사로 양 쪽 유닛 모두 주파수 출력대역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나와 양 쪽 유닛 교체로 진행하겠다더군요(보증기간이 남아 있으므로 무상).
결국 ‘참참못’해서 AirPods을 들고 AASP를 방문했는데, 제가 경험한 연결 문제는 찾지 못했지만 양 유닛 모두 출력 주파수 대역에 문제가 있다며 교체는 진행해 주었습니다(다만 교체분을 받아오는 데 2-3일 걸린다고). 어쨌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pic.twitter.com/kOKpnuvmtg
— Paranal (@nagato708) November 14, 2022
팟캐스트 목소리가 먹먹하게 나올 때가 있긴 했지만 당시에는 그저 블루투스가 불안하구나, 하고 지나쳤는데 실제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걸까 싶었습니다. 어쨌든 교체해준다고 하니 군말 없이 수리 동의 서류에 서명하였고, AirPods은 교체용 상시 재고가 없기 때문에 2~3일 걸린다는 안내와 함께 접수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접수 다음 날인 15일 오전 교체품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오더군요. 아무래도 대체품은 보통 하루만에 도착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2~3일 걸린다고 보험을 드는 모양인데, 결국 급하게 점심시간을 쪼개 교체품을 받아 왔습니다. 접수할 때 설명받은 대로 내부 유닛을 교체해 주었는데, (물론 닦아주기는 했지만) 1년간 쌓인 손때와 마모가 없는 유닛을 처음 잡을 때에는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더군요.
의외로 하루만에 유닛 교체품이 도착. 이걸로 자잘한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플라시보 효과겠지만) 예전보다 소리가 좋아진 느낌. pic.twitter.com/17vvVXC1PQ
— Paranal (@nagato708) November 15, 2022
교체 후 사흘동안 관찰한 바로는 기존에 있던 자잘한 문제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왼쪽 유닛이 매 번 케이스에 넣으면 충전 상태로 넘어가고, 오른쪽 유닛 또한 몇 시간동안 케이스에 들어가 있던 후에도 매 번 인식하더군요. 물론 지난 여름 잔고장이 생긴 이후 검색해 본 바로는 3세대 자체가 자잘한 문제가 많은 모양이라 어느 순간 재발할 수도 있겠지만(그 때는 보증기간도 지났을테니 정말로 새 제품을 사야 할 테지요), 일단 지금은 완벽하게 작동하는 AirPods 경험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p.s. 이번 일을 겪으며 생각해보니 무선 이어폰이 없는 상황에서는 USB-C 기기에서 유선 이어폰으로 소리를 들을 방법이 없더군요. 그래서 USB-C-3.5mm 어댑터를 알아봤는데, 의외로 애플 제품이 가장 저렴해 어댑터를 구입했습니다.
의외로 애플 제품이 가장 저렴했던 USB-C-3.5mm 어댑터 구입. 2022년 9월 생산분인데, 의외로 탭이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이더군요. pic.twitter.com/SSuarQRyP4
— Paranal (@nagato708) November 16,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