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픽시브 리퀘스트로 의뢰한 SIG MCX 그림 결과물이 정말 인상적이어서 새 주제를 짜내서 의뢰 건수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될 정도였는데, 다행히도 해당 글을 작성하던 시점에서는 리퀘스트가 닫혀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서면으로도 남아 있는 금전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uBlock Origin으로 숨기지 않은 pixiv 리퀘스트 일람을 매일같이 훑어보는 게 당시 습관이었는데(요즘은 좀 줄였습니다만) 3월 1일, 해당 목록에서 작가분이 다시 리퀘스트를 열어두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휴일이라 평상시보다는 조금 늦은 시간 잠이 덜 깬 상태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는데 이를 확인한 순간 잠이 번쩍 깨서는 빠르게 신청사항을 써내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시스템 특성 상 요청을 보내고 작가분의 승인이 떨어졌다는 메일을 받으면 제 손을 떠난 일이기 때문에, 달력에 60일 후인 마감일 표시를 해 두고 나면 한동안은 잊고 살게 됩니다. 하지만 마감일이 1주일 미만으로 다가오자 슬슬 걱정이 되더군요. 이러다 대학교 학부 과제처럼 59일 23시간 째에 작품을 받는 건 아닌가, 환율이 신청일 대비 10% 떨어졌는데 그렇게 성의없는 작품을 받게 된다면 차라리 취소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의뢰 55일째인 4월 24일 오후, 리퀘스트가 완성되었다는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이번 캐릭터는 다시 한 번 소녀전선의 P90입니다. 캐릭터로민 따지면 두 달만이지만 아직까지 건강한 컨셉으로는 허니문 기간을 겪고 나서도 다시 보고 싶은 결과물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시도해 보았습니다. 물론 이 글도 허니문 기간에 쓰는 것이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작가분은 이후 다시 커미션을 닫았고 다시 열릴 일이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담으로, 픽시브 리퀘스트의 단점 중 하나는 특정 작가의 리퀘스트 개폐 여부를 통보해주는 알림이 없다는 겁니다.) 위험한 플래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만약 기회가 닿는다면 한 장은 더 의뢰하고 싶네요.
이제는 전통이 된, 글 하나를 쓸 정도는 아니지만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그림을 소개하는 걸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원래는 흑백 명암까지만 진행하는 러프 스케치(1만원)였는데 작가분이 서비스로 밑색까지 얹어 주셨습니다.
셀카 찍는 컨셉의 SIG MCX(소녀전선). 그림이 세로로 길어서 적당히 잘라냈는데도 미리보기에서는 전체 출력이 안 되는군요. pic.twitter.com/Fz57KPckmR
— Paranal (@nagato708) April 12, 2022
분명히 트위터 미리보기에서 잘리겠지라는 생각에 위아래를 (캐릭터를 해치지 않을 정도까지) 잘라냈음에도 결국은 전체 이미지가 출력되지 않을 정도로 긴 그림이라는 것도 소소하게 눈길을 끄는 부분입니다.
Receiving a message while in the middle of something? What could it be?
— Mildly Obsessed@WORKING ON PATREON (@anxientdayo) April 22, 2022
K11 from Doll's Frontline pic.twitter.com/m5teNcG8A2
이번 달 '건강한' 캐릭터 스케치는 K11(소녀전선). 동명의 원본 돌격소총은 분명 처음 게임에 등재될 때에는 실존하는 제품이었지만 이제는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가 된 비운의 테크트리를 탄 물건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