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iPad Pro 구매 이후 꼭 갖추어야 할 케이블 목록에 USB-C 케이블이 추가되었습니다. 제품과 함께 제공하는 애플 USB-C 케이블의 경우 전원 공급 관련한 USB-PD는 100W까지 지원하지만 데이터 전송 속도는 USB 2.0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유비무환으로 10Gbps 전송속도를 지원하는 USB 3.1 Gen 2(현행 명칭으로는 USB 3.2 Gen 2×1) 케이블 중에서 저렴하다고 알려진 제품을 구입(당시 구입가는 배송비 제외 7천원대)하였습니다.
100W까지 입출력 가능한 USB 3.1 Gen 2(입에 착 붙는 명칭이죠) 케이블. iPad Pro 충전에는 과하지만 핫딜게시판에서 스펙 대비 저렴하다고 해서 구매. 일단은 케이블타이가 기본으로 붙어있는 게 좋네요. pic.twitter.com/UNqz6UWLfx
— Paranal (@nagato708) May 29, 2020
하지만 가끔 PC와 연결해 데이터 송수신할 때 이외에는 빠른 속도를 활용할 일이 없더군요. 게다가 상술한 고용량 데이터 전송 스펙을 준수하기 위해 케이블이 꽤나 굵고 억세어 충전 전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조금 불편하기까지 했습니다.
어제 업체 배송 마감 전에 주문해 하루만에 도착한 USB-PD 65W GaN 충전기. iOS 기기 두 개 충전하기에는 조금 오버스펙인가 싶기도 한데, 앞으로는 USB-C 하나에 케이블 바꿔 끼울 일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만족. pic.twitter.com/IuXolgH781
— Paranal (@nagato708) December 4, 2020
트윗에는 누락되었으나 5A(100W) 공급 위한 칩셋이 없어 60W까지만 공급 가능한, 충전용 USB-C 케이블 중에서도 저사양 제품을 사은품으로 받았습니다. 다만 저사양 케이블이어서 두께가 얇아진 게 충전 용으로 쓰기에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해 '고장나면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이후 iPad Pro에 사용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본품인 USB 충전 어댑터는 고주파음으로 지금은 서랍장 행이지만 사은품으로 받은 케이블은 반 년 정도 거의 매일 사용하였음에도 고장나지 않았습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사은품으로 나눠줄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서도 그럭저럭 쓸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건가 싶기도 하네요.
그런데 책상과 콘센트 배치 문제로 사용하던 1m 케이블로는 iPad를 충전할 때 불편한 위치로 가져가야 하는 게 번거롭더군요. 충전 어댑터를 책상 위로 올리거나 긴 케이블을 구입하는 두 가지가 해결법이 있었는데, 후자가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100W USB-PD 스펙을 지원하는 2m 케이블을 구입했습니다.
(이제는 브랜드명만 남은) SKY USB-C 100W 케이블의 구입 가격은 배송비 포함 7천원 대였으나 구입 인증 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제공하였기 때문에-이전에도 말씀드렸듯 낯간지러운 말이지만-실구매가는 3천원 대였습니다.
참고로 기기 충전과 관련된 USB-PD 사양과는 별개로 데이터 전송을 담당하는 USB-C 사양표는 케이블 길이를 USB 3.2 Gen2(10Gbps 전송 지원)는 1m, USB4는 0.8m까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길이를 넘어서는 케이블이라면 상세 사양을 볼 필요도 없이 데이터 전송은 USB 3.2 Gen1(5Gbps 전송 지원, 2m까지)나 2.0(4m까지)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까지 스크롤을 내리셨다면 아시겠지만 이미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USB-C 케이블을 보유한 상황이어서 더 구입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11월 25일 커뮤니티 핫딜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870원에 Baesus 100W USB-C 케이블을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는 홀린 듯 구입했습니다. 12월 2일 세관 통과한 이후로는 일반 우편 취급이어서 시일이 제법 걸려 12월 10일 도착했습니다. 보름만에 도착했으나 알리 발 제품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배송 속도입니다.
요즘은 USB 케이블에는 자체 타이를 붙여주는 게 유행인지 이 케이블에도 갈무리용 ‘찍찍이’가 붙어 있네요. 내구성은 현 시점에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겉모습만 보면 기존에 쓰던 SKY 케이블 대비 두께나 재질(직물형)은 유사하지만 플러그 부분 헤드는 조금 작습니다.
처음에는 헤드가 작은 걸 보고 가점이 붙었지만 몇 번 사용해보니 해당 부분에 특유의 ‘고무 느낌’이 나는 걸 알게 되어 첫인상 점수가 제법 깎였습니다. 이런 재질은 한 시즌만 지나면 녹아내리는 우산대에 쓰이는 걸로 충분한데 말이죠.
이왕 케이블 이야기를 꺼냈으니, 이 글을 쓰게 만든 알리 발 케이블을 기다리는 와중 발생한 USB-C-Lightning 케이블과 연관된 사건도 기록해 두려 합니다. iOS 기기 고속 충전 때문에 본가에도 적당한 가격의 USB-C 어댑터와 함께 해당 케이블을 비치해 두었는데, 지난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Lightning 케이블 커넥터가 부러지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이번 서드파티 케이블은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특이하게도) Lightning 플러그가 부러졌네요. 다만 제가 사용하던 게 아니라 해당 제품 내구도가 함량 미달이었는지, 사용자 과실인지는 모르겠네요. pic.twitter.com/eY9qx5ZJpG
— Paranal (@nagato708) November 19, 2021
다시 한 번 Lightning 케이블 플러그 부분이 부러지는 사고 발생. 이번에도 제삼자 케이블이므로 미흡한 품질의 플러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두 사고 모두 같은 사용자가 일으킨 상황에서는 사용자 과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pic.twitter.com/G7vqCZWXTe
— Paranal (@nagato708) December 2, 2021
처음에는 ‘싸게 산 케이블이 다 그렇지’하며 웃어 넘겼지만 같은 방식으로 사고가 두 번이나 일어난 뒤에는 사용자 과실을 배제할 수 없겠더군요.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원인 규명보다는 재발 방지가 우선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투트랙 전략으로 사용자에게는 앞으로는 우주선 도킹하듯 포트와 커넥터의 '각'을 잘 맞춰줄 것을 당부드렸고, 케이블은 그나마 서드파티 제품 중에서 고급이라는 벨킨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벨킨에서 케이블을 구입. 정품인증 방식이 스티커 식에서 공식 사이트에 구매정보 등록하는 형태로 바뀌어. 정작 QR코드에 링크된 페이지는 모바일 환경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2000년대 양식이어서 실소했지만, 아쉬운 이가 우물을 판다고 팝업 허용까지 해 가며 등록 진행. pic.twitter.com/ITwHN5whRg
— Paranal (@nagato708) December 3, 2021
벨킨 제품은 오랜만에 구입하였지만 여전히 케이블은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더군요. 하지만 한국벨킨의 정품 등록 페이지가 2000년대 말에 멈추어 있는 걸 보고는 경악했습니다. 하단 저작권 정보도 2017년에 멈춰 있고, 2021년에 TLS 인증서도 없는 사이트에 너무 큰 걸 기대하는지도 모르겠지만요(정품 인증 과정에서 증빙 사진 업로드 페이지에 HEIF는 올릴 수 없다고 굵은 글씨로 강조한 걸 보면 누군가 관리는 하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