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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삼성 스마트 키보드 트리오 500 단평

작년에 ‘싸고 괜찮다’는 평을 듣고 구입했던 한성 블루투스 BK300 키보드가 쓰면 쓸수록 정이 떨어져 최근에는 말도 안 되게 비싼 iPad용 Magic Keyboard라도 사야 하나 고민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가격표를 보고 정신을 다잡은 뒤 ‘괜찮은 블루투스 키보드 없나?’하며 검색하는 중 삼성전자에서 이번 달 스마트 키보드 트리오 500라는 제품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물론 삼성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삼성 안드로이드 제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 기능이 있지만, 리뷰를 보니 iOS에서도 특수 기능을 제외하면 일반 키보드로 쓰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정가는 5만원이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출시 프로모션으로 오픈마켓에서 3만원 후반에 판매하고 있어 몇 시간 정도 고민하다 구입했습니다.

그 사이 알음알음 커뮤니티에 소문이 나서인지 발매 초기에 나타나는 물량 부족인지 재고 부족으로 인한 배송 지연이 있었습니다.

박스 내용물은 키보드 본체와 페어링 방법을 설명해주는 퀵가이드 한 장으로 단촐합니다. AAA 건전지 두 개는 이미 들어 있기 때문에 전원차단용 탭만 뽑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기에 번들로 들어가는 건전지는 시중에서는 판매하지도 않는 브랜드 제품을 넣던데, 이 제품은 에너자이저 맥스를 사용한 게 눈에 띄었습니다.

* 위에서부터 K380, 트리오 500, BK300

첫 인상은 로지텍 K380과 MS 디자이너 컴팩트 키보드를 섞은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개별 키가 눈에 띄게 큰데, 측정해보니 약 1.7cm로 K380/BK300 대비 1~2mm 큽니다. 데스크톱에서 사용하는 MS 무선 900 키보드와 비교해 보니 스페이스바가 차지하는 비중은 트리오 500이 더 크더군요.

키캡 각인도 삼성 노트북에서 자주 보던 글꼴과 형태여서 키보드 부분만 뚝 떼어놓은 느낌도 납니다.

새 키보드 구매를 촉발시킨 한성 BK300 키보드의 불만족스러운 타건감의 원인이 무얼까 고민을 해 봤는데, 타사 제품과 달리 건전지 부분이 킥스탠드 역할을 하고 나머지는 밀착되어 있지 않은 게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블루투스 키보드를 검색하다 발견한 다른 분의 BK300 사용기에서 제안한 것처럼 (인체공학은 포기하고) 아랫부분에 책을 깔아 빈 공간을 없애고 타건하면 소음이 어느 정도 줄어들기 때문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트리오 500이 K380처럼 한 덩어리로 제품을 만든 건 좋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무게는 사양표 기준으로 412g입니다. 참고로 K380은 423g, 한성 BK300은 330g인데 무게 분포 때문인지 (비과학적인 방법이지만) 각 키보드를 양 손으로 들었을 때 수치만큼의 무게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이 글의 상당 부분을 해당 키보드로 작성하였는데, 키감 인상은 나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개별 키는 크지만 오밀조밀한 배열 때문에 오타가 증가하지 않을까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키 입력 시 소음은 현재 데스크톱용으로 쓰고 있는 MS 무선 펜타그래프 키보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입력할 때마다 고막을 괴롭혔던 BK300과는 비교하는 건 미안할 정도입니다.

기기 간 전환은 F7에서 F9 자리의 회색으로 칠해놓은 버튼으로 가능하며 클릭하면 좌상단 LED가 각 번호에 새겨놓은 색깔(빨,초,파)로 바뀌는대 이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연결된 기기가 있다면 이후 짧게 4회 점멸하고 연결되는데, iOS 기기 전환은 윈도우 블루투스 동글 대비 긴 깜빡임 하나 정도 더 깁니다. 저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거의 iPad에만 연결하기 때문에(가끔 iPhone에서 사용) 큰 문제가 아니지만, 키보드 하나로 여러 기기를 자주 전환해 사용하실 예정이라면 감안하셔야 합니다.

기분 탓인지 실제로 유의미한 속도 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른 블루투스 키보드(K380, BK300)와 전원을 켜고 얼마나 빨리 연결되는지 시간을 비교해았습니다. 그 결과 다른 키보드는 약 2초 대인 반면 삼성 키보드는 6~7초가 걸렸습니다. 상술했듯 PC 동글과의 연결에서는 시간차가 그리 크지 않은 걸 보면 애플 블루투스 키보드 스택의 문제이거나, 삼성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전용 알림을 띄우기 위해 추가한 솔루션이 지연을 일으키거나 둘 중의 하나로 보입니다.

사진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주황색 키는 자주 쓰는 프로그램 등록이나 DeX 활성화처럼 삼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저의 사용 문맥에서는 강조색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iOS 기준으로 특수키는 밝기, 재생/일시정지, 음량 조절 기능만 작동합니다. 범용 블루투스 키보드처럼 윈도우/Mac 레이아웃 변경 스위치나 히든키는 없지만 Alt와 Cmd 키를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윈도우에 연결하면 Cmd 키가 '시작' 키 역할을 하고, 기능키도 iOS 처럼 최소한도로 작동하지만 결정적으로 Fn Lock 기능이 없기 때문에 F키를 사용하는 단축키를 사용하는 게 매우 번거로워집니다.

이 제품에 대한 한 문장 평가를 내리자면, 내가 삼성 스마트폰이나 타블렛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 다른 제품을 구입하는 게 좋다는 겁니다. 키감은 나쁘지 않지만, 블루투스 연결 호환성이 좋지 않아 보통은 장점이어야 할 세 대의 다른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는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받침대에 놓아 둔 노트북과 타블렛에 모두 이용하기 위해서 이 제품을 구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PC에서는 기능키 고정 불가 때문에 오래 사용하기 어렵고, 타블렛에 사용하기 위해 전환할 때마다 10초 가까이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유의 동그란 키 모양이 거슬리지 않는다면 여전히 로지텍 K380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유 자금이 있고 깔끔한 한 세트를 만들고 싶으시다면 iPad용 Magic Keyboard가 답이겠지만, 폼팩터가 바뀔 때마다 새로 구입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부담을 생각하면 개별 구성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2021-06-18: iOS에서 최초 키보드 연결 시간 측정
* 2021-09-20: 중장기 사용 이후 결론 부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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