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커미션 글도 다양한 그림을 잇는 주제가 있다기보다는 도착한 순서대로 묶었습니다. 첫번째 커미션은 Lcron 작가에게 보낸 오가타 칸나(블루 아카이브)입니다. 9월 1일 의뢰해 3일 저녁 완성품을 받았습니다.
콘셉트는 '칸나의 하루' 로, 윗사람도 아랫사람도 믿을 수 없는 중간직의 고충을 클리셰하게 표현해 보았는데요. 사실 첫 컷에 부하를 넣었으니 균형을 맞추려면 윗사람도 나와야겠지만 '굳이?' 싶어 생략했습니다.
특유의 그림체로 한 컷에는 담기 어려운 상황극을 잘 풀어주시는 분이어서 이번에도 신청했는데, 이번 그림에서는 점심 시간 밥은 허기만 채우고 쪽잠 자는 느낌을 잘 살려 주신 게 가장 인상적이었네요.
여담으로 pixiv가 9월 1일부터 14일까지 리퀘스트 수수료 면제 행사를 하고 있는데, 해당 작가는 skeb과 pixiv 리퀘스트 모두 열어둔 케이스임에도 행사가 열렸다는 걸 신청 후에야 알아서 skeb으로 보내 버렸습니다. 그 대신 부스트 최소금액이 소리소문없이 500엔으로 올라 결국은 수수료 결손분만큼 제가 다시 보탠 셈이 되기는 했지만요.
두번째 커미션은 Sibo 작가님께 9월 3일 신청했는데, 수수료 면제 때문에 다시 국내 플랫폼을 떠나 pixiv 리퀘스트로 신청했습니다. 다만 리퀘스트 신청서를 비공개 처리해서 '역시 니치한 그림은 그만 신청해야 하나?'라고 뜨끔했는데 막상 결과물은 공개하신 걸 보면 아직은 괜찮으려나 싶네요.
이번 캐릭터는 게임 '블루 아카이브'에 등장하는 와카바 히나타입니다. 커미션으로는 처음 신청한 캐릭터이지만, 작중에서 '공성전차'로 불릴 정도의 괴력 기믹이 있어 언젠가는 써먹어봐야지 하고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지요.
맨홀 뚜껑을 혼자서 열려다 휘어버렸다는, 개그 만화에 등장할 법한 묘사입니다. 뒤쪽에 아로나 낙서 선생이 아련하게 쳐다보는 가필에서 실소했네요.
TMI입니다만, 맨홀 뚜껑은 생각보다 무거워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100kg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여름 태풍이나 폭우 때 범람으로 인해 맨홀이 날아가면 위험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요). 저는 이 사실을 맨홀 뚜껑 밑에 있는 검침기를 매 달 확인해야 하는 곳에서 일하다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맨홀을 휴지통 뚜껑처럼 손쉽게 여는 건 '픽션적 허용'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마지막 그림은 702_96 작가님께 의뢰한 이누야마 아오이 시리즈입니다. 8월 12일에 신청했는데 앞에 다른 리퀘스트도 있고 개인작도 하시느라 근 한달만인 9월 12일 완성본을 받았습니다.
왜 시리즈라고 했는가 하면, '운동하는 이누코'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고강도 운동을 하고 고칼로리 햄버거를 먹는다는 배덕감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재밌는 구도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선정한 주제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2D 미소녀가 햄버거를 먹는" 구도의 매력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