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08-08 업데이트: 구매 2년만에 온습도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올 초 교체한 배터리 소모 속도가 빨랐는데, 당시에는 다이소 발 동전 배터리 품질이 좋지 않아서 그렇겠거니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될 전조였나 싶습니다. 스마트 기능을 보고 구입했지만 크기도 적당하고 e-ink를 사용해 어느 각도에서도 반사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은 제품이었는데 아쉽게 되었네요.
여름에는 적정 온도, 겨울에는 적정 습도를 확인하기 위해 전자 온습도계를 구입해 방에 비치해두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폭염에 방 온도를 자주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에서 기온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HomeKit과 연동되는 본격적 온습도 센서 솔루션은 허브 추가구매 등 손이 많이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한 때의 '불장난'으로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별 기대 없이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던 중 온습도계 단독으로 HomeKit 연동을 제공하는 칭핑 온습도계 리뷰를 발견했습니다. "이건 사야 해!"라는 생각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바로 구매처로 달려갔습니다. 흔히 '알리'로 줄여 부르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첫 구매인데, 한 번 주문하고 나면 기억에서 잊힌 뒤에야 도착한다는 곳으로만 막연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처음 주문을 해 봤습니다. 잊어버리면 제품이 도착하는 곳이라는 소문을 들어 걱정 반 기대 반이네요. pic.twitter.com/fF3VEPzIwW
— 나가토 유키 (@nagato708) July 27, 2021
계정을 만들고 몇몇 판매처를 비교해 본 뒤 저렴하지만 구매평도 있는 곳에서 16.64달러(약 2만원)에 구매했습니다. 첫 경험이라 결제 과정에서 조금 헤매 가주문만 서너 개 만드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실제 주문 여러 개를 넣지는 않았습니다.
참고로 판매처에 따라서 원활한 국제배송을 위해 제품에 사용하는 CR2430 코인 전지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안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당 크기는 큰 다이소 매장에 있는 배터리 코너에서 1000원에 두 개짜리 세트를 구입 가능하지만, 실제 제품을 받아보고 배터리가 없는 걸 확인한 뒤 배터리를 구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알리 발 배송은 하루에 한 번정도 조회해보는데, 조회를 믿을 수 있다면 오늘 오후에 한국에 들어왔다고 하네요. pic.twitter.com/CI2A2uwHGf
— 나가토 유키 (@nagato708) August 3, 2021
인용 트윗에도 적었듯 하루에 한 번 정도 상황을 확인하였는데 주문 하루(7월 27일)만에 송장 번호가 붙었고, 주문한 지 8일만에 한국 세관을 통과해 10일째인 8월 6일에 도착했습니다. 업체나 품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은 달 단위로 기다릴 필요는 없는 듯 합니다.
HomeKit 지원 온습도계가 도착했습니다. 분명 소개 페이지에는 (국제 배송 관련해) 건전지는 포함되어있지 않다고 해서 별도로 구입해뒀는데 막상 뜯어보니 들어 있군요. pic.twitter.com/arLBIpPaX6
— 나가토 유키 (@nagato708) August 6, 2021
상자 크기에 딱 맞는 안전봉투에 넣어 보내서인지 상자 겉은 구겨졌는데, 어차피 상자를 보관할만한 가격대의 제품은 아니어서 본체 파손이 없다면 크게 문제삼을 일은 아닙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본체와 설명서, 접착식 벽걸이, 그리고 배터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서두에서 소개한 한국어 리뷰에서도 배터리가 빠져 있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취급 회사에 따라 국제 배송인 경우에도 배터리를 일부러 빼지 않는 경우도 있는 모양입니다.
뒷면에는 홈킷 QR코드와 벽걸이용 고리가 보이고 받침대를 젖히면 배터리 넣는 공간이 있습니다. 뒷면은 자석 처리되어 있어 냉장고나 화이트보드 등 자석이 붙을 수 있는 수직 면이 있다면 붙일 수 있습니다.
기존 온습도계와 비교하면 크기도 작고 e-ink여서 어느 각도에서나 선명하게 보이는 게 좋더군요. 일정 시간마다 e-ink 특유의 '번쩍임'을 내며 갱신하지만, 항상 시선에 들어오는 곳에 놓거나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다면 거슬리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같은 장소에서 기존 온습도계와 온도는 약 1도, 습도는 약 10%p 차이가 나는데 이건 어느 쪽이 실제와 가까운지 모르겠습니다 예전부터 온도는 다른 간이 온도계(디지털 시계에 들어 있는)보다 조금 낮게 나오는 게 의뭉스러웠기 때문에 칭핑 제품이 실제에 가까운 게 아닐까하는 심증은 있습니다.
HomeKit 연동을 위해 iOS 10에서 기본 프로그램 '제거'를 지원한 시점에 제 iOS 기기에서 사라졌던 '홈'을 '재설치'했습니다. 여담으로 iOS 14에서 프로그램을 숨길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추가되면서 이제는 조금 미묘한 기능이라는 생각도 드네요(그렇다고 기본 프로그램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홈 메인 페이지 상단에 있는 액세서리 추가를 선택한 후 후면 QR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등록됩니다(카메라에서 QR코드 비추어도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알림이 뜸). 다만 온습도계는 직접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어서인지 네모 타일 대신 상단에 별도로 동그랗게 온도가 뜨더군요.
일단 연동만 해 두면 홈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Siri도 답해주며, 단축어Shortcuts를 만들어서 위젯 클릭 한 번으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회사 자체 프로그램 Qingping+ 에서도 온습도 정보 확인할 수 있는데, HomeKit 연동에서도 노출되는 현재 온/습도 정보와 더불어 15분마다 기록한 데이터를 블루투스로 넘겨받아 일/달 추세를 볼 수 있습니다. 설명서에 따르면 기기에서 과거 30일 데이터를 보관하는 모양입니다.
* 2021-08-13 추가
칭핑 온습도계 자체 프로그램은 데이터 정합성에 문제가 있는지 과거 데이터 정보가 푹 튀는 경우가 있더군요. pic.twitter.com/aE9yQXCWmr
— 나가토 유키 (@nagato708) August 13, 2021
외부에서 접근 위해서는 원래는 전용 홈 허브가 필요하지만 Apple TV나 HomePod, iPad가 있다면 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iPad의 경우는 별도 활성화 필요). 설정 후 iPhone과 함께 외출했을 때 확인해보니 잠깐 로딩 후 온습도 정보를 가져오더군요. 흥미로운 건 자체 프로그램도 HomeKit 프로토콜을 경유해서 외부에서도 온도 역사 자료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원래는 가정 자동화 '생태계' 안에서 특정 온도 이상/이하라면 냉/난방기 작동 등으로 연동해서 사용하는 용도이겠지만, 상술했듯 다른 HomeKit 기기가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시험해보지 못했습니다. 연동 부분을 제하더라도 온습도계 자체도 상당히 만족스럽고, 한국에서 비슷한 수준의 온습도계 구입에도 비슷한 비용이 드는 걸 생각하면 온습도계가 필요한 분이라면 쉽게 추천드릴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