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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3개월 달력의 유용함

작년에 세 달이 한 장에 인쇄된 달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실용적인' 디자인에 갸우뚱했는데, 지난 1년 간 직접 사용해보니 제법 편리하더군요. 예를 들어 다음 달 일정을 확인할 일이 있다고 하면 월 단위 달력이라면 앞뒤로 넘기거나 쌀알처럼 작게 인쇄된 '지난달/다음달' 글자를 판독해야 하는 반면 세 달짜리 달력은 한 눈에 날짜를 파악할 수 있으니 일상 생활 속의 작은 마찰이 줄어듭니다. 처음 사용했을 때 작성한 인용 트윗처럼 왜 병/의원에 이런 달력이 흔히 걸려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에서 일정 프로그램을 열어보거나 구글 검색창에 날짜를 입력하면 10년 뒤 1월 1일이 무슨 요일인지도 (참고로 2031년 1월 1일은 수요일) 금방 알 수 있지요. 하지만 아직도 아날로그 시계를 손목에 차고 다니는 사람으로서, 한 가지 일을 잘 수행하는 용품을 발견했을 때에 작은 기쁨과 함께 다른 이에게도 이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오픈 마켓에서는 '3개월 달력' 혹은 '3단 달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상술했듯 사무실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보니 그에 맞는 딱딱한 디자인임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올해는 엄중한 시국 특성상 지인께 한 부 받으러 갈 기회가 마땅치 않아 1월까지 12월의 '다음달' 칸으로 버티다 2월에야 벽에서 떼어냈습니다. 하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속담처럼 날짜를 확인할 때마다 이제는 빈 벽만 버티고 있는 쪽으로 눈이 돌아가더군요. 그래서 염치 불고하고 짬을 내어 2021년 달력도 받아 왔습니다.

2020년 달력과 색 배치를 포함한 디자인이 똑같아 처음 다시 걸어두었을 때에는 '내가 다시 2020년을 살고 있나?'하는 불쾌한 위화감이 스치기도 했습니다.

이왕 종이 달력 이야기를 꺼냈으니 관련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월간 달력에서 일자 표시가 점점 작아지는 게 불편하더군요. 탁상달력을 개인 책상에 두고 다이어리 대용으로 쓰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 짐작합니다만, 한 해동안 펜이 닿는 일 없이 날짜만 빠르게 확인하고 싶은 사람도 배려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용도로는 벽걸이 달력을 쓰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얄궂게도 제가 사용하는 개인 공간은 공통적으로 벽 공간이 부족해 불가피하게 스탠드 형 달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글 주제인 3개월 달력도 붙박이장 문에 접착형 고리를 붙여서 걸어놓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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