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보는 작품도 없고 해서 당분간은 그림 의뢰할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우연히 떠오른 컨셉과 의뢰할만한 분 타이밍이 맞아 새로운 커미션 그림이 탄생했습니다.
각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랫쪽에 풀기로 하고, 우선 그림 컨셉을 설명하겠습니다. 모바일 게임 "소녀전선" P90 캐릭터에 "스타게이트 SG-1" 외계 행성 작전 시 표준 복장 중 하나를 입혔습니다. 막 게이트를 통과해 주변 정찰을 하는 모습입니다.
FN P90은 소총하면 으레 떠올리는 모양과는 다른 형태여서 게임을 비롯해 여러 창작 작품에 등장하고는 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한 예로는 "건슬링거 걸"(2003)이나 "소드 아트 온라인 얼터너티브: 건 게일"(2018)이 떠오르네요.
총기류는 잘 모릅니다만 FN P90는 독특한 디자인이라고 평가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SF 드라마 스타게이트에서도 기본 지급 총으로 쓰이기도 했죠. pic.twitter.com/QsQTM16Wzg
— 나가토 유키 (@nagato708) May 26, 2016
‘스타게이트’ 초기에는 H&K MP5A3를 주로 사용. P90 교체에 대한 작중 설명은 없지만, 탄피가 뒤쪽 아래로 나와서 촬영에 유리하며 작중 환경에서 개인방어무기(PDW)가 효과적인 걸 고려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있죠. 또한 많은 창작품이 그러했듯 특이한 디자인도 한 몫했겠죠.
— 나가토 유키 (@nagato708) August 16, 2018
“P90이 외계 행성을 탐사하는 SG 팀의 주무기로 채용한 게 적합한가?”라는 주제는 커뮤니티의 꾸준한 토론 주제입니다. 무기 쪽은 문외한이라 딱히 덧붙일 말은 없지만, 시즌 후반부에는 HK G36K도 병행하기는 했죠. https://t.co/i9EqJBoI9m
— 나가토 유키 (@nagato708) May 7, 2019
P90은 인용한 트윗에서도 설명했듯 "스타게이트" 시리즈에서 멤버들이 주 무기로 들고 다닙니다. 해당 TV 시리즈는 여타 SF 작품과는 달리 근미래가 아닌 동시대를 바탕으로 하는만큼 지구 무기도 다양하게 나옵니다. 위키에 정리된 목록을 보면 아시겠지만 권총부터 기관총, 산탄총까지 다양한 무기가 등장하죠. USAS-12 산탄총이나 K3 기관총(작중에서는 M249로 등장)처럼 한국과 관련있는 제품도 등장합니다.
* 작중에서(SG1 5x18) 지구식 개인화기가 외계 무기보다 우월함을 자랑하는 장면
또한 단순히 외계 무기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소도구로 낭비하지 않고, 오히려 작중 외계 생명체 발언을 인용하면 '화약가루에 불을 붙여 탄소와 철 화합물로 된 소형 탄을 날리는' 지구 무기가 효과적인 외계의 적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민수용으로 판매 가능하도록 자동 사격 기능을 제거하고 총열을 늘린 PS90을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레딧 등 커뮤니티에 스타게이트를 피처링한 실총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캐릭터는 상술했듯 게임 "소녀전선"에 등장하는 P90으로, 담당 일러스트레이터는 LM7입니다. 픽시브 일일 랭킹에서 처음 접했을 때 캐릭터 분위기나 연출 모두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북마크해뒀는데, 이후 모바일 게임 캐릭터를 그렸다는 소식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커미션 일러스트에 들어간 소재의 배경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제작 과정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결과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림 아이디어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총(P90)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일본 서브컬처 풍 커미션에서는 총같은 복잡한 소품은 추가 금액 이전에 아예 거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첨부하지 않으면 허전한 컨셉 설명 위한 뼈대 스케치. iOS 14에서 메모 배경 텍스처가 없어지면서 서드파티 프로그램도 필요 없어졌는데, 여전히 Apple Pencil에게 미안하긴 합니다. 색을 넣은 이유는 구상 단계에서는 풀컬러 의뢰를 구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달에 서브컬처 부문에서 10달러, 5천원씩 자잘한 지출을 하는 바람에 풀컬러 단가로 계산하면 이번 달 서브컬처 예산이 넘치겠더군요. 그래서 흑백 채색으로 타협했습니다만, 결과물이 나름 분위기 있게 나와 다행입니다.
커미션 과정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만, 방아쇠에 손가락 걸고 있는 걸 중간 즈음에 눈치채서(첨부 1) 이걸 어떡할까 고민하기는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쪽 업계에서는 중간 수정 문제가 민감하니까요. 그래도 정중하게 부탁드렸더니 그 정도는 가능하다며 바꾸어 주셨습니다. pic.twitter.com/4P5SskObyk
— 나가토 유키 (@nagato708) October 28, 2020
p.s. 여담으로 예전에 같은 작가분이 2019년 '낙서' 퀄리티로 같은 캐릭터를 그려주신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