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커미션의 세계는 서브컬처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서 존재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사고를 종종 듣다 보니 조금 저어되기도 했고, 본인 창작 캐릭터-속칭 '자캐'라 하는-가 있지만 이를 표현하기 힘든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이미지여서 나와는 관계없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 트위터 프로필 일러스트 때문에 의뢰해보니 팬아트로도 나름 재밌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 동안 커미션 의뢰에 푹 빠진 기간이 있었습니다. 당시 의뢰했던 작품은 Tumblr에만 올렸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배경 설명을 하는 걸로 글을 시작하였습니다.
"장작은 이 정도면 내일까지 충분하겠제?"
이번 그림 캐릭터는 유루캠의 이누야마 아오이입니다. 작중에서 개그형 괴력 캐릭터(e.g. "케이온"에서 고토부키 츠무기) 포지션은 나데시코가 맡고 있지만 2차 창작의 좋은 점이 무엇이겠습니까. 나름의 창의성을 발휘해 보았습니다.
실력에 따라서는 프로 수준의 작업도 가능한 Apple Pencil과 iPad로 저런 그림이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선화를 보내는 데 매 번 회의감이 들지만, 막상 작업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커미션 의뢰할 때에 스무고개하는 것보다는 이 쪽이 훨씬 좋다고 하셔서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첨부하고 있습니다. 작업은 이틀만에 끝났기 때문에 어떤 구도를 의뢰할까 메모장을 지웠다 다시 쓰고(종이에 했다면 금방 작은 휴지통은 채웠을만큼), 작업하시는 분 일정 맞추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든 셈입니다.
이렇게 끝내기는 아쉬우니 작업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몇 개 소개하자면, 배경 없이 구상했지만 마지막으로 의뢰서용 문장을 다듬다 '그래도 배경이 있는 게 낫겠지?'해서 마지막 1분에 배경 코멘트를 넣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파트에 비해 설명이 부실했지만, 작업하시는 분이 적극적으로 고민해 주셔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단색 체육복에 어떤 어레인지를 해야 할까 고민하는 와중 그리시는 분이 먼저 이름표 아이디어를 내 주셨고, 이를 받아 (여러 의미로) 흔들리는 목걸이형 이름표가 완성본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서두에서 트위터 프로필 이미지로 커미션 세계에 발을 디뎠다고 언급했는데, 마침 이 분에게 처음 의뢰한 그림 또한 현재 트위터 프로필로 사용하는 나가토 유키 전신샷이었습니다.
여담으로 아오이는 유루캠 애니메이션과 그에서 파생된 pixiv에서는 평 그나마 '볼 거리'가 있는 캐릭터로 쓰이고는 합니다만, 원작 만화에서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그런 점을 알기 어렵습니다. 특이한 그림체 때문에 파생되는 현상인지, 의도적으로 그런 부분의 다이얼을 낮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중고 서점에서 3권까지 구해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루캠" 코믹스는 TV 애니메이션과 표현의 결이 다르다는 건 예전에 1권 읽었을 때 말씀드린 바 있지요. 개별 표현만 봐도 아오이같은 경우에도 딱히 스타일이 강조되지는 않습니다. (발췌는 3권) pic.twitter.com/0p4ZVgbfMe
— 나가토 유키 (@nagato708) August 21, 2020
"유루캠" 8화에서 이누야마 아오이. 시리즈로 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죠. pic.twitter.com/hQDN0YOSNI
— 나가토 유키 (@nagato708) April 15,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