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 10월 14일 새벽, 지난 달에 이어 사전녹화 형태로 진행하는 애플 10월 행사에서 올해 iPhone 라인업이 발표될 걸로 보입니다. 행사 앞두고 쏟아지는 관련 소식을 읽다, 곧 2년을 채우는 iPhone XS에 대해 돌아보는 글을 써도 괜찮을 것 같아 글감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2018년 11월에 쓴 단평을 다시 읽었는데, 당시 1주일이 지나도 불만이라던 무게는 이제는 완전히 적응했습니다. 홈 버튼 삭제와 Face ID는 당시에도 지적했듯 호사가들이 세상의 종말처럼 호들갑떨던 게 무색하게 잘 정착하였습니다. 물론 Touch ID와 홈 버튼 모두 아직도 현행 라인업에 남아있긴 하지만 전환은 완료되었다고 보는 게 맞겠죠.
iOS 카메라는 망원에서 원하는 만큼의 광량을 보장받지 못하면 2x를 눌러도 와이드 카메라를 잘라서 촬영줍니다. 그래서 꼭 렌즈를 가려서 전환되었나 확인하는 습관이 들었죠. (당연하겠지만) 0.5x로 표기하는 울트라와이드는 죽이 되는 밥이 되든 해당 카메라를 씁니다.
— 나가토 유키 (@nagato708) October 4, 2020
카메라의 경우 망원은 조명 등 가리는 게 많고 화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정말 가끔만 쓰게 됩니다. EXIF 정보로 지난 2년간 찍은 분류해보면 10%나 될까 모르겠네요. 애플이 11 라인에서 Pro에만 망원 카메라를 넣고 울트라와이드를 베이스모델까지 확대한 데에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사용량 데이터가 관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시 XR과 XS 사이에서 고민하다 후자로 마음이 기운 이유 중 하나였던 3D Touch가 지난 2년 간 모든 제품군에서 사라진 건 지금도 안타깝습니다. 물론 iPhone을 바꾸고 나면 적응이야 하겠지만, 한 동안은 키보드에서 바로 커서 움직이는 기능이 그립겠지요. 참고로 현행 Haptic Touch에서는 스페이스바 롱터치로 커서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2017년 iPhone X이 큰 폼팩터/UX 변화를 주었음에도 상당히 성공적으로 정착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한 XS가 지금 와서도 크게 나무랄 데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상투적이지만 스마트폰 업계의 성장 경사도 점점 완만해져서 아무리 '기기 덕후'라 해도 매 년 바꿀만큼은 아닌 수준까지 오기도 했고요.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배터리 용량이 작다는 겁니다. 작년 11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전작(XR/XS) 대비 배터리 사용 시간이 늘어났다는 걸 유독 강조한 이유가 여기 있었나 봅니다. 모바일 게임 등 배터리를 계속해서 닳게 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배터리 노후가 진행된-현재 91%-시점에서는 가벼운 사용에도 하루 두 번 충전이 필요할 정도로 티가 납니다.
글 작성 시점까지의 iPhone 12 라인업 루머를 바탕으로 하면, 올해 iPhone을 교체한다면 12로 갈 생각입니다. Pro와의 차이점이 LiDAR 들어간 3종 카메라라면 이걸로 200달러 가격차를 메울 수 있을지 회의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식 사양이 나오고 나면 마음을 돌릴만한 차이점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지난 달 발표한(하지만 아직 발매는 하지 않은) iPad Air 4세대와 Pro의 기능 차이를 보면 현재 라인업에서 Pro는 정말로 특정 기능이 필요한 이에게만 어필하는 컨셉을 잡은 걸로 보이기 때문에 생각만큼 큰 격차는 없으리라 예상합니다.
루머에 따르면 5.4인치 mini가 라인업에 추가되면서 X-XS 로 이어내려온 5.8" 크기가 없어지고 12/12 Pro가 6.1"로 수렴했다는데, 이것 또한 3D Touch 유실과 더불어 아쉬운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