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공유기를 교체한 바 있는데, 어쩌다 한 번씩 이전까지는 잘 잡히던 자리에서 통신이 오락가락하더군요. 현재 공유기 위치가 전파 확산만 따지면 가장 좋은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만 송수신이 불량해져도 바로 느껴집니다. 작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AC 어댑터 교체가 살렸지만, 지난달에 다시 비슷한 증상을 보일 때에는 이조차도 효과가 없더군요. 이미 그 때부터 다시 터지는 건 시간문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그래도 이동이 부쩍 줄어드는 시기에 모바일 기기의 인터넷 불안은 참기 힘들어 빠른 교체를 위한 벼락치기 검색에 나섰습니다. 외산 공유기에 대한 환상도 무너진 상황에서 한동안 눈길도 주지 않았던 아이피타임 쪽을 살펴보니, 일반 가정-심지어는 소규모 사무실까지-에 들어가는 저가형 제품이 평판을 깎는 것이지 중급기 이상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평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 말을 믿고 구입한 제품이 모델명 A8004T입니다. 같은 라인에 -XR이 붙은 신형이 있는데, 사측은 내부 부품 변경으로 인한 개선이 있을 수 있다고 광고하면서도 전 모델 대비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는 무선 제품의 특성상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는 두루뭉술하게 답변했더군요. 그래서 가격 차이도 적지 않고, 유명 가격사이트 구매순위도 오리지널 모델이 높은 것과 더해 이 쪽으로 넘어가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아이피타임 공유기로 돌아왔습니다. 일단 밑둥치가 좁은 건 마음에 드는데 성능이나 안전성은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죠. pic.twitter.com/mhxzWRWv5y
— 나가토 유키 (@nagato708) April 7, 2020
사양에 본체 크기는 기재되어 있으니 얼추 놓을 자리에 줄자로 재 보았지만, 상자가 예상보다 큰 데에는 놀랐습니다. 택배 박스를 받고 '왜 이렇게 큰 상자에 보냈지?' 했을 정도니까요. 뜯어보니 충격 보호를 위한 종이 포장이 부피를 제법 늘렸더군요. 안테나까지 활짝 펴서 책상 위에 올려두니 위아래로는 제법 차지하는 공간이 넓어 Wi-Fi 굴뚝같기도 합니다. 다만 공유기 하면 생각하는 넙데데한 디자인과 달리 책상과 닿는 면적은 줄어들어 모니터 뒤쪽에 잘 가려지게 놓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더군요.
본체 뒤쪽에 사선으로 꽂을 수 있는 유선 LAN은 기가비트 지원이지만, 정작 일반 인터넷에 유선으로 연결하는 제품은 한 대밖에 없어 현재 상황에서는 큰 쓸모가 없네요. 메인보드 설명서를 뒤져보니 기가비트 LAN 지원은 하는군요. 또한 부팅할 때 네트워크 연결을 바로 못 잡는 게 여태 메인보드 문제인 줄 알았는데 공유기와의 궁합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오랜만에 쓰는 아이피타임입니다만 특유의 실용적인 관리자 페이지는 여전하네요. 처음에 컴퓨터 언어설정을 따라 영어 인터페이스를 보여주는 걸 한국어로 바꾸는 게 가장 힘들었네요.
안정성에 대해서는 하루이틀만에 알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만 반나절동안 공간 구석구석에서 테스트해본 바로는 잘 되네요. 일단 어댑터는 지난 번 공유기 회생을 위해 별도로 구입했던 12V/2A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요즘 번들되는 제품은 타이머 수준으로 죽지는 않는다고는 합니다만, 아직 반품 버튼도 닫히지 않은 새 제품이니 어딘가에는 써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