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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 엄중한 상황 때문에 개봉이 연기되고 배급사가 하차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 '날씨의 아이'가 10월 마지막 주에 개봉하였습니다. 감독이 직접 내한해서 이틀간 무대인사는 물론 기자회견까지 하고 돌아가기도 했죠.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항상 다시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날씨의 아이' IMAX 상영 프리미어! 관객 여러분 모두 저를 북돋와 주었습니다!

한국에서 '날씨의 아이' 상영 첫날입니다! 무대인사 대기중.

상당히 큰 나기 군이 왔네요! (웃음)

한국에서 무대인사를 끝내고, 예정이 없던 기자회견까지 마치면서 '날씨의 아이' 순회도 일단 마무리입니다. 방한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영어로] 한국에 감사합니다! 모두 영화를 잘 즐기시고 우리의 관계도 좋게 지속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논쟁 두렵지 않아"...'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자신감 (종합). 한국경제. 2019년 10월 30일. (스포일러 있음)

이 작품은 포스터와 영화사 줄거리 이외의 정보는 없이 보러 갔습니다. 트레일러 영상조차 찾아보지 않았네요. 작품 보기 전 다른 사람의 평가나 분석을 읽어보는 성향이기 때문에 이례적인 일입니다. 전작 '너의 이름은.' 처음 볼 때에는 해당 작품이 한국에서 서브컬처를 넘어 들불처럼 소문이 번져나갈 시점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줄거리부터 반전, 이스터에그까지 숙지한 상태로 봤지요.

마침 개봉 첫 주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있어서 조용하게 보러 갔는데, 그래도 아직 첫 주여서 한 관을 하루종일 할당해주기는 하더군요. 엄혹한 시기여서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서문은 충분히 늘어놓았으니 작품 이야기를 하자면, 선행 정보 없이 보러 가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만약 읽어봤더라면, 볼까 말까 미루다 상영관이 없어져 그 핑계로 안 보러 갔을테니까요.

작품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어떻게 마무리할지는 초반부터 작중 인물이 친절하게 설명-막판에는 주제의식을 직접 연설하기도 합니다-해주니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작품에서 풀어나가는 과정이 많이 아쉽습니다. 위에 소개한 기자회견에서도 언급한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괜찮았고,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작화와 음향효과는 여전했습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요. 하지만 그 때문에 스토리에서 오는 좌절감의 낙차는 더 크게 느껴지더군요.

영화의 전개를 A에서 B로 가는 방법에 빗대어 보겠습니다. 보통은 스마트폰 지도를 불러 대중교통을 찾거나, 자차 운전이 가능하다면 내비에서 가장 빠른 경로를 찾아겠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영화 “다이 하드 3”의 맥클레인처럼 도착하는 데에만 집중해 뉴욕 센트럴 파크를 뚫고 지나가며 목적지에 도착하는 느낌입니다.

본 작품은 시놉시스에서도 언급하듯 도쿄의 날씨가 중요한 스토리 포인트죠. 일본의 올 여름 날씨 피해를 생각하면 개봉 시기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일본 내에서도 조금 껄끄러운 작품이었을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내 영화 관객 천만 돌파 행사가 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인해 취소되는 일도 있었고요.

스토리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장면 단위로 왈가왈부하기 시작하면 이것저것 추가 조사도 해야 한다며 글을 안 올리게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애플 마니아답게 이번에도 작중 소품으로 제품이 두루 등장합니다. iMac부터 이제는 단종된 MacBook(키보드를 많이 쓰는 직업이던데 키보드가 괜찮을지 궁금하더군요), 스마트 키보드 끼운 iPad, iPhone 8과 XS, 심지어는 SE 뒷면 로고까지 등장합니다. 심지어는 기본 알림 소리까지 그대로 사용해서 아닌 걸 알면서도 조건반사적으로 놀라게 되더군요. 혹시 배경에 못 보고 지나간 HomePod이 있지 않을까 궁금해질 정도였습니다.

이번에는 소프트뱅크에서 정식 지원을 받았는지 iPhone 좌상단 캐리어도 잘 보이게 박아놨더군요. 하지만 그런 애플 마니아조차도 애플 지도는 미덥잖은지 구글 지도를 쓰더군요. (농담이고, 엔딩 크레딧에 구글 어스가 있는 걸 보면 PPL 때문이겠죠.) 이곳저곳 PPL이 많아서 엔딩크레딧을 보니 협찬 란이 풍성해졌더군요. 가타카나 독해력 대비 스크롤이 빨라 다 읽지는 못했지만 예상했던 몇몇 사명은 찾았습니다.

또한 도쿄가 마음의 고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분답게 이번에도 도시 모습을 잔뜩 보여줍니다. 만약 도쿄 홍보 영상에 애니메이션 연출이 필요하다면 이번 작품을 포함해 등장하는 풍경을 편집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예상보다 글이 길어졌네요. 작품 전체에 대한 한 줄 평가를 하자면, 나쁜 작품은 아니지만 한 번 더 보고 싶은 작품도 아닙니다. 몇 년 전 '너의 이름은.'이 흥행할 때에 예전부터 감독 작품을 오랫동안 즐긴 사람들이 “‘너의 이름은.’은 원래 감독 테이스트가 아니다"라고 비평하던 게 떠오르는데, 그런 분께는 오히려 어필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시선에서 보면 이번 작품도 너무 '성공의 맛'이 난다며 아쉬워할지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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