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2016년 개봉한 "너의 이름은"이 한국에는 2017년 1월 개봉하었습니다. 이미 일본을 포함해 해외에서도 흥행해서 명성이 있었다는 것과 개봉 영화 조합이 좋았던 것도 감안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5일만에 100만 명 돌파, 11일만에 2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유명하지만 여태 정식 작품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광고 클립은 인터넷에서 유통되다 보니 본 적이 있는데요.
위 영상은 2014년 일본 학습지 Z회 광고로 만든 영상인데, 여기에 캐릭터 디자인으로 참여한 다나카 마사요시는 "너의 이름은."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작품 이야기를 하자면 몸 바뀜, 인연, 재난 등 다루는 주제나 이를 전개하는 방식은 전형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많은 이의 관심을 받고, 굳이 감상평까지 남길 정도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건 그런 주제를 잘 엮어 펼쳐내 청자가 작품에 빠져들 수 있게 하는 연출의 힘이겠지요.
이미 작품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보고 영화관에 들어갔기 때문에 첫 감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습니다. 오히려 아무 정보 없이 봤다면 몰랐을 부분까지 볼 수 있어서 좋았네요. (이건 픽션 감상에서 스포일러를 어느 정도로 중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영화를 보면서 무작위하게 생각난 작품은 "딥 임팩트"(1998), "인터스텔라"(2014)의 유명한 STAY! 장면, "인셉션"(2010) 의 꿈에 대한 설명과 마지막 장면 등이 있었습니다.
자막은 중요한 부분에서 오역이 있지만, 예전 어떤 작품처럼 빨간펜 선생이 되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cf. 번역가와의 인터뷰) 다만 상대적으로 노래가 중요한 작품임에도 가사 번역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은 언급하고 싶네요.
노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을 듣고는 뮤지컬 식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예상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군요. 물론 모든 노래를 RADWIMPS가 제작한 만큼 노래가 작중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는 건 사실입니다.
위에서 스토리/소재가 전형적이라고 언급했는데, 그래서인지 비판적인 측에서는 제작진이 연출을 앞세워 스토리의 정합성에 대해서는 방기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조목조목 뜯어 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작품 전체의 감상을 해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렇게 극단적으로 보이는 정도까지 쳐냄으로서 더 나아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여운이 남아 좀 더 알고 싶다면 소설/외전을 읽어볼 수도 있겠고요.
영화를 보고 나오니 왜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고, 심지어는 하루종일 극장에 앉아 있는 사람까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필력이 부족해 그 이유를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인데, 잊어버리고 기억하는 것이 주 플롯인 영화에 대한 감상의 마무리로 적합한 변명일지도 모릅니다.
상술했듯이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매력이 작화에서 나오는만큼 극장에서 보신 분이 평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치 영화 "그래비티"(2013)를 작은 CRT TV로 보면 참 심심한 것처럼 말이죠. 1월 3째주에 신작이 올라오면서 슬슬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도 마지막인 듯하니, 소문만 듣고 한 번 볼까 하시던 분은 가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p.s.
“너의 이름은.”을 보러 갔더니 뒤쪽에 어머님과 함께한 어린이 그룹이 있어 식겁했지만 상영 중에는 조용했습니다. 다만 크레딧 올라오자마자 “이거 너무 단순해서 재미가 없어”하는 바람에 감정이 좀 깨지기는 했지만요.
— 나가토 유키 (@nagato708) January 17,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