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극장판은 2015년 화염의 해바라기를 극장에서 보고 실망한 이후 기대가 사라져 한동안 극장 개봉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개봉작부터 감독이 4대째인 타치카와 유즈루로 바뀌었다고 해서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며 보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극장 개봉 시기를 놓치고, VOD 배포하면 봐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곧 2018년이 끝나려고 해서 얼마 전에 드디어 자리를 잡고 시청했습니다.
한 줄 감상평을 하자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스포일러 없이 요약하면 엄청나게 큰 일이 생기고 코난과 그 친구들이 모든 일을 해결하는 동안 무능한 공권력은 한켠으로 밀려납니다. 주인공 편의주의와 불법행위, (예전보다 자제했지만) 액션 활극도 여전하고요.
그럼에도 ‘나쁘지는 않았다’라고 평한 이유는 이전 몇몇 작품과는 달리 보는 동안에 “이걸 내가 보고 있어야 하나?”하는 회의감이 들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골든 위크, 한국에서는 여름 방학을 공략하는 대중 애니메이션이라는 범위 내에서는 적절했다는 거죠.
액션 부분은 마이클 베이가 빙의한 것처럼 모든 주요 장면에 폭발과 액션을 넣던 전임자와 달리, 이번 작품은 액션을 마지막 장면에 밀어넣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연출도 나쁘지는 않다 생각합니다만, 팬 중에서는 치를 떠는 분도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다만 “트랜스포머” 영화 시리즈의 폭주를 오롯이 마이클 베이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부기영화’의 평처럼, 코난 극장판에서 액션활극을 부각시키는 건 감독 취향 탓만은 아님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려면 ‘화끈한’ 요소가 필요하다고, 적어도 제작위원회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겠죠.
일본에서는 개봉 초반 어벤저스보다 박스오피스 상위에 올라 화제가 되었고, 이후 중국 수출로 세계 개봉 매출 1억달러를 달성했더군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관객수 39만 명으로 코난 극장판 동시 수입작 중에서는 가장 적은 수를 기록했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부정적 평이 퍼져서인지, 당시 영화 편성이 안 좋아서인지 혹은 주 관객층의 피로 때문인지는 모르겠네요.
애초에 작품 비평을 할 생각은 없었으니 곁가지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작중에서 실제 기관이나 서비스를 본뜬 무언가 - NAZU(NASA), Nor(Tor) - 가 여럿 나오는데, 코스트코처럼 생긴 매장이 코스도크COSDOC로 나올 때에는 웃었습니다. 꼼꼼하게 커클랜드 브랜드까지 바꿔 놨더군요. 그리고 Nor는 Tor의 양파 대신 배추를 로고로 사용하는데, 까도 속이 있다는 이미지는 비슷하네요.
또한 엔딩크레딧에 인천광역시와 인천문화재단이 협력 단체로 있고, 실사 장면에서 송도 등을 보여주는 걸로 미루어 작중에서 나온 인공섬 ‘엣지 오브 오션’은 송도를 모델로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막상 작중 연출을 보면 랜드마크를 아예 따 온 것도 아닌지라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