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가서 코난 극장판을 본 건 2010년 개봉한 14기 “천공의 난파선” 이래로 5년 만이군요. 마침 둘 다 키드가 나오는 극장판이군요. 항상 여름 시즌에 개봉하는 데다 전체 관람가의 특성상 운이 없으면 놀이방 들어온 기분이 나다 보니 썩 내키지 않아서, 결국 나중에 IPTV 등에서 볼 수 있게 되면 혼자서 보고는 했죠.
다행히도 이번에는 그 귀하다는 자막상영관을 가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봤습니다. 수입 배급은 CJ 엔터인데도 정작 CGV에는 별로 안 해 주더군요. 그래서 다른 영화관으로 갔는데 당연히 더빙이라고 생각해서 상영 시간만 확인했는데 정작 티켓을 뽑아 보니 자막판이더군요. 자막 글꼴도 굴림체가 아니어서 좋았습니다.
내용 측면에서는 3기 "세기말의 마술사"처럼 키드가 등장하고 실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살을 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연출 측면에서는 3대 감독인 시즈노 코분 스타일을 이어 갑니다. 그래도 해가 지날수록 제가 적응하는 건지 연출의 정도를 잡아가는 건지 볼만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 성격 어디 가는 것 아니라서 벌써 마음이 돌아선 분이라면 이번에도 만족하기는 어렵겠지만요.
스포일러 없이 내용에 대해 몇 가지 언급해 보면 키드가 극장판에서 등장할 때 사용하는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각본가가 17기 "절해의 탐정"과 동일한데, 이번 스토리 전개가 정적인 건 이 사람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 탐정 드라마 각본가로 유명한 분이라는데 그래서 “만화적인” 전개에 약한 게 아닐까 마음대로 짐작해 봅니다. 17기는 배경을 차치하고라도 너무나 재미 없는 작품이어서 왜 재기용한 건지도 의문이기는 하지만, 시청자는 모르는 제작위원회 내의 사정도 모르죠.
글을 쓰기 위해 감상평을 몇 개 읽어 보다가 극장판 주제가 일본에 소장되어 있다 전쟁 중에 소각된 두 번째 “해바라기”를 다루기 때문에 과거 회상으로 2차대전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요즘 시대가 험악하다 보니 해당 묘사가 거슬렸다다는 평을 봤습니다. 마침 각본가도 17기와 같으니까요. 하지만 일본에서 고흐 좋아하는 거야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폭격 이야기도 클리셰한 스토리 연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너무 짧고요.
저를 거슬리게 한 것은 스토리도, 자막도 아닌 한 등장 인물의 연기였습니다. 제가 일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특별히 목소리에 민감한 것도 아니지만 대사 할 때마다 목소리가 신경 쓰일 정도였으니까요. 영화관을 나서면서 검색해 보니 역시나, 원래 탤런트인데 게스트로 출연했더군요. 더빙을 봤더라면 다른 부분에 대한 비평도 좀 더 할 수 있었으려나요?
전체적인 평가를 하자면 작년 18기 "이차원의 저격수"가 나았습니다. 코분 감독 작품 중에서는 가장 나은 작품이라고까지 평하고 싶네요. 쓰다 보니 글이 산으로 가서 정작 이번 작품 평가는 거의 없는데, 어차피 코난이야 장기 작품이 되어서 볼 사람은 볼 테니 그냥 제 생각을 기록해놓는다는 의미로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번 작품이 또 다시 최고 흥행기록을 갱신했는데, 이래서는 당분간은 코난 완결을 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 줄 평: 더빙판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