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구입한 컴퓨터 케이스는 올 초 부품 교체에도 살아남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전원 버튼이 고장나 리셋 버튼으로 연결해 둔 지도 오래 되었고, 전면 팬과 그릴 간 간섭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중간 필터를 뜯어내야 했죠.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전원으로 갈음한 리셋 버튼도 두어 번 눌러야 작동하더군요. 올 초 조립할 때를 포함해 케이스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여태 미룬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케이스 추세 때문이었습니다. 조립형 컴퓨터가 코어 사용자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저가형조차 아크릴 측면과 LED 팬을 피할 수가 없더군요. 이번에는 고민으로 끝나지 않고 구매할 수 있던 이유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 교체형 배터리가 귀한 것처럼 시장의 흐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제조사에서 운영하는 리퍼몰에서 구입해 시장 가격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가져왔습니다. 신품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글이 있어 구매했는데 옆면 아크릴에 흠집이 조금 나 있는 것 외에는 흠을 찾을 수 없었네요.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컴퓨터 하드웨어 지식은 조립이 필요할 때에 바짝 끌어 썼다 사라지기 때문에 매 번 조립은 새롭습니다. 특히 옆면 개방 구조로 인해 뒤쪽에서 PSU 선을 가져오는 일종의 선정리를 어느 정도까지는 강제하고 있기에 새로운 도전과제가 추가된 셈이죠. 눈대중으로 선을 뺀 채 작업하다가 작업 중반부에 뒷면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선을 뺄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를 시정하려면 1/3 정도는 되돌려야 해서 그냥 우회해서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전면 팬이 두 개입니다만 소음과 현란함을 조금이라도 줄여볼까 싶어 한 개만 전원에 연결했습니다. 어차피 겨울이어서 열이 꽉 들어찬 상태도 아니고요. 사진에서 슬쩍 보이는 옆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예쁘게 정리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후면 팬에는 LED가 없고, 본체는 하단에 있기 때문에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으면 흉한 모습이 눈에 걸리지는 않습니다.
이틀 정도 사용해 본 바로는 기존 케이스와 소음 프로필이 달라 아직까지는 조금 신경이 쓰이는군요. 하드디스크의 경우 저가형이여서 특별한 저감장치 없이 하단에 끼워넣는 식이어서 소리가 이전보다 크게 올라옵니다. 다만 저가형 케이스에서 대단한 소음 완화를 기대할 수도 없을 뿐더러 사용하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다른 기저소음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