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 뜬금없이 영등위에 등급심사를 받는다는 소식 이후, 5월 초에 6월 13일에 개봉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올라왔죠. 사실 BD로도 몇 번 봤지만 그래도 수입해준다고 하니 한 번 보러 갈까하는 생각은 있었죠. 그런데 이번주에 개봉관 뜨는 걸 보니 매우 제한적이어서, 이걸 멀리까지 보러 가야하나 어제까지도 고민했는데 결국 보러 다녀왔습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에 갔더니 이런 큰 전시물이 있습니다. 알고보니 지난주 시사회를 여기서 했더군요. 그 때의 흔적입니다. 다만 전단지 놔두는 곳에는 전단지가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밑에서 다시 하도록 하지요.
어쨌든 영화를 보러 들어갔습니다. 대충 100명 정도 들어갈 관인데 의외로 사람이 있습니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20~30명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10명도 안 되는 분과 본 경우도 있던데 하던데 말이죠. 그런데 들어가다 보니 어떤 분이 케이온! 전단지를 들고 계시는 게 아닙니까. 순간 “어디서 가져오셨어요?”라고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제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극장판 자체에 대해서는 이제 와서 더 언급하는 것도 웃기겠지요. 다만 소리같은 경우에는 제가 집에서 쓰는 스피커가 문제인지 극장이라서 그런 건지 효과음이 굉장히 잘 들립니다. 저런 소소한 데까지 다 효과음을 넣었구나 싶더군요.
2013년 6월 19일 추가
수입배급사에 확인해본 바에 따르면 자막을 제작할 때 영어 대본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향후 더빙이나 DVD/BD 출시때는 일어 대본 기반의 번역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다만 자막과 관련해서는 좀 할 말이 있습니다. “총체적 난국”이라면 조금 오버겠지만, 좀 신경쓰이기는 합니다. 그냥 단순하게 “성 이름 구별을 통일한다”거나 ~짱 같은 표현을 순화한다거나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뭔가 다듬으려다 잘라서는 안 될 부분까지 잘라낸 느낌입니다.
* 아즈사에 대한 호칭이 전부 “아즈냥”입니다.
작품에서 “아즈냥”이라고 부르는 건 유이 뿐이죠. TVA 1기에서 보면 아즈사를 어떻게 부르는가로 유이 변장을 한 우이를 알아내기도 합니다. (우이는 “아즈사 짱”이라고 부릅니다) 차라리 유이의 아즈냥이 아스사가 되었다면 이 정도로 신경쓰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면서 리츠는 또 다 “리츠”로 지칭합니다.
* 아즈사가 자꾸 반말을 씁니다.
영화 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계속 고민해봤는데, 대본만 봐서 존대 문구가 없는 부분만 그렇게 만든 것도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 번역가가 영상을 다 보면서 하는 게 아니라 대본만 보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헛갈린건지도 모르죠.
* 문장을 다듬으면서 의미가 달라진 게 좀 있습니다.
물론 번역기같이 말하는 걸 그대로 옮겨쓰는 것이 번역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접근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대사에 손을 대면서 뉘앙스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이가 “뭇땅(아즈사 기타의 별칭) 놔두고 갔다” 할 떄는 대명사로 “기타 놔두고 갔다”라는 식으로 해 놓고 다음 대사에 미오가 “무스탕이겠지” 하는 부분은 그대로 살렸습니다. 다듬을거면 다듬고 남길거면 남길 일인데 말이죠.
* 오역과 빠진 대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맡아주다”(預「あず」かる) 를 이용한 말장난으로 あずきゃっとく(AzuCat토쿠)라는 말을 쓰는 부분이 있습니다. 나중에는 아즈사가 “유행하고 있잖아?”라는 식으로 언급하기까지 하는데 앞에서는 전부 평범하게 번역하고 마지막의 아즈사 대사 번역을 생략해버립니다. 저런 말장난이 번역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건 인정하지만, 인터넷 자막도 아니고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어렵다고 아예 빼 버리는 건 조금 그렇네요.
* 기술적인 문제로 넘어가면 자막이 구식 자막입니다.
분명 “디지털” 상영인데 왜 굴림체도 아닌 묘한 글꼴인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그림자 효과가 없어서 배경이 밝은 색이면 자막이 잘 안 보입니다. 그리고 삽입곡에는 다 번역가사가 들어가 있습니다만 엔딩에는 없습니다. 크레딧 BGM(후와후와 타임)이야 그렇다쳐도 영상 있는 Singing! 부분은 넣어줬어도 될 텐데요.
* 영어 대화 부분은 좀 더 말끔하게 처리할 수도 있었습니다.
영어 대화하는 장면에서 어떤 경우에는 ‘아이 러브 스시’ 식으로 영어를 남겨뒀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냥 번역을 해 줍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자막에는 이게 영어라는 어떤 언급이나 표시 (다른 색 등) 없기 때문에 못 알아듣는 이벤트 (스시가게나 호텔에서)에서 조금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물론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제가 알기로 극장판 자막에도 색 정도는 넣을 수 있을텐데 말이죠. 아쉽게도 지금 케이온! BD를 바로 돌려볼 수가 없어서 일어자막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이 안 되네요.
* 자막에서 감독명을 “나오코 야마다”라고 썼습니다.
틀린 건 아닙니다만 이런 식이라면 <반지의 제왕>,<호빗> 감독은 “잭슨 피터”고 <인셉션> 감독은 “놀란 크리스토퍼” 이며 <이웃집 토토로>의 감독은 “하야오 미야자키” 겠군요.
어째 자막 관련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졌네요. 하지만 보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이 정도로 제한상영되는 영화를 배경 지식 없이 보러 오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품질은 곤란하네요.
그렇게 영화를 다 보고, 그냥 돌아가려다 전단지에 재밌는 오타가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다시 안내센터로 내려갔습니다. 직원한테 물어보니 자재창고에까지 들어가서 케이온! 전단지를 찾아다 주었습니다. 아마 영화관에서 봤던 그 분도 그렇게 받아내지 않았을 까 싶네요.
*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전단지에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스토리 부분에 다 아즈냥이라고 써 놨습니다. 이 쯤되면 수입 관계자 중에 아즈사의 열렬한 팬이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문마저 듭니다.
캐릭터 소개 부분을 보면 일단 눈에 띄는 “아스나”가 있습니다. 차라리 아즈냥이라고 써 놨으면 유머가 완성됐을 텐데요. 유이같은 경우에는 “기타”를 일반명사로 써 놨습니다. 이건 자막에서도 동일합니다.
미오같은 경우에는 “쿨하고 침착한 면 뒤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 있는 게 아닐까요?
리츠는 소개 자체는 괜찮지만 “케이온 클럽”이라는 용어가 걸립니다. 스토리에서는 “경음부”라고 써놓고 왜 밑에는 어정쩡한 일영 조합이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각각 다른 사람이 쓴 걸까요?
어째 아쉬운 점만 가득한 글이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보고 온 걸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워낙 개봉이 제한적이라 보러 가라고 추천하기도 좀 그렇습니다만 기회가 닿으면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