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구입한 데스크탑이 있습니다. 린필드 i5-750에 4GB RAM 등 당시에는 무난한 사양으로 조립했죠.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이 컴퓨터에는 사연이 많습니다. 2013년에도 데스크탑의 굴곡에 대한 글을 썼죠.
글을 쓴 계기가 된 새 케이스는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지만, 마감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는지 분해할 때마다 팬 소음이 생겼다 없어졌다 합니다. 다행히도 최근 분해 이후로는 조용하네요.
한 컴퓨터에 무려 세 종류의 그래픽카드를 샀지만 아직까지도 잊을만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큰 마음먹고 새로 산 마지막 카드는 무작위로 화면 출력을 거부하기까지 했죠. 매번 글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에도 몇 번 문제가 있었고 현 시점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2010년 처음 VGA 교체를 위해 임시로 구입한 GeForce 240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차피 게임은 안 하기 때문에 H264 영상 가속만 된다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고, 화면이나 잘 찍어주면 그만이니까요.
2015년에는 파워서플라이가 작동을 중단했습니다. 2009년 당시 구입했던 서플라이가 이후 속칭 "뻥파워" 논란에 휘말려 회사가 공중분해됐더군요. 지금까지 뻗지 않은 것만으로도 용한 일이었죠.
'09년 데스크탑 중노동 현장. 이런 일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다 여러 이유로 CPU 업그레이드는 하지 않았으나 케이스부터 파워서플라이까지 다양한 부품이 교체되었습니다. pic.twitter.com/XapMHIrX36
— 나가토 유키 (@nagato708) February 25, 2016
최근 서멀구리스를 두번째로 바르고 로드 테스트도 할 겸 동영상 인코딩을 돌렸습니다. 약 5시간이 소요되었고, 다행히도 CPU가 오버히트하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신형 CPU로 업그레이드하면 어떨지 고민했습니다. 어긋난 단추를 다시 끼운다는 마음도 있었고, 이런 일을 겪으면서 컴퓨터에 대한 믿음이 떨어져 조금 과장하자면 언제 도로에 퍼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차를 몰고 다니는 운전자가 된 기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CPU 세대가 바뀔 때마다 메인보드도 새로 구입해야 하고, 메모리 스펙도 하위호환이 안 되는 DDR4로 바뀌었기 때문에 결국 핵심 부품은 다 구입해야 합니다. 게다가 2012년 노트북을 산 이후로는 데스크탑 중요도가 떨어져 추가 투자에 주저하기도 했고요.
그래픽이 더 이상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고 한다면 현재 가장 걱정되는 부품은 하드디스크입니다. 물론 중요한 자료는 백업이 되어 있지만 HDD가 깨지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좋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니까요. 현재 제품을 외장으로 돌리고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안도 고려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