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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카메라 이야기 - 니콘 D80

니콘 D80 + AF NIKKOR 35mm f/2D

제 블로그에 올라오는 사진을 책임지고 있는 니콘 D80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찍어 올리기 때문에 모든 사진을 책임지고 있지는 않지만요. 2012년에 쓴 글에서 지나가듯 언급한 적이 있는데, 요즘따라 이상하게 눈에 밟혀서 결국 별도의 글을 쓰게 되었네요.

이 카메라를 산 게 2007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 일렬번호를 보니 6년에 약 5500장 찍었네요. 하지만 대부분은 실내 사진입니다. 가끔씩 기분이 나면 밖에 들고 나가기도 합니다만 애초에 제가 별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그나마 최근에는 나가더라도 스마트폰으로 한두장 찍고 – 기록의 목적으로 – 들어오는 통에 카메라에는 좋다는 빛이 닿지 않고 습도가 적은 서랍장에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구입 당시에는 야심차게 단렌즈와 기본 줌렌즈까지 구입했습니다만, 결국 실제로 사용하는 동안 대부분의 사진을 35mm 단렌즈로 찍었습니다. 가까이 찍고 싶으면 앞으로 가고, 많이 담고 싶으면 뒤로 가야 하는 방식이었지만 적응되면 그냥저냥 찍을만합니다. 여행갔을 때도 저 렌즈 하나만으로 모든 사진을 찍었으니까요.

제가 DSLR을 구입했던 2000년대 중후반에는 DSLR이 한창 유행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조금 과장해서 동네 마실가는 사람도 남녀를 막론하고 검은 DSLR을 둘러메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2008년 등장한 미러리스 렌즈교환식 카메라가 훨씬 가벼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좋은 화질의 사진을 제공하고, 스마트폰의 고급화에 함께 카메라 성능이 향상됨으로서 이제 DSLR은 다시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의 영역으로 돌아가는 듯합니다.

글을 그냥 끝내자니 마무리가 없는 것 같아 Flickr에 정리해둔 D80으로 찍은 사진 갤러리를 공유하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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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물건을 버리는걸 못한다고 말해도 좋습니다. DSLR을 두 대를 가지고 있는데(EOS 20D와 50D), 처음 것은 센서에 이상이 있는데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느트머리에 시작해서 3만5천장을 넘게 찍은 물건이라 도저히 버리질 못하겠습니다. 풍경이나 건물보다는 사람들을 찍는걸 좋아했습니다. 그때 대충 어림 셈을 해보니 거의 9할 쯤이 사람이었을테니, 3만개의 얼굴을 담은 셈이었죠. 당시에는 역시 학생들에겐 DSLR은 고가인 물건이라 절친 두명이 들고 여행을 가줘서 덕분에 저도 못간 독도, 국외로는 도쿄, 뉴욕과 캐나다쪽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가본 운이 좋은 녀석입니다. 도항한 국가만 서너군데 될 것 같은데 정작 저는 일본 외에는 가본적이 없습니다. 친구가 뉴욕의 대중적인 식당에서 밥을 먹노라니 나이가 든 남자가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느냐, 카메라가 참 좋구나'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프로 기종도 아니지만 연배가 있는 미국인들에겐 그런 인식인지 모르겠습니다. 50D를 쓰면서 나가토님과 비슷한 연유로, 사람 만날 기회가 줄어드니 사진도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커다랗고 큼지막한 DSLR을 앞에 두고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사진은 찍을래야 찍을 수가 없습니다. 그게 전문이었는데 그걸 못하니 자연스레 열이 식을수 밖에요. 지금은 잡다한 물건을 찍을 때가 많다보니 한창 열이 올랐을땐 EF 24-70L를 쓸 정도로 미쳤었습니다만(버릇 때문에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거함 거포주의 시대의 거대 함선이 그러했듯이 쓸쓸한 말로를 걷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은 EF-S 17-85라는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저렴한 렌즈로 찍은것이 대부분입니다. 작고 가볍고, 초점거리가 거의 올라운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 했으니까요. 게다가 IS도 있습니다. 지금도 예전 2000년대 중후반의 블로그 포스트를 살펴보면 비슷한 연유로 굳이 DSLR을 사지 말라고 한 글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한창때나 지금이나 결국 작고 가벼운 것이 정의라는 걸 늘 느끼고 있었다는거죠.

    여담으로, 유행을 따라 파나소닉의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를 하나 샀는데 그 녀석은 20mm 렌즈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파나소닉의 20mm가 당시에 워낙 호평을 받던 좋은 렌즈이기도 했지만(F1.8에서 상당한 선예도가 있습니다), 한번 타이밍을 놓치니 다른데 돈 쓸 곳이 많아 렌즈를 살 엄두가 안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