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써봐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제야 글로 남기네요.
처음 맥 OS 를 써본 건 2001년이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파워맥 G4 기종이었죠. 기본 사양이었지만, 가격이 상당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처음 살 때는 클래식(Mac OS 9)이었지만 마침 같은 해에 OS X가 나와서 나증에는 OS X도 깔았죠.
2004년 OS X 10.3 팬서를 돌렸을 때입니다. 얼마 전에 정리할 때 보니 아직도 설치 DVD가 있더군요.
하지만 막상 별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구매 목표는 동영상 편집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도 동영상 편집하는 시대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동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컴퓨터가 버거워하던 시대였으니까요. 결국 Firewire로 몇 번 원본만 뜨다가 접어버렸습니다. (참고로 컴퓨터까지 사게 만들었던 문제의 미니 DV 테이프는 아직도 집에 있습니다.) 게다가 OS X를 설치할 시점에는 이미 몇 년 전 사양이라 최신 컴퓨터에서 시연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돌아가지도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게다가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지만 당시에는 윈도우를 벗어나면 할 수 있는 게 마땅히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인터넷도 제대로 못 했죠. 그래서 저 컴퓨터에 물려놓은 모니터는 PC보다는 TV 상태에 더 오래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애플 제품과의 연이 끊어진 것은 아닙니다. 2004년에는 아이팟 미니 1세대를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참고로 이 제품은 2세대까지만 나오고 이후에는 플래시메모리 기반의 아이팟 나노로 넘어가게 됩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알루미늄을 썼습니다. 당시 이 색은 애칭으로 “슈렉팟”이라고 부르고는 했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리버나 코원(당시에는 거원)가 MP3P 시장을 지배하던 시기였죠. 그래도 나노가 나오고 나서는 그래도 많이들 들고 다니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도 심심하면 논쟁거리가 되는 iTunes가 필요했는데, 별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나봅니다.
2007년에는 아이팟 터치를 삽니다. 2007년 초에 애플이 “혁명적”인 아이폰을 발표하고 난 뒤, 전화 모듈을 빼고 나온 제품이죠.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들어오는 건 2년 뒤인 09년 말이나 되어야 하니 아직은 먼 이야기였죠.
저 때는 아직 앱스토어도 생기기 전이라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JB(탈옥)하지 않으면 한국어 키보드도 없던 시절이었죠. 게다가 지금처럼 어디나 와이파이가 깔려있는 것도 아니고, 모바일 접속에 적합한 웹페이지가 많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시로써는 꽤 큰 디스플레이여서 동영상 보기 좋았던 기억이 있네요.
이 때 터치보다는 이후 아이폰 3GS를 만졌을 때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터치 1세대는 잠깐 만지작거리다 중고로 팔아버렸거든요. 당시에도 흥미로운 기계라는 생각이야 있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죠. 하지만 2년의 시간이 지나고 3GS를 만지고 나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이었으니까요.
2008년에는 아이팟 나노 4세대를 샀습니다. 한국에 출시되고 바로 사려고 제법 멀었던 매장까지 직접 다녀온 기억이 나네요. 이건 생긴 모양이 꼭 쿠크다스같습니다. 마침 색도 노란색이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지요.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가로로 놔두면 커버 플로로 넘어갑니다. 다음 해 아이폰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계속 MP3P 역할을 해 줬죠.
개인적으로는 나노 시리즈에서는 이 디자인이 제일 괜찮은 것 같습니다. 나노 1~2세대의 클래식 아이팟을 줄여둔 듯한 디자인을 좋아하시는 분도 많지만요.
2009년에는 아이폰 3GS를 구입합니다. 수많은 떡밥과 낚시를 넘어 출시된 물건이죠. 예약할 때 못 하고 나중에 사느라 대리점에 엄청나게 전화를 해댔던 기억이 납니다.
2010년에는 아이폰 4를 구입했습니다. 3GS는 6개월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았지만, 4는 2년을 넘게 사용했습니다. 통조림이다 파란 멍이다 말이 많았지만 저는 참 만족하며 썼습니다. 핸드폰 변천사와 관련해서는 작년에 쓴 글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같은 해에 아이패드도 구입했죠. 1세대는 한국에는 꽤 늦게 들어왔는데,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한국어 키보드를 빼버리기도 했죠. 사실 저도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다른 사람처럼 “저런 넙데데한 게 무슨 쓸모가 있겠어?” 했는데 막상 사서 써보니 참 편하더군요.
이 시기(2009년)에 컴퓨터를 새로 바꿀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맥을 살까도 고민했죠.
결정적으로 안 사게 된 이유는 옵션으로라도 블루레이를 달 수 없다는 겁니다. 물론 외장으로 연결하면 되기야 했겠지만 안그래도 동사양 조립보다 비용이 더 드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결국은 평범하게 조립 PC를 맞췄죠.
2012년에는 아이패드 3세대를 구입하게 됩니다. 당시 발매 첫 날 아침같이 달려가 받아왔죠. 1세대 쓰다가 넘어가니 너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같은 해 말에 4세대가 나오게 되면서 이래저래 화제를 끌게 된 제품이기는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의 마지막을 장식할 제품은 아이폰 5입니다. 처음으로 흰색으로 구입했는데 이런 배색도 나쁘지 않네요. 6개월 정도 사용했는데 별 불만은 없습니다.
위에서 09년에 맥 데스크탑을 구입하려다 포기한 사례를 이야기했습니다만, 작년에도 맥 노트북을 구입할까 고려하다 결국 다른 걸 샀습니다. 2012년 WWDC에서 고해상도의 레티나 맥북 프로 15인치가 발표되었고, 마침 노트북이 하나 필요하던 시점이라 저걸 한 번 사볼까 했지만 비싼 가격과 크기 때문에 타협해서 13인치 삼성 시리즈 9을 샀죠. 10월에 13인치가 나오기는 했지만, 어차피 10월까지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그렇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찍은 애플 기기 사진을 더 보고 싶으신 분은 flickr 페이지로 들어가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