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iPhone 17 발표 키노트부터 제품 구입, 1주일 사용 단평까지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시간 9월 10일 새벽, 애플이 키노트로 iPhone 17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iPhone 15을 구입한지 2년이 지나서 갑자기 외적 이슈로 한국 제품 가격이 2배가 되거나 하는 '벼락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면 살 예정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담담하게 공개된 정보를 읽었습니다.
새 제품이라는 이유로 루머 단계에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Air는 공개 전에도 '굳이?' 싶었지만 키노트에서 eSIM 전용이라는 언급을 듣고는 누가 30만 원을 얹어 준다고 해도 거절할 정도로 제 관심사에서 멀어졌습니다. (참고로 올해 17 라인은 이전까지는 미국 한정이었던 eSIM 전용 제품 판매 지역을 확대했지만 다행히도 대한민국은 대상이 아니야)
가장 중요한 가격 책정은, 베이스 용량을 256GB로 올렸으나 미국 달러 기준으로는 작년 16 128GB 제품과 동일하게 799달러. 하지만 한국은 환율 적용이 1450원대여서 16 128GB 대비 4만 원 인상된 129만 원입니다. 물론 16 256GB (899달러/140만 원)와 비교하면 한국 원 기준으로도 약 10만 원 낮아진 가격이기 때문에 생각하기 나름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iPhone 베이스 용량 변화(그래프 제작 협조는 Gemini). 확실히 16GB 시대가 길기는 했군요. pic.twitter.com/Fa2qt8eM1e
— Paranal (@nagato708) September 10, 2025
작년부터 대한민국도 iPhone 키노트가 열린 주 금요일(올해는 9월 12일)에 예약받고 다음 금요일(21일)에 출시하는 속칭 '1차 출시' 지역에 포함되었는데, 이 열차에 탑승하는 건 처음입니다. 2년 전 15 구입할 때까지만 해도 리셀러에서 할인 등 자잘한 혜택을 뿌렸는데,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카드사 할부 개월 수를 길게 주는 것조차 혜택이 될 정도로 메말랐더군요.
올해 iPhone을 구입하겠다는 건 연초 소비 예산 잡을 때부터 준비하고 있던 부분이고, 기기 색깔은 키노트 끝나고 공식 렌더링과 유튜버 영상 몇 개를 본 뒤에 결정했지만 어디서 구입할지는 과장 없이 예약 주문 시작 30분 전까지도 고민했습니다.
결국 첫날 받는 걸 우선해 온라인 애플스토어로 향했고 20시 59분 59초에 iPhone에 미리 설치한 애플스토어 프로그램을 켰는데 대기 화면이 뜨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뒤로 가기나 새로고침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주워들은 게 떠올라 기다리니 몇 분 뒤 스토어가 로딩되었고, 좌고우면 않고 바로 iPhone 17 화이트 256GB 옵션으로 주문했습니다(처음 프로그램 설치할 때 미리 다른 제품 장바구니에 넣어서 결제 직전까지 한 번 들어가 본 게 도움이 되었네요).
그렇게 19일 도착 주문을 뽑아놓고 '다른 리셀러 쪽은 어떤가?' 했는데 순식간에 품절되었더군요.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니 17 일반 제품은 리셀러 쪽에서도 구매 링크가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초 단위로 매진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애플 공식 스토어도 결제 페이지에서 지체해 1차 물량이 끝나면 주문 자체가 초기화된다는 피해 사례를 공유하던데, 이곳저곳 간 보지 않고 먼저 한 군데서 주문하길 잘 했다 싶었습니다.
기기 별로 어느 정도 주문이 들어왔는지는 관계자만 알겠지만, 예약일 21시 30분경 리셀러 페이지를 돌아다녀 봤을 때 17 일반은 상술한 대로 이미 품절되었지만 17 Pro나 Air는 조합에 따라 주문 페이지가 열려 있었습니다. 공식 스토어도 17은 색깔이나 조합에 따라 10월까지 밀리는 경우가 있던데 나머지는 19일 수령으로 받을 수 있는 조합이 제법 있더군요. 17의 경우 화이트/블랙/세이지는 10월 첫째 주까지 말렸지만 블루/라벤더는 여전히 19일 수령으로 떠서 스마트폰에서조차 한국인의 무채색 사랑은 계속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색깔은 금방 골랐다고 말씀드렸는데, 새로운 기기를 쓰는 기분을 낼 겸 기기를 검정-흰색으로 번갈아가며 구입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15은 블랙으로 구입했으니 오랜 틱톡 전통에 따라 이번에는 화이트.
iPhone 16처럼 유채색을 화끈하게 썼더라면 유채색을 구입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17 라인업은 채도를 낮춘 걸 보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유채색 3종 중 청색 계열인 미스트 블루가 제일 '재미없는' 색인 느낌이더군요. 그나마 녹색 계열 세이지는 나름 개성 있어 보여서 잠시 고민했지만, 패턴을 바꿀 정도로 예뻐 보이지 않아서 무채색으로 최종 낙점.
키노트 직후 소셜 미디어에 16 색깔 최종 승인한 임원이 이직 혹은 좌천 당했나보다고 농담 삼아 썼는데, 평론가들이 "재밌는 색"을 외치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Pro 라인업에 아예 검은색 계열을 없애고 형광 오렌지-공식 명칭은 '코스믹 오렌지'-를 넣은 것도 그런 호사가들에게 '옜다' 한 느낌이 있긴 합니다) 다들 케이스를 쓰다 보니 본체가 너무 튀는 건 불호가 있었나 싶습니다.
제품은 18일(목)에 송장이 나와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기억이 맞는다면 애플 온라인스토어 제품은 DHL 등 특송 업체가 국내 배송을 이관하는 형태인데, iPhone 초도 물량 같은 경우는 이미 한국에 들어온 물건을 배송하는 방식이여서인지 CJ대한통은 송장이 나왔습니다.
다음 날 도착할 때에는 드물게도 택배 기사님이 직접 전화 주셔서 인편으로 꼭 받아야 하니 도착지에 사람이 있나는 연락을 주시던데, 아예 상자에 대면 배송 요청 스티커가 붙어 있더군요. 아마도 분실 등 클레임 요소 차단을 위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발송인은 Apple KR Domestic이고 주소는 경기도 군포시 소재 쉥커코리아로 되어 있는데, 검색해보니 B2B 전문 물류 회사인 모양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송장에서는 출발 센터를 'KT알파센터'라고 표기하던데, KT알파가 동명의 쇼핑몰도 운영하다보니 국내물량 처리를 대행하는 모양 (해당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이전 iPhone 초도물량 또한 같은 업체에서 보냈다는 언급이 있어).


애플 특유의 맞춤형 상자에 들어 있는 제품. 구성품은 본체, 케이블(iPad Air처럼 천 재질), USIM 핀. 유심 없는 버전이라면 핀도 없을 테지요.
17 Pro/Air와 달리 뒷면에 세라믹 실드가 없는 매트한 느낌이 나쁘지 않아. 45도 각도로 배치된 것보다 신호등 느낌으로 바뀐 카메라 섬(정확히는 해당 디자인은 16에 바뀌었습니다만)도 마음에 들었네요. 다만 Magsafe 지갑을 붙여 보면 15 대비 미묘하게 하단이 좀 더 흔들리는 기분입니다. 자성이 달라졌다는 정보는 없으니 후면 재질이 바뀌면서 마찰이 줄어들었다고 짐작해 볼 따름입니다. 저처럼 별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케이스를 사용할 테니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요.


15와 공식 수치를 비교해 보면 높이가 약 2mm, 무게는 약 6g 늘었습니다. 단 양손에 하나씩 들면서 천칭 놀이를 하지 않는다면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진은 없습니다만 USIM 트레이가 가로로 긴 모양에서 세로로 긴 모양으로 바뀐 게 눈에 띄더군요(검색해 보니 해당 부분은 16에서 바뀐 듯).
이번 17 라인업은 디스플레이에 'Ceramic Shield 2'를 썼다고 자랑하는데, 사측 자료에 따르면 전작 대비 긁힘 방지 성능이 3배 향상되었다고 하네요. iPhone Air/17 Pro의 경우 후면에도 해당 재질을 사용했다고 합니다만 17은 16과 비슷한 폼팩터를 유지해서인지 전면 디스플레이에만 적용.
세라믹 실드 도입 이후로 '와장창' 수준의 충격에는 강해졌을지 모르겠으나 잔흠집에는 약해진 느낌이라-iPad 카메라의 성능 덕에 잘 안 보이지만 15 전면 디스플레이에도 자잘한 상처가 있어-이 부분이 나아질는지 궁금하네요.
또한 반사 코팅을 강화했다는데, 인공 조명을 비추어보면 확실히 반사를 억제했다는 건 보이지만 평범하게 맑은 날 바깥에서 사용해 봤을 때에는 반사 억제 때문에 화면이 더 잘 보인다고 체감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디스플레이 베젤은 눈에 띄게 줄었는데, 이것도 이전 기종을 봤을 때 '역체감'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고, 단독으로 쓸 때는 비교삿만큼 티가 나지 않더군요. 어차피 iOS 내부적으로는 포인트 비율을 쓰기도 하고, 같은 웹페이지를 띄워 보아도 한 줄이 더 보일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게 기기를 눈으로 한 바퀴 둘러본 뒤 바로 부팅해 15에서 마이그레이션하려는데 17 라인업 한정으로 배포된 26.0 제로데이 업데이트가 있어 그것부터 기다려야 했습니다. iPhone이 USB-C로 바뀐 데 대해 다들 충전 이야기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기기 간 마이그레이션 할 때 두 대를 케이블로 연결하기만 하면 유선으로 데이터 전송하는 기능을 쓸 수 있게 된 걸 좋아합니다. 물론 Lightning 기기 간에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비싼) Lightning-USB 3 카메라 어댑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쓰는 사람은 그걸로 영상 찍어서 어댑터 값을 벌 수 있는 유튜버 말고는 없었을 듯하네요.
마이그레이션 후 iPhone 17의 첫 경험은 iPad에서 초기 베타 체험 이후 열심히 피해 다니던 iOS 26의 '화려한 UI/UX'에 공격당하는 걸로 시작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 비평은 아래에서 자세히 언급하기로 하고, 일단 하드웨어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1~120Hz 가변 디스플레이 ProMotion 지원 때문에 생긴 AOD 기능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최대 120Hz'보다도 이쪽의 만족도가 더 높습니다.
기본 옵션인 배경화면까지 보여주는 AOD는 처음 ProMotion 추가되었을 때의 사람들 후기처럼 정말 어색해 바로 옵션에서 시계와 알림만 뜨도록 변경. 관련 문서를 보면 수면 집중 모드를 설정하면 AOD를 비활성화한다는데, 예전에 집중 모드 손대면서 해당 모드가 없음에도 알아서 잘 때 즈음에는 없어지긴 하더군요.
AOD 상태에서 설정에 따라 알림이 있으면 아래쪽에 알림 팝업이 계속 떠 있는 게 좋습니다. 물론 스마트워치를 쓰면 예전부터 손목 움직임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는 제 환경에서는 사용 경험이 좋아진 셈이니까요.
Air 리뷰에서 내장 스피커 이야기가 워낙 자주 나와서 같은 음원을 15과 17에 번갈아 재생하면서 들어봤는데, 같은 음량에서 확실히 15 쪽이 좀 더 요란하긴 합니다 (제가 써 놓고도 참 모호한 표현이긴 합니다만). 다만 단독으로 들었을 때에도 못 들어 줄 정도는 아니고, Air와 달리 볼륨 자체가 작아졌다는 느낌은 아냐. 애초에 제 사용 패턴에서는 iPhone 스피커로 알림 소리 이외의 소리를 들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지경이긴 하지만요.



메인 렌즈는 15와 같은 환경에서 찍었을 때에는 열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모르겠더군요. 물론 ISP 개선이 있을 테니 저조도나 극단적인 밝기차이가 있는 곳에서는 뭔가 나아진 점이 있겠지만요.

(왼쪽이 15, 오른쪽이 17 0.5x[울트라와이드] 촬영 사진)
반면 센서 해상도가 48MP로 올라간 울트라와이드 해상도 개선은 바로 눈에 띄었습니다. 이전에는 0.5x 설정으로 찍은 사진은 풍경처럼 디테일이 적당히 뭉개지는 것조차 멋이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1:1 사이즈에서는 조금 과장해 '못 볼 꼴'이었는데, 이제는 사물 디테일까지 그럭저럭 살아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 카메라 기준에서)

(왼쪽이 15 2x, 오른쪽이 17 접사 모드)
접사 기능도 추가되어, 예전처럼 메인 렌즈 2x 확대를 이용하는 꼼수 없이도 가까운 물체 찍기가 편리해졌습니다. 다만 접사 모드는 울트라와이드 렌즈를 활용해서인지, 결과물 차이는 딱 잘라서 어느 쪽이 좋다고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네요.
전면 카메라의 경우 이번 해 신제품에는 정사각형 센서를 달아 기기 방향에 관계없이 사진의 가로/세로 비율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브이로그 찍고 소셜 미디어 열심히 하는 분에게는 장점이겠지만, 전면 카메라는 실수로 버튼 눌러 깜짝 놀랄 때만 쓰는 사람으로서는 큰 변화는 아닙니다.
카메라 이야기를 꺼냈으니 말 그대로 해당 기능과 연결된, 우측 하단의 카메라 컨트롤 버튼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작년 iPhone 16 라인에 추가된 기능이지만 저는 처음 사용하는데 클릭 한 번에 카메라를 소환할 수 있다는 건 편리합니다.
카메라 컨트롤은 16 발표 키노트에서 자랑했던 터치로 카메라 설정 조절하는 기능이 기본으로 비활성화되어 있더군요. 설정에서 재활성화해 보니 그렇게 한 이유를 1분만에 이해. 시연용 기믹에 가깝고, 화면 터치대신 손가락 컨트롤을 익힐 유인 부족. pic.twitter.com/ktXLzfKs3l
— Paranal (@nagato708) September 22, 2025
그런데 첫 발표 때 키노트에서 야심차게 공개했던 터치로 인터페이스 조작하는 기능이 기본 설정으로는 비활성화되어 있어 의아했습니다 (정확히는 첫 설정 과정에서 카메라 컨트롤 버튼을 소개하는데, 기본은 비활성화 상태). 그래서 옵션에서 재활성화해 봤는데 왜 기본이 비활성화인지 이유는 1분만 써 봐도 알겠더군요.
터치 한 번으로 노출이나 촬영 모드 등 주요 옵션 조절한다는 게 컨셉으로는 좋고 시연으로 보아도 ‘우와’ 요소가 있지만 실제로 써 보면 한때 유행했던 ‘어깨 으쓱🤷’ 밈처럼 손가락을 꼼지락거릴 시간에 그냥 화면 탭 하는 게 훨씬 빠릅니다. 물론 반드시 한 손 조작으로만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쯤 되면 기능을 위해 워크플로우를 맞춰야 할 지경이겠죠.
가로 촬영 시 셔터 버튼으로 쓰기에도 미묘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본체 모서리 대비 치수를 재어 보면 기존 ‘셔터 버튼’인 볼륨 버튼과 간격이 비슷하더군요. 아무래도 버튼 크기나 음각/양각 차이 때문에 위화감을 더 크게 느끼는 모양이니 이런 부분은 익숙해지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루머에 근거한 것이 아닌 100% 사견입니다만, 물리 버튼 싫어하는 애플 성향을 생각해 보면 해당 버튼은 다름 리디자인에서 없어지거나 터치 부분은 없애고 ‘카메라/비주얼 인텔리전스 호출‘ 버튼으로 용도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대목을 쓰면서 Air에는 버튼이 남아 있었나? 싶어 사양을 재확인해 보니 아직 카메라 컨트롤 버튼이 있네요).
이 또한 작년 16부터 적용된 사항이지만, 진동/벨 소리 스위치도 동작 버튼으로 변경되었지요. 처음에는 '굳이?' 싶었지만 소리 조절이 소프트웨어로 넘어옴에 따라 단축어나 집중 모드와 연동해 자동화가 가능해졌음을 생각하면 카메라 컨트롤 버튼과 달리 장점이 없지는 않구나 싶습니다. 다만 현재는 뭘 설정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스마트폰 방향에 따라 동작이 바뀌는 단축어 템플릿을 받아 연결해 두었습니다.
제 사용 패턴에서는 배터리를 바닥까지 쓰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만, 충전 와트 수를 올린 것도 신제품 홍보 키워드 중 하나이니 확인해 봐야겠다 싶어 간이 충전 테스트를 해 봤습니다. 왜 간이인가 하면, 옆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확인해서 정식 그래프를 그릴 정도의 데이터 포인트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이드 버튼을 눌렀을 때 기기가 켜지지 않는) 0% 상태에서 와트 수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있는 케이블로 연결해 충전해 보니 0~10% 대역에서는 30W 중반까지 가져가고, 그 이후로는 충전 퍼센트별로 가져가는 와트 수가 떨어지더군요. 의외로 중반 퍼센트까지 20W 초중반대를 유지하는데, 이전 iPhone은 입력이 최대 20W여서 동일한 구간에 10W 후반대로 전력을 가져갔던 걸 생각하면 일반적 충전 상황에도 유의미하게 시간이 줄어들 듯합니다 (애플 공식 스펙 기준 16은 50% 도달까지 30분, 17은 20분).
모처에서는 (한국에서는 미출시한) 애플 40W 어댑터 출력 사양에 흔히 쓰이지 않는 USB-PD 규격-USB PD3.2 SPR AVS-이 있는 걸 근거로 현재 시중에 풀린 기기로는 40W 가까이 충전하기 힘들 거라는 말이 있었습니다만, 상술한 간이 테스트와 해외 유튜버 테스트 자료를 보면 평범한 USB 어댑터로도 '고속 충전'을 누리는 데에 큰 문제는 없는 걸로 보입니다.
유도식 충전은 혹시라도 있을 초기 불량 확인 차원에서 작동한다는 것만 확인해 보았는데, 애초에 기본 Qi 지원 제품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서류 상으로 고출력 지원하는 Qi 2 제품은 실질적으로는 쿨링팬이나 펠티어 소자로 발열을 잡아 주지 않으면 100% 출력을 못 내는 모양이라 굳이 이걸 핑계로 구입해 볼 생각도 들지 않았고요.
하드웨어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베타 때부터 말이 많았던 iOS 26 이야기도 짧게 붙여 두겠습니다. 올해 애플 OS 전체에 적용된 Liquid Glass UI/UX는 호불호가 갈리는데, 베타 기간 피드백을 받아 가독성을 개선했다지만 여전히 하얀 배경에 흰 글자를 출력해 주는 등 아쉬운 부분이 제법 보입니다.
하지만 실사용하면서 복병은 오히려 기술 '언론'에서는 딱히 다루지 않은 과도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텍스트 입력창 클릭할 때마다 ‘파동‘이 생기고 언락할 때마다 홈 화면의 아이콘이 파도 풀에 떠다니는 사람들처럼 출렁여이는 건, 시연하기에는 좋고 사용자 입장에서도 처음 한 번은 '우와' 할 만하지만 세 번만 봐도 멀미 나는 느낌.
iPhone 17에는 기본으로 iOS 26이 설치되어 있어 강제로 사용 중인데, 새 디자인에서 언어에서 제일 별로인 건 (의외로) 별 언급이 없는 과한 애니메이션. 화면 열 때마다 홈 화면 아이콘이 파도풀에 떠 있는 사람들처럼 출렁거리고 팝업이 트램펄린에 던진 공처럼 튈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 pic.twitter.com/9WVirDLfVi
— Paranal (@nagato708) September 21, 2025
그래서 접근성에 있는 ‘동작 줄이기’를 활성화하면 더 이상 아이콘이 출렁이지는 않지만, 애니메이션을 대체해야 할 일부 전환 효과 중 일부는 글리치 느낌으로 번쩍이는 경우가 있어서 이쪽도 편하지는 않더군요. 하루는 해당 기능을 켜고, 다음 날은 끄고 사용해 보고 있는데 벌칙 수준으로 신맛인 주스와 입이 텁텁해질 정도로 단맛인 음료 두 종류를 번갈아 마시는 느낌.
iOS 26.0에서 '동작 줄이기'를 설정하면 Safari 화면 전환에서 애니메이션만 없애는 게 아니라 요란한 번쩍임이 추가되더군요(첫번째 영상은 적용, 두번째는 미적용). Safari 자체가 26에서 애니메이션 버그가 많긴 해서 의도된 부분인지 버그인지도 모호합니다만. pic.twitter.com/yrr2HaYdMQ
— Paranal (@nagato708) September 25, 2025
이 글을 준비하는 동안 iOS 26.1 베타가 나왔는데. 상술한 대로 26.0이 정식 이름값을 못할 정도로 자잘한 버그가 많아서 이판사판 느낌으로 바로 설치해 봤습니다. 그런데 Safari에서 나타날 필요가 없는데도 나타나던 애니메이션 효과 등이 수정되어 있어서 반쯤 충동적으로 한 것 치고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홈 화면의 파도 풀 효과는 의도한 부분이라 그대로).
배터리 소모 때문이라도 iPhone에 베타 OS를 설치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인데,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통상적으로 10월 중~후반에 나오는 26.1 정식 출시까지는 베타 열차에 탑승해야겠네요.
'이제야 Pro가 아닌 일반 기기도 살 만하다'는 리뷰어들의 (늘 있는) 단순화하여 과장된 태그라인과는 별개로 예전부터 iPhone 기본 라인만 구입한 사람의 시선에서, 이번 iPhone 17은 정말 만족스러운 제품입니다. 제반 사정 때문에 15은 1년 만에 갈아탔었는데, 올해 다시 2년 만에 구입한 게 전화위복 느낌이기도 하고요.
반면 iOS 26는 불만족스럽습니다. 리퀴드 글라스 패러다임이 현행 사용자를 위한 게 아닌 미래 먹거리(AR/VR 기기)에 맞춰져 있어 레거시 사용자를 희생하고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과는 별개로, 리퀴드 글라스 자체는 호불호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iOS 26의 큰 문제는 메이저 업데이트 첫 버전임을 감안해도 RC가 아닌 베타 5에나 용납될 정도로 자잘한 부분에서 글리치가 많다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기기 업데이트 사이클이 아니었다면 26.1 출시 후에나 설치했을 겁니다 (참고로 iPad는 여러 이유로 아직도 iOS 18에 멈춰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