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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애니메이션 단평: mono / 흘러가는 나날, 밥은 맛있어
서브컬처

TV 애니메이션 단평: mono / 흘러가는 나날, 밥은 맛있어

2025-08-09

이번 글 주제는 최근 시청한 TV 애니메이션 두 개에 대한 단평입니다. 유튜브 영상 시청하고 '좋아요/싫어요'도 잘 안 누르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자칭일지언정 일본 서브컬처에 아직 관심이 있다고 하려면 이 정도 글은 써 봐야지 싶어서 짧게 써 봤네요.

첫번째는 올해 2분기 방영 한 "mono"입니다. "유루캠" 작가가 쓴 다른 작품이라는 이야기에 2024년 3월, 제작발표가 나왔을 때부터 일단 초반 3화는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난 뒤 실제 작품이 나왔는데, 일단 애니메이션 만듦새는 좋습니다. 감독인 아이케이 료타는 유명 작품에 스태프로 참여한 이력은 있지만 감독 직을 맡은 건 처음이고, 제작사 소와네 또한 TV 애니메이션은 처음이라 스태프 정보가 발표되었을 때는 걱정도 했는데 기우였습니다.

궁금해서 당시 관련 글을 찾아보니 신생 회사이지만 스태프들이 이미 업계에서 관록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애니메이션 업계도 '메타'가 변해서 회사나 감독 이름으로 회사가 작품을 생각하는 중요도나 그에 따르는 품질을 짐작할 수 있던 과거와는 달리, 프로젝트를 맡은 감독이나 프로듀서 급이 본인 인맥이나 작품에 대한 어필 등으로 관록 있는 스태프들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느냐가 중요한 모양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작품을 시청하면서 작화가 무너진다거나 연출이 (전문 용어로) 짜친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방영 전에는 캐릭터 디자인을 '원작에 가깝게' 바꾼 걸로 말이 나왔지만 막상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니 TV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재미와 매력이 전작 대비 떨어졌던 게 더욱 아쉬웠던 유루캠 3기와 대조되는 케이스 (아이러니하게도 소와네는 "유루캠" 3기를 맡은 맡은 8-Bit 퇴사자가 주축이 되어 세운 회사).

다만 눈 호강하는 작화와 별개로 내용 전개는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공식 줄거리를 읽어보면 일상 학원물에서 흔한, 부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멋진 걸 보고 재밌는 일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겠구나 싶을 텐데요. 막상 내용은 (조금 거칠게 말해) 야마나시 현 홍보 영상입니다.

물론 같은 작가의 "유루캠"도 해당 지역을 배경으로 돌아가는 작품이고, 이에 편승해 지역에서도 컬래버 상품을 만드는 등 홍보용으로 쏠쏠히 써먹고 있지요. 다만, "유루캠"은 그런 요소가 부차적이라면 "mono"는 작중 캐릭터가 학교 과제로 현 유명 관광지를 방문한 뒤 영상 감상문을 제출해야 하는 뒷설정이 있나 싶을 정도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습니다. 아닌 말로, 지역 홍보물을 보고 싶으면 한국에서 '충주맨' 이후로 유행하는 현업자들의 일탈-이것도 이제는 처음만큼의 신선함은 없다지만-을 보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싶었네요.

첫 기대와는 다르지만 '2D 미소녀가 소개하는 관광지 안내'라는 콘셉트까지도 여행 다큐나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름의 매력을 찾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등장할 때에는 이동수단 제공하는 성인 조력자일 줄 알았던 만화가 양반 분량이 슬금슬금 늘어나는 부분에서 불안하더니, 중반부에는 '어른 편' 에피소드를 통으로 할애하는 시점에서 작품에 대한 평가치는 하한가를 쳤습니다(그 와중에도 지역 홍보는 꼼꼼히 하는 데에서 묘하게 열이 오르기도 했고요).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해당 에피소드 이후로는 매몰비용 때문에 끝까지 봤습니다.

오프닝과 엔딩이 오히려 작품 자체보다 명분 상 주제인 카메라부 주인공이 구입한 360도 카메라나 풍경 촬영한다는 요소를 잘 활용했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였으니까요. OP/ED는 한 번 만들어두면 처음부터 끝까지 쓸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공을 들일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제작진은 최선을 다했다는 게 다시금 느껴지는 부분.

그래도 애니메이션 기획자는 이 작품이 어쨌든 학원 일상물이라는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의식했는지 마지막 에피소드는 '시네포토부' 학생들이 카메라를 끼고 으쌰으쌰 노력하는 내용으로 끝내긴 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오컬트 한 스푼은 못 빼는 걸 보고 원작자 취향이 참 징하다 싶었네요). 원본 만화는 읽어보지 않아서 거기서는 캐릭터 비중이나 스토리 분배가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TV 애니메이션만 시청했기 때문에 해당 내용으로만 평가할 수밖에 없겠네요.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에서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유루캠"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설정 덕에 등장하는 카메오 캐릭터들과 배경이었습니다. 몇 줄 되지도 않는 대사를 위해 성우까지 꼼꼼하게 불러온 데에는 피식했네요.

두번째 작품은 "mono"와 같은 시기인 2025년 2분기에 방영한 "흘러가는 나날, 밥은 맛있어"입니다. 몇 주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작품이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해당 작품이 괜찮은 일상물이었지만, 오리지널 작이라 후속작 나오기는 힘들겠다는 글을 보고 '일상물'이라는 키워드에 꽂혀 OTT로 볼 수 있는지 바로 찾아봤습니다. 시청 전 간단하게 정보를 찾아보니 상술한대로 원작이 없는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작품이고, 제작사는 P.A.WORKS.

방영 전에는 캐릭터 및 스토리 원안이 "논논비요리"를 연재한 앗토 작가라는 부분이 주목 받은 모양입니다. 또한 (TV 애니메이션에서는 특이하게) 두 사람이 공동 감독인데, 그 중 한 명인 카와츠라 신야는 "논논비요리" TV 애니메이션 및 극장판 감독을 맡은 바 있더군요. 참고로 다른 한 사람인 하루미즈 토오루는 이번 작품이 입봉작.

1편을 봤을 때에는 전형적인 일상물에서 등장 인물이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이고, 그 설정에 맞춰 선배의 졸업 등으로 폐부될 운명인 동아리를 주인공 일행이 '점령'하는 대신 공강 때 뒹굴거릴 부실이 필요해 가짜 동아리를 만들려고 하는 부분에서 살짝의 변주가 있다는 게 흥미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인물 구성이나 스토리 전개는 좋은 의미로 클리셰를 따라가는 편이더군요.

동아리 멤버도 요약하면 추진력이 있어 대표도 맡지만 뒷감당은 생각 안 하는 사고뭉치(시논), 겉보기는 멀쩡하지만 어딘가 나사가 빠진 캐릭터(마코), 픽션이라 OK이지 현실이라면 멀리하고 싶은 인물상(나나), 마이페이스(히츠지), 상식인 포지션(쿠레아) 구성인데 일상물 많이 보신 분들은 다들 이런 틀에 맞는 캐릭터를 작품별로 떠올리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의미로 클리셰를 따르는 작품이어서 일상물의 템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하기가 더 힘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일상물이라 계절감과 관계 없는 옴니버스 식으로 전개하려나 싶었지만 실제로는 대학 입학으로 시작해 다음 해 신규 부원 모집으로 끝내면서 1년의 시간 흐름을 1쿨에 채워 넣은 형식이었습니다. 오히려 작중 시간 부분에서는 년도를 뭉개버리는 관례를 깨고 서기 2025년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걸 숨기지 않고 보여줬습니다.

라프텔 단평란을 훑어보니 동 분기 방영한 "mono"보다 "유루캠" 스러움이 묻어나는 작품이라는 평이 있던데, 제 감상평도 비슷합니다. 작화 면에서는 (작붕까지는 아니지만) 전개만큼이나 제작진이 마음을 한 숨 놓은 것 같은 히비메시보다 어떤 장면을 캡처해도 바로 지역 홍보 렌더링같은 "mono"가 우위라고 생각하지만, 엉성한 3D 렌더링도 내용이 좋으면 시청자는 감동하고, 반대로 아무리 예쁘게 꾸며도 내용이 정작 재미가 없으면 사람은 떠나는 법이니까요.

오프닝, 엔딩도 마음에 듭니다. 영상적 연출로는 양 쪽 다 흠잡을 데 없지만, 노래만으로는 엔딩 쪽이 좀 더 끌리더군요. 보컬이 코러스 느낌으로 "빠바라빠라바바밤" 하는 부분이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이번 글 쓰기 위해 조사하다 알았는데, 엔딩 곡 "味噌汁とバター(미소시루와 버터)"는 가수가 작곡/작사를 모두 맡았고 2023년에 발매했던 곡을 애니메이션 엔딩에 재활용한 케이스더군요.

오프닝/엔딩 영상과 관련해서, JASRAC의 악명 높은 저작권 관리 때문인지 애니플러스 판 기준 오프닝에는 한국어 가사가 있는데 엔딩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화 끝 장면에서 TV 사이즈가 아닌 확장 버전으로 엔딩이 흐를 때는 또 자막이 있더군요. 저작권이란 참 어렵구나,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품 관련한 몇 가지 TMI를 붙여두자면 엔딩 크레딧 취재 협조에 '도쿄도립대학'이 있는데, 작중에 나오는 여자대학교 모델이라고 합니다 (원본은 평범하게 공학).

그리고 작중에서 쿠레아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은 도쿄도에 실제 모델이 있었지만 작품이 방영할 즈음인 지난 4월 폐점했다더군요.

【お知らせ🔊】

第1話のモデル地としてご協力いただきました、たかお食堂さんが本日をもって閉店となります。

これまで多くの方に足を運んでいただき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pic.twitter.com/l7WRuxTUfv

— TVアニメ「日々は過ぎれど飯うまし」公式 (@hibimeshi_anime) April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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