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신작 TV 애니메이션 "유루캠△ SEASON 3"(한국어판 제목은 '유루캠△ 3')가 이번 주로 완결되었기 때문에 블로그에 간단하게 감상평을 남기려고 합니다.
제작 발표 당시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스태프가 바뀌고 그에 따라 캐릭터 디자인을 원작 코믹스와 가까워진다는 명분으로 바꾼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걱정은 있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물론이고 블로그 글로도 해당 생각을 남길 정도였으니까요.
ゆるキャンも3期ですな
— 山賊ライダー@三代目Vストローム (@chibaradar) April 7, 2024
犬山さん…
これはシンデレラバストと言うのか
絶対領域も皆無
由々しき事態かと pic.twitter.com/hPG0FPzfCw
* 현지 팬이 같은 장소에 세워진 입간판으로 이누코 캐릭터 디자인 변화를 비교한 소셜 미디어 사진.
다만 작화로는 눈곱만큼도 칭찬할 구석이 없는 TV 애니메이션 "미나미가: 오카에리"(2009년)도 내용이나 연출은 2기(오카와리, 2008년)에 비해 특유의 일상감을 잘 살렸던 적도 있는만큼 실제로 보고 나서 평가하기로 마음을 잡았습니다. 게다가 사람이란 원래 바뀐다고 하면 일단은 거부감이 드는 법이니까요.
다만 실제로 작품이 TV 방영되어 12주동안 시청하고 나니 캐릭터 디자인 변경에 대한 아쉬움은 오히려 후순위가 되었습니다.
우선 캐릭터와 배경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겉돈다는 겁니다. 기존 TV 시리즈에서도 배경은 사진에 후처리 해서 사용하는 방식이었지만(TVA 2기 초반에 후처리 덜 한 사진이 그대로 들어가 제작사가 사과하고 급히 교체한 일도 있었고요), 이번에는 후처리를 최소한도로만 적용해 배경 지분이 많은 장면에서 캐릭터가 등장하면-조금 과장해-실사 배경에 2D 패널을 들고 촬영한 느낌입니다.
본인들도 그 상태로 캐릭터 클로즈업하면 이질감이 크다는 건 인지하고 있는지 단색/무늬 배경을 자주 이용하더군요. 시즌 내내 일관된 걸 보면 실수가 아닌 의도 같은데 혹시 이런 선택에 대한 제작진 인터뷰가 있으면 이유라도 듣고 싶을 정도.
그리고 개별 에피소드 전개가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일상물에 매 화마다 클리프행어가 있는 전개를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엔터테인먼트이니만큼 개별 에피소드 내에서 완급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매 화 캐릭터끼리 잡담할 때나 캠핑 장소로 이동할 때나, 캠핑할 때나 기복의 변화가 없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별 에피소드를 벗어나 작품 전체를 조망해 보면 전개 속도가 미묘하게 느리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방영 전에는 후배(진) 캐릭터 두 명까지 등장시키겠다고 해서 페이스가 너무 빠르지 않을까 걱정했던 걸 생각하면 재밌는 일이죠. 물론 이 부분은 원작 만화에서 큰 수정 없이 진행함에 따라 여분 스톡이 넉넉하지는 않으니 무한정 페이스를 높일 수는 없었다는 걸 감안해야겠지만요.
물론 이런 비평에 대해 누군가는 "원작에서는 캐릭터가 원래 이렇게 생겼답니다!" "원작에서도 전개가 밋밋한 구간이 있고, 가끔은 작가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상황극을 끝까지 밀어붙여 정작 독자는 어리둥절하게 할 때도 있습니다!"라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저도 만화책으로 한국어판 출시된 부분까지 모두 읽었고요. 하지만 TV 애니메이션은 엄연히 만화책과는 다른 매체입니다.
어떤 영화 리뷰어가 원작 있는 작품 영화 감상평을 올리면 원작 좋아하시는 분들이 꼭 덧글로 '이건 원작에선 이렇고 저건 저렇고...' 첨언을 하신다, 물론 팬으로서 아쉬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저는 영화만 봤기 때문에 그걸 기준으로 평가를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이전 1~2기 제작진들이 원작 전개를 무시했다거나 이름도 올리기 싫은 어떤 작품들처럼 오리지널 요소를 엄청나게 욱여넣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문 비평가가 아니어서 딱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두 제작사의 접근법에는 그런 '한끗' 차이가 있고 그게 시청자 입장에서 👍과 🤷를 갈랐다고 생각합니다.
듣기로는 미디어 판매량이 1권 기준으로 1/2기보다 판매량이 낮다는데 (사실 2020년대에는 큰 의미 없는 데이터지만) 만약 다음 시즌이 나온다면 캐릭터 디자인이야 백 보 양보해 '원작' 냄새를 유지한다고 해도 감독이나 작가진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
부정적으로 끝내기는 아쉬우니 좋은 점 몇 가지를 꼽자면
우선 오프닝 영상 연출. 다만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오프닝/엔딩 가수 스왑한 건 마지막까지도 별로였습니다. 오프닝에 예산을 다 써 버린건지 엔딩 연출은 정적 이미지에 해당 화 요약으로 때워버린 점도 마이너스.
자칭 '원작에 가깝'다는 캐릭터 디자인은 마지막화까지 친숙해지지 못했지만 표정을 통한 감정 연출은 이전 TVA 대비, 심지어 원작과 비교해도 다채롭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큰 그림으로 보는 연출은 아쉽다고 했지만 개별 장면에서 캐릭터만 떼어 보면 '작붕'이 있다거나 하지 않았던 점도 굳이 따지면 장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하지만 배경을 사진 '복붙'으로 처리한 걸 생각하면 그 정도는 맞추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