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용하는 iPad Air(M2)를 애매한 때인 작년 하반기에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이전에 사용하던 iPad Pro가 대기 상태에서 배터리 드레인이 발생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충전조차 간헐적으로 끊기기 때문이었는데요(이는 당시 구입글에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올해 상반기 출시한 Air(M3)가 환율 이슈로 원화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에 '전화위복'까지는 아니지만 손해도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지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이상 증상이 발생한 이후로 Pro 배터리 효율이 80% 미만이면 이를 명분으로 유료 배터리 교체를 통해 리퍼비시드 제품을 받아볼까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식 센터에 로그파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배터리 효율을 확인한 결과 89%여서 해당 방법도 포기했습니다. 만에 하나 80% 미만이었더라도 USB-C 포트 고장 때문에 거절당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새 제품 구입으로 문제를 '해결'한 이후로는 사설 수리라도 알아볼까 생각만 하고 후속조치 없이 방치하고 있었는데요. 본가에서 미디어 타블렛으로 사용하던 iPad Air 2의 노후 문제로 '다음에 밥이나 한 번 먹자' 폴더에 묻어놨던 해당 문제를 다시 들추게 되었습니다.
Air 2는 지난 5월 애플 내부 기준으로 보증 만료 (obsolete)에 들어갈 정도로 오래된 제품이고, OS 업데이트도 iOS 15에 멈춰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2024년 9월 iOS 프로그램 최소 사양을 17으로 올릴 정도로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회사여서 일찍이 설치를 포기하고 스마트 TV로 시청하라고 넛징을 해 두었는데요.
하지만 5월 마지막 주, 구독하는 OTT 중 하나인 TVING이 7월 1일부터 iOS 최소 지원 버전을 16.3으로 상향한다는 공지가 올라오면서 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습니다. 마침 이 글을 작성하기 시작한 6월 첫째주에 유튜브 iOS 프로그램도 최소 버전을 16으로 상향했더군요. 아무래도 다음 주 WWDC에서 새 OS가 발표되기 전 레거시 코드를 없애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아닐까 싶어.
사설 수리는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iPhone 4 시절 한 번 방문해 본 게 전부여서 사전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일단 네이버에서 지역+관련 키워드로 검색. 이 시장도 전형적인 정보 불균형이어서 가격 정보나 (수요가 많은) iPhone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iPad도 취급하는지 알아내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홍보 사진 하나로 홍보 게시물 10개 돌려막는 업장은 거른 뒤 그 중에서 가까운 매장에 전화해 증상을 설명하고 단가를 물어보니 그 자리에서 부품 재고를 확인해보고 금액까지 답해 주더군요. 전화로 이 정도까지 정보를 알려주는 걸 보면 적어도 중간은 가겠구나 싶어 다음 날 해당 매장 방문.
나름 이른 시간에 방문했는데도 이미 아이폰을 들고 상담받고 있는 손님이 있더군요. 제 차례가 돌아왔을 때 충전이 간헐적으로 안 되는 증상이 있다고 하니 직접 확인해보고는 '두어시간 걸리니 연락처 써 놓으면 끝나는 대로 연락주겠다' 더군요. 다시 돌아가기도 애매한 위치여서 업장 근처에서 말 그대로 '시간을 죽이'면서 기다리고 있노라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습관적으로 안 받으려다 "아!" 싶어서 픽업하러 다시 업장으로 복귀.
하드웨어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봐도 선명하게 탄 흔적이 있는 적출된 USB-C 포트 부품을 보여준 뒤, 교체된 부품으로는 충전이 잘 되는 걸 그 자리에서 확인해 주시더군요. 사장님 왈 Pro가 그나마 케이블 쪽이 모듈화가 되어 있어 Air 대비 공임이 싸다는데, 그 당시에는 그런가보다하고 넘겼지만 글을 쓰다 보니 진짜인가 싶어 iFixit에서 해당 부품을 검색해보니 Air USB-C 부품에는 설명에 마이크로 납땜과 보드 수리를 할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써 있네요.
그렇게 수리비를 계좌이체로 결제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는데, 테스트해보니 현장에서 확인했던 충전 기능만 살아나고 여전히 PC와의 연결은 먹통이더군요. iTunes에 대한 불신이 있으니 처음에는 컴퓨터와 케이블을 바꾸어 보고 마지막으로 DFU 모드까지 활성화해봐도 PC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 쯤 되면 충전 외에 되는 건 뭔가 싶어 이것저것 연결해보니 스틱형 USB 메모리는 정상 작동하고, USB-C 이어폰은 인식하지 못했으며, USB-C 허브를 연결해보면 USB-A 포트는 사용 가능하지만 HDMI 출력은 불통이었습니다.
확증은 없지만 아무래도 포트가 합선되는 시점에 로직 보드 단에서도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라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USB-C 포트 연결 불량이 드러나기 전부터 발생하던 배터리 드레인은 해결되었다는 부분인데요. 이로 미루어 해당 현상이 발생할 때부터 USB-C 포트는 전기적으로는 (전문 용어로) 맛이 가 있었나보다 짐작할 따름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잊을만하면 보여주는, 부품으로 iPhone을 다시 만들어내는 기술자라면 근본 원인을 찾아낼 수 있겠으나 그런 사람을 네이버 검색으로 찾을 가능성은 0%이기 때문에 충전이라도 잘 되는 현 상태로 만족하기로. 어떻게 보면 거실 미디어 태블릿으로 쓰기에는 적당히 고쳐진 느낌이기도 한데요. USB-C 이어폰이 안 되는 게 아쉽지만,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면 우회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