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 주제는 지난달과 이번달 발표된 애플 신제품 발표 단평입니다.

첫번째 제품은 (상대적으로) 갑작스럽게 찾아온 iPhone 16e 입니다. 2022년 업데이트 이후 3년간 업데이트가 없었던 iPhone SE 후속 제품을 출시한다는 루머는 꽤 오래 전부터 돌았지만, 보통 봄 행사가 잡히는 3~4월 이전인 2월에, 거기에 명칭까지 iPhone 16e로 바꿔 출시하는 건 출시 직전에야 말이 돌았을 정도로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이었습니다.
‘새로운 라인업’이라고 CEO가 소셜 미디어에 티저 포스트를 올리고 10분짜리 미니 키노트까지 올렸지만 첫 반응은 상대적으로 냉담했습니다. 결국 시장이 제품의 당위성을 판단해줄 것이라는 생각과는 별개로, 애초에 제품 포지셔닝을 고려하면 업계 평론을 주도하는 기술 전문 '언론'이나 호사가들에게 매력적인 기기는 아니기도 하고요. 물론 본인 취향이 아니라고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평가절하하는 호사가들의 반응과는 별개로 16e가 아이폰 라인업 중 하나로 시장에 정착할지 일회성 실험이 될지는 예전 잡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비자들이 지갑으로 투표한 결과를 봐야 알 수 있겠지요.
종종 드는 예이지만, 자칭 전문가의 주장이 시장 판매량과 정비례하는 세계관이라면 애플은 아직도 mini 사이즈 iPhone을 생산했어야 할 것이지만 현실은 2023년 구형 파는 것도 중단했죠. 만약 실패한다면 크록스 생각나는 케이스와 '누가 봐도 플라스틱(Unapologetically Plastic)'이라는 명언을 남긴 iPhone 5c의 전레를 따르게 되겠지요. 루머 중에는 해당 라인업도 매 년 미드사이클에 업데이트하기 위해 SE와 달리 굳이 오래 방치하면 눈에 띄는 숫자를 넣었다는 주장도 있으니 지켜보아야 할 일입니다.
16e에서 그나마 호사가에게 주목받은 부분은 애플이 자체 개발한 C1 셀룰러 모뎀입니다. 부품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본인들이 관리하고 싶어하는 애플의 목표와는 달리 모뎀 칩은 퀄컴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전에 인텔과 투트랙으로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2019년 인텔 모뎀 부서를 인수한 이후 첫 결과물인 셈입니다. 일단 초기 리뷰에서는 퀄컴 대비 셀룰러 품질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고 하는데, 인텔 모뎀 칩 병용하던 시절에도 (플라시보와 근거 있는 주장이 뒤섞였음을 감안해야겠지만) 이런저런 뒷말이 있었기 때문에 지켜볼 일.

두번째 제품은 iPad 라인업 업데이트입니다. 한국 시간 3월 4일, iPad Air(M3)이 출시되었는데요. iPhone 16e와는 달리 짧은 소개 영상도 없이 보도자료만 내놨는데, SoC 업데이트하고 Pro(M4) Magic Keyboar와 비슷한 형태로 신형 키보드 출시한 것 외에는 변화가 없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작년 하반기 iPad Pro 11"(2세대)가 고장나 불가피하게 올해 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Air 11"(M2)를 구입했지만, 변화는 SoC 업데이트 뿐인데다-심지어 색조합도 바뀌지 않음-기준환율 변화로 한국에서는 가격 인상까지 적용되어-Air 11" 기준 5만원(약 5%) 오름-후회는 없네요.
다만 기기 내리물림으로 순환하는 애플 기기 업데이트의 연결 고리 하나가 빠져버려 현재 거실 본가에서 사용하는 미디어 소비용 iPad가 너무 오래되어 iOS 16이라는 건 잠재적 폭탄입니다. 이미 넷플릭스 클라이언트는 OS 최소 기준을 17로 설정해 주로 스마트 TV로만 시청하고 이동할 때에는 iPhone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Youtube 등 다른 콘텐츠 서비스 프로그램도 최소 OS 기준을 상향한다면 애매한 타이밍에 새 iPad를 사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글을 쓰면서 이번에 함께 업데이트된 일반 iPad 11세대를 구매해 미디어 타블렛으로 놓는 것도 검토했습니다. 특이하게도 기본 iPad는 환율 인상을 반영하지 않아(미국 달러 기준으로는 전작과 동일) 기본-Air 간 가격 차이가 더 커져 솔깃했지만 비교 페이지를 내려보다 디스플레이 라미네이팅 처리조차 없는 걸 보고는 단념했습니다. 어차피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면 사용 연한이 짧아지는 건 아쉽지만, Air(M3)를 구입해서 제가 쓰고 지금 쓰는 M2를 내리물림하는게 낫겠다고 잠재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만 지갑에게 묻는다면, 올해는 iPhone 교체 주기이니 최소한 내년까지는 버텨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삼 베이스 iPad는 단체/교육용인 걸 느끼는 것이, 2년만에 업데이트했는데도 SoC는 iPhone 14 Pro와 15에 사용한 A16입니다. 그 말인즉슨 요즘 기회만 있으면 홍보하는 Apple Intelligence도 사용할 수 없다는 뜻. 지난 달 발표한 16e도 MagSafe까지 빼면서 단가를 줄인 자리에 (비닝 칩이라 GPU 코어가 줄었다지만) A18 SoC를 넣은 걸 생각하면 해당 포지셔닝을 바로 느낄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발표한 제품은 주초에 올린 애플 CEO 티저에 맞춰 한국 시간 5일 밤 Macbook Air (M4)와 Mac Studio 라인입니다. 이 쪽도 기본적으로 SoC 업데이트이지만, 그나마 Macbook Air는 새로운 색깔인 ‘스카이 블루‘가 들어가 iPad Air보다는 체면치레했네요.
작년 말 M4 Mac mini가 출시된 이후 언제 업데이트될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도 조용히 업데이트되었는데 SoC 조합이 M4 Max와 (뜬금없게도) M3 Ultra인 게 눈에 띄네요. 보도자료에 따르면 M4 Max보다 빠르다고는 하는데, M4 SoC가 iPad Pro에 가장 먼저 탑재된 것도 그렇고 내부적으로 뭔가 복잡한 모양이다 싶네요. 제품 발표 이후 관련 미디어가 이 부분을 질의하자 모든 M 시리즈 라인업에 'Ultra'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16e 출시에 부정적 의견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SE 대비 가격 상승을 지적하는데, Macbook Air는 베이스 모델 가격이 100달러 내렸습니다(다만 한국 가격은 상술한 기준환율 변경으로 인해 M3 Air와 같은 가격에서 시작).
이렇게 애플 신제품 이야기를 모아두고 보니 새삼스럽게 드는 생각인데, iPhone은 계속해서 출시일이 당겨져 작년부터는 미국과 같은 시기(통칭 '1차 출시국'에 포함되었다는 뜻)에 출시되는데 반해 다른 라인업은 여전히 '발매일 추후 공개'로 한두달 뒤에 출시되는 건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적합성평가를 iPhone 본체는 'Apple Inc.'로 받고 이외 제품은 '애플코리아 유한회사'로 받는 것과 관계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