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용하는 iOS 기기는 따로 재판매되지 않고 집 안에서 사용자를 바꿔가며 말 그대로 수명을 다할 때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2014년 출시한 iPad Air 2는 OS로 따지면 15에서 메이저 판올림이 멈췄지만-다만 여전히 보안 업데이트는 제공하고 있어 2024년에도 업데이트는 받고 있습니다-아직도 본가에서 10인치 동영상 재생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케이스가 손때를 타서 너덜너덜하더군요. 케이스 내구연한이 지났음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워낙 구형이다보니 오픈마켓에서 제품을 구하는 게 어려워져 iPad까지 함께 바꾸는 게 낫겠다 생각하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묘하게 규칙성 없이 출시되는 iPad Air/Pro 탓에 Pro 11" 2세대를 4년째 사용하게 되면서 생각보다 낡은 케이스를 오래 쓰게 되어 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더군요.
고백하자면, 이전에 대체품 케이스를 구입했었지만 다들 결격사항이 있어 서랍 한켠에서 먼지를 머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된 대체품을 찾았으니 이를 기념할 겸 실패의 과정을 글로 남겨두려고 합니다.
첫번째 제품(사진에서 검은색)은 구입한 지 워낙 오래되어 가격은 기억나지 않네요. 오픈마켓 구매내역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찾을 수 있겠지만 그 정도까지 홍보하고픈 제품도 아니니까요.
커버 재질은 그럴듯한데, 뒷면이 충격 보호라는 명목으로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게 문제였습니다. 구입할 때에는 단단한 플라스틱보다는 충격보호에 좋겠네,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 iPad에 부착하니 재질 탓에 고정력이 거의 없어 커버를 열고 세운 상태에서 터치하려고 압력을 주면 모서리 한 쪽이 벗겨지려 하더군요. 케이스를 쓰면서 케이스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건 주객전도이니 바로 잡동사니 서랍에 봉인되었습니다.
그렇게 실패를 맛본 후 한국 ODM 시장에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아이패드 케이스' 키워드로 검색해 물건을 구입해 보았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후면을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사용하는지 확인한 뒤 결제했고요.
가격은 5천원 정도여서 오픈마켓 저가형 iPad 케이스 시세(1~2만원)의 절반 수준이었는데요. 가격만큼 심플한 포장에 플라스틱도 조금만 힘을 주면 똑 부러질 것 같았지만, 가격 때문에 기대치가 낮아 iPad에 장착할 때까지는 그래도 돈값은 하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장착 후 시운전해보니 이 제품은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요. 바로 커버에 자석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케이스 아류작의 '원본'인 애플 iPad 스마트 커버 기준으로 커버에는 개폐 인식을 위한 자석과 커버가 삼각형 스탠드 모양으로 변하며 서로가 붙을 수 있도록 하는 자석이 모두 있어야 하는데, 이 제품은 전자에만 자석이 있고 후자를 위한 자석이 없었습니다.
물론 제품의 무게로 모양을 유지해 세울 수는 있지만, 대총 모양만 잡으면 삼각형 받침대가 생기는 것과 내가 모양을 예쁘게 만들어서 무게로 그 모양을 눌러놓는 것과는 편의성에서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차라리 제가 쓴다면 '그래. 이 가격에...' 하며 참겠지만 가족일지라도 제삼자에게 그런 차이점을 설명하는 건 여러모로 참 곤란한 일이어서 결국 이것도 같은 서랍에 들어가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두 번이나 실패한 뒤 아무래도 이 iPad는 마지막으로 구입한 케이스와 함께 전자제품 쓰레기 처리장으로 보내질 운명인가보다하며 포기했습니다.
그러다 이번주 추석 연휴를 앞두고 혹시나 싶어 알리에서 다른 키워드와 추천 상품 링크를 타고 다니며 다른 iPad 케이스를 검색해 봤습니다. 하지만 이미 실패한 '자석 없는' 버전과 실리콘 뒷판 버전 두 종류만 나오더군요. 그래서 기대 없이 다시 한국 오픈마켓에서 ODM 제품을 검색해보니 자사 브랜드를 걸고 판매하는 회사 중에서 iPad Air 1/2세대 케이스를 취급하는 곳이 있더군요.
배송비 포함 1만원대 중반으로 이런 모양의 케이스라면 평균적으로 받는 가격. 결제 자체는 알리에서 새 제품 찾는 걸 포기한 뒤 바로 넣었지만, 추석 연휴 때문에 오늘(20일)에야 제품을 받았습니다. 처음 구입해보는 브랜드였는데, 딱 맞는 크기의 상자에 포장해 보내고, 자체 지퍼형 봉투까지 사용할 정도로 본격적이더군요.
일단 알리 발 하드케이스(우)와 비교해보면 버튼 사출 부분에서부터 단가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버니어 캘리스퍼가 없어 재 보지는 못했지만 후면 플라스틱도 약간은 더 두꺼운 느낌이고요.
일단 겉모양은 합격점을 주고 바로 케이스 커버를 삼각으로 말아 보니 자석으로 딱 모이는 느낌이 나 안도의 한 숨을 쉬었습니다. 만약 이것까지 실패한다면 10년 된 기기 케이스에 반올림으로 5만원을 태운 사람이 될 뻔 했으니까요. 애플 정품보다는 자력이 좀 약하지만, 제삼자 케이스는 대동소이했기 때문에 큰 흠결은 아니고요.
아쉽게도 장착 사진은 없는데, 당장 제 손에 해당 제품이 없는데다 워낙 전투적으로 써서 딱히 사진으로 남겨둘만한 모양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 지출 로드맵으로는 늦어도 내년에는 iPad를 교체할 예정이니 더 이상 이 제품 케이스로 고민할 일은 없을 것 같고, 그동안 나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가지고 있던 갈 곳 없는 케이스들도 종량제 봉투로 보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