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사와 제휴하고 있는 OTT TVING에서 지난 4월 10일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을 공개했습니다. 마침 그 날이 공휴일이고 해서 시청했는데, 왜 극장 개봉 당시 평가가 별로였는지 알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사실 OTT로 본 작품에까지 감상평을 쓰는 편은 아닌데, 예전에 블로그에 미션 임파서블 정주행 글을 올린 적도 있고 해서 간단하게 불릿 포인트 느낌으로 올려 둡니다. [이하 스포일러 있음]
- 일단 인간의 손을 벗어난 자율 AI라는 게 너무 뻔한 소재. 헐리우드 영화판만 해도 생각나는 대로 써 봐도 원조격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HAL 9000부터 시작해 "아이, 로봇"(2004), "이글 아이"(2008)... 혹자는 해당 대본이 ChatGPT로 대표되는 LLM 유행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던데, 그걸 어설프게 가져왔어도 똑같이 재미는 없었을 듯
- 세간의 혹평과는 달리 일사 죽인 건 오히려 이해가 돼. 이전 시리즈에서도 헌트와 인간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으면 제 명에 못 산다는 테마는 계속 반복되었기 때문. 다만 새로 투입된 그레이스가 마지막에 '개심'하기 전까지는 배신 원패턴이어서 속 터지게 하니 관객 입장에서는 그나마 정이 들었던 기존 캐릭터가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어
- 차량 추격전이 지겨울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음. 혹자는 영화 본 트릴로지의 트레이드마크인 좁은 길 차량 추격전을 오마주한 것이라 하는데 의도가 그랬다면 완전히 실패. 스파이카 비밀 버튼으로 장난치는 건 "007" 시리즈의 클리셰를 대놓고 개그 소재로 꼬아 놓은 영화 "쟈니 잉글리쉬"(2003) 감성
- 기관차 추격 장면에서도 굳이 빌런과 객차 위에서 싸우는 걸 보면 1편 TGV 장면애 대한 오마주인 모양인데, 작품이 탄탄하면서 이런 떡밥이 있으면 시리즈에 대한 존경이지만 작품이 미묘하니 TV/극장판 애니메이션 명장면을 문맥 없이 부지런이 떼어 와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실사판(2017) 느낌(여담으로 이것도 파라마운트 배급이었군요)
- 게다가 빌런도 별로. 진보스인 엔티티를 다음 편에서 좀 더 크게 등장시키기 위함으로 보이지만 엔티티의 사도 역할인 가브리엘이 너무 매력 없어. 폼이라는 폼은 다 잡고 에단의 마수에서 벗어나 기차에서 '계획대로' 탈출한 뒤에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고는 "어, 내 열쇠!?" 제스처를 취하는 장면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와. 차라리 초반부 엔티티가 직접 관여한 걸로 보이는 가짜 폭탄으로 진행한 벤지와의 문답이나 이단과의 무전 탈취 시퀀스는 나쁘지 않았네요
- 시원찮은 빌런 하니, 꼴에 미래를 볼 수 있는 뒷배가 있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기관실부터 철저하게 제압하는데, 분명 석탄으로 가는 기차인데도 다리 밑으로 떨어질 때까지 기관차는 말 그대로 폭주. 국가기관도 농락하는 수퍼 AI답게 미리 열차에 일반 석탄 대신 "백 투 더 퓨처 3"(1990) 피날레에 등장하는 고성능 압축 장작이라도 실어뒀나 봅니다🤷♂️(마침 동일하게 절벽에서 떨어지는 열차 장면도 있네요)
- 그나마 영화의 최고점은 영화 개봉 전부터 한창 홍보한 절벽에서 오토바이 타고 떨어지는 모습. 사실 이 장면에서도 보조 역인 벤지가 BMW PPL 때문인지 자율운전 차량을 타는데, 해킹당하는 시퀀스가 나올까 다른 부분에서 조마조마했네요
동그란 구형 통에 들어 있는 AI 하니 첫 불릿 포인트에서 언급한 "이글 아이"가 생각나 바로 이어서 봤는데-마침 파라마운트 배급이어서 TVING에 올라와 있더군요-오히려 이 쪽이 몰입감은 훨씬 좋았습니다. 영화 전체의 흑막인 AI 빌런 '아리아'도 사실 뻔한 설정이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주인공이 몇 수를 내다보는 상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긴장감을 줄 정도는 되니까요. 여담으로 본 영화에서 아들로 협박당해 메인 스토리에 합류하는 여주인공 레이첼 홀러먼 역 배우 미셸 모나한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3편에 처음 출연해 이후 에단 헌트의 일관된 작중 여성관을 정립한 줄리아 역을 맡으셨더군요.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미국 극장가에서는 "탑건: 매버릭"(2022) 이 채워준 크루즈 식 익스트림 스포츠 영화의 쿨타임이 차지 않은데다 "바벤하이머"라는 신조어를 남길 정도였던 "오펜하이머"와 "바비"의 쌍끌이 인기로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더군요. 한국에서도 턱걸이 400만으로 마무리해 통합전산망으로 전국 관객 수를 기록하기 시작한 3편(2006) 이래 가장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고. 그나마 감염병으로 인한 촬영 연기 때문에 지급된 보험금을 보태 결과적으로 손해는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파라마운트 측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작년 미국 작가/배우 파업을 명분으로 개봉을 2025년으로 늦추고 당초 '데드 레코닝 PART 2'였던 가제도 없앴더군요. 심지어는 2023년 작품에서도 소급해서 "PART 1"을 삭제했습니다. 다만 TVING판 기준으로는 제목과 포스터, 자막에서만 없어졌고 영상까지 소급해 타이틀을 지우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