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자잘한 상품들을 여럿 구입했는데, 그 중에서 그나마 기록해 둘 가치가 있는 제품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평가를 남겨 보려고 합니다.
첫번쨋 상품은 샤오미 온도계입니다. 2021년 알리에서 구입한 홈킷 연동 온습도계가 작년 하반기 돌연사했는데(덕분에 사용처가 없는 동전 전지만 잔뜩 남았네요) 겨울철이 되니 실내 온도계가 필요해져서 주문했는데요. 물론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5천원짜리 온습도계를 샀어도 괜찮았겠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 느낌으로 블루투스 연동을 지원한다는 샤오미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4달러 정도여서 당시 환율로는 다이소 제품과 가격 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기도 했고요.
이제는 알리도 5일/10일 배송을 보장하고 국내에 물류창고까지 세울 정도로 인프라가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주문하고 나서 잊어버리면 어느 날 우체통에 들어와 있는 걸로 유명했죠. 12월 1일 주문해 1월 16일 우체통 바닥에 뒹굴고 있는 걸 보니, 오랜만에 예전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유닛 크기가 상당히 작습니다. 가로 세로 약 4cm(스펙 상 43mm)이고 디스플레이 부분은 약 27mm로 예전 폴더폰 앞에 붙어있는 보조액정 크기여서 시력이 정말 좋지 않은 이상 멀리서 보는 건 포기해야 합니다. 어차피 블루투스 연동이 되니 온습도 센서에 덤으로 화면이 있다고 접근하면 괜찮겠지만요. 패키지에 소형 양면테이프가 있는 걸 보면 제작사도 설치해놓고 잊어버리는 시나리오를 우선하는 모양이고요.
방 온습도를 확인할 용도라면 가독성이 높은 크기의 e-ink 제품을 구입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고장난 칭핑 제품도 실제로 사용해 봤을 때 처음 의도인 홈킷 연동보다 유닛 화면이 e-ink여서 어떤 각도에서도 잘 보이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기도 했고요.
그런데 정작 이 글을 쓸 때까지 제품의 핵심인 블루투스 연동은 테스트해보지 못했는데, 예전에 쓰던 Mi 계정으로 로그인하려 했더니 별개로 샤오미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그 이상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차후에 귀찮음을 이겨내고 연동했을 때 그만큼 제품의 쓸모가 늘어난다면 후속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두번째는 무선 마우스입니다. 이미 USB 어댑터와 케이블은 중국 브랜드 제품이 가성비로 우위를 차지해서 쿠팡 직구 채널이나 알리에서 5천원 USB 어댑터, 500원짜리 USB-C 케이블을 말 그대로 찍어내 모든 커뮤니티 핫딜 게시판을 메우고 있죠. 저는 전혀 관심 없는 분야여서 몰랐는데 관련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 게이밍 마우스나 커스텀 키보드도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말도 안 되는 염가로 양질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미 입소문이 난, VXE 사에서 제작한 VXE R1 SE PLUS 마우스를 1월 11일 2만원 초반대에 주문했습니다. 마침 2021년에 구입한 로지텍 G304 마우스 버튼이 슬슬 오작동하고 있기도 했고요. 주문하기 전 제품 평가를 찾아보니 3~4만원대의 PRO 라인이 비슷한 포지션의 로지텍 마우스 정도라며 추천하다더군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가형인 SE 라인에만 블루투스 연결 기능이 있는 걸 보고 저는 이 쪽으로 구입했습니다. 가장 저렴한 R1 SE는 판매처가 흰색에 프리미엄을 붙여 두는 바람에 '이왕이면' 병이 도져 배터리 용량이 2배라는 PLUS 제품으로 주문.
직구가 양성화/대중화되면서 세관이 항상 병목 상태라더니, 15일 세관에서 목록통관 입고처리가 되었음에도 한 번 연장요청을 내서 23일에야 통관이 완료되습니다. 하루 걸린 국내 배송까지 합하자면 2주쯤 걸린 셈이네요.
요즘 알리에서 포장도 아닌 포장을 한 제품을 받아봐서인지 상자부터 제법 번듯해 보이더군요. 사진은 없지만 내용물은 본체, USB-A to C 케이블 (굉장히 부드러운 패브릭), 4개국(한/중/일/영) 퀵가이드, 워런티 종이(중국어).
G304와 비교해보면 크기는 비슷하지만 높이는 약간 낮은데요. 코팅 없이 플라스틱 질감이 형태인데, 오래 쓰면 손가락 닿는 부분은 지금 사용하는 G304처럼 반반하게 광이 날 듯하네요. 무게는 들어 보면 저울 없이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있는데(AA 전지 포함 99g/내장형 전지 55g), 막상 마우스 패드에서 움직이면 잘 모르겠습니다.
앞면에는 충전 및 유선 연결을 위한 USB-C 포트. 안쪽으로 매립되어 있어 유선으로 쓰고 싶다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바닥 좌측에는 DPI 전환 버튼, 우측에는 연결 토글(2.4GHz/블루투스) 스위치가 있습니다. 하단에 2.4Ghz 수신기 넣는 홈이 있는데 무게 감량 때문이겠지만 여닫는 플라스틱이 굉장히 약해 보여 자주 만지면 안 되겠더군요. G304의 수신기와 비교해보면 비슷한 정도로 튀어나와. 다만 흰색이어서 좀 더 눈에 띄기는 합니다.
블루투스 모드의 경우는 하단 스위치로 전환할 수 있는데, 다른 설정이 없는 걸 보면 한 번에 한 기기에만 연결할 수 있는 듯. 멀티포인트를 지원하는 키보드인 로지텍 MX Keys S를 쓰면서 iPad에도 종종 연결해 쓰는데, 마우스까지 붙일 수 있다면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싶어 상기했듯 굳이 염가판으로 구입하기도 했고요.
클릭음은 G304와 비슷한 수준이더군요. 도서관에서 쓸 것도 아니니 큰 상관은 없지만 배경음 없이 조용하게 컴퓨터 할 때는 거슬릴 때가 있어서 소리가 조금이라도 작았으면 했기 때문에 약간은 아쉬운 부분. 구매 전에 읽은 평가 중에서 클릭 버튼압이 좀 높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바로 옆에 이전 제품을 두고 테스트하는 비과학적 방법으로 비교해 보았지만 큰 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기본으로 선택할 수 있는 DPI 조합은 낮은 건 너무 낮고 높은 건 너무 높아 이를 바꾸기 위해 VXE 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했습니다. 공식 사이트에서 바로 다운받으면 한국어가 없지만, 검색해서 한국어 로케일이 있는 구버전을 설치한 뒤 업데이트하면 한글 출력이 가능하더군요. 버튼 설정이 기기 자체 메모리에 저장되는 형태여서 다행히도 프로그램을 항시 실행할 필요는 없습니다(참고로 패키지 뜯고 바로 켰을 때 배터리 잔량은 92%).
그래서 설정을 G304와 똑같이 바꾸었는데 DPI가 같은데도 G304와 '느낌'이 다르더군요. 뭐가 문제일까 열심히 모든 옵션을 바꿔 본 결과 마우스 폴링레이트를 기본 설정인 1000Hz에서 사무용 마우스가 주로 사용하는 125Hz로 낮췄더니 이질감이 사라졌습니다. (이후 확인해보니 G304도 폴링레이트 125Hz로 사용함)
구입하고 제품을 기다리면서 검색해보니 휠 인코더가 튀는 '종특'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괜찮을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혹시 모르니 G304는 잡동사니 서랍에 잘 가지고 있어야겠습니다.
알리 천원마켓에서 구입한 네스프레소 캡슐 거치대. 상자는 찌그러져서 왔지만 워낙 단순한 구조여서인지 내용물은 멀쩡하더군요. pic.twitter.com/T5x22i3Hex
— Paranal (@nagato708) January 23, 2024
마지막으로 전자기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글을 하나 쓸 정도는 아니어서 덤처럼 기록해두는, 알리 천원마켓에서 구입한 네스프레소 캡슐 홀더인데요. 이전까지는 기기 구매 시 사은품으로 지급했던 투명 상자에 넣었는데, 항상 무슨 캡슐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기가 힘들어. 한 줄을 까서 꽂는 게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한 눈에 어떤 캡슐을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