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2009년 출시된 VAIO P 노트북 이야기입니다. 출시 당시 뒷주머니에 제품을 욱여넣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식의 무리한 홍보샷 때문에 (관련기사) 그런 식이면 일반 노트북도 넣을 수야 있지! 하면서 커뮤니티에서 작은 놀림감이 된 걸로 기억하네요.
지금이야 PC보다 더 뛰어난 연산 성능을 탑재한 모바일 기기를 여럿 들고 다니는 게 일상이지만 해당 제품이 출시된 2009년(한국에는 동년 말에야 iPhone이 출시되었던) 기준으로는 모바일 기기와 PC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었습니다. 크기가 작고 가격이 저렴한 것 이외에는 사용자 속만 터지게 하던 넷북이 아직까지 유행하던 시기였고요.
2000년대 중반 직접 도장이 닳아 없어지도록 사용했던 바이오 UX와 달리 해당 제품은 가족이 사용했었습니다. 당시에도 의심의 눈길은 보냈지만 크기가 작아셔 휴대하기 좋다는 이유로 구입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하지만 Atom CPU에는 너무나 무거웠던 윈도우 Vista와 좁쌀같은 디스플레이 때문에 결국 대부분의 시간을 외장 디스플레이에 연결되어 있는 모습으로 지냈습니다.
요즘은 '당근'이라는 말이 개인 간 중고거래를 의미할 정도로 시장이 넓어졌지만, 예전 커뮤니티 장터를 이용할 때에 크게 데인 적이 있어서인지 중고를 팔거나 사지 않게 되더군요. 그래서 해당 제품도 해당 가족구성원이 신제품을 구입한 본가의 '잡동사니 상자'에 들어가 먼지만 쌓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AMD 저전력 프로세서가 AAA 게임을 그럭저럭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출시되면서 x86 게임을 돌릴 수 있는 휴대용 게이밍 기기라는 콘셉트로 넓게 보면 UMPC의 중흥기라는 평가가 들리더군요(스팀 덱, ASUS ROG Ally, 레노버 리전고 등). 게임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어서 그런 쪽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UMPC라는 폼팩터에는 관심이 있어 관련 소식이 올라오면 꼼꼼히 읽어보고는 했습니다. 그러다 VAIO P가 문득 떠오르더군요.
제품 자체는 상술한 상자 안에서 잘 보전되어 있었지만 문제는 전용 어댑터가 사라져 결국은 한 번 켜 보겠다고 인터넷에서 호환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이미 황혼기였지만 아직 소니 특유의 자존심은 남아있던 시절이어서 DC 플러그가 좀 특이한 모양인데, 그래서인지 정품처럼 딱 맞게 들어가는 느낌은 없더군요. 그래도 전압/전류는 맞게 만들었기 때문에 기기 가동은 잘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SSD를 사용했기 때문에 전원을 넣을 때까지도 파티션이 날아가 부팅이 안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데이터는 멀쩡하더군요(물론 CMOS 배터리는 방전되었는지 시간은 안 맞음).
다만 지금에 와서는 넓은 비율을 살려 워드프로세서로 쓰는 게 아닌 이상 정말 쓸 데가 없더군요. XP/Vista를 마지막으로 지원하는 파이어폭스 ESR 52.9.0을 설치해 봤지만 2018년 6월 제품이다보니 요즘 사이트에는 출력 속도 이전에 접속도 제대로 안 되더군요. 그나마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최신 기술이 없는 티스토리 블로그는 느리게나마 로딩이 되었습니다.
관련 자료를 찾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2023년 소니 VAIO P 소개 영상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