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스마트폰이니 타블렛이니 다들 많이 쓰는 제품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PDA폰”이니 “타블렛 PC”니 하는 건 정말 기기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쓰지 않았죠. 가격도 비쌀뿐더러 사용하더라도 한계가 많았으니까요.
2006년에 인텔과 MS가 주도해서 UMPC(울트라 모바일 PC) 라는 걸 시작했죠. 이런 프로젝트가 그렇듯 정의가 애매하기 때문에 어떤 제품이 카테고리에 들어갈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삼성 센스 Q1, 와이브레인 B1, 후지쯔 U1010 정도가 생각나네요.
2006년에 출시된 바이오 UX 시리즈도 그런 시대 배경에서 나온 제품입니다. 지금이야 소니도 많이 죽었지만 2000년대 초까지도 소니 하면 전자제품계에서는 알아줬으니까요. 비싸고 요상한 컨셉의 제품도 많이 내주던 때입니다.
모양은 그럴듯하게 생겼습니다. 사양을 보면
인텔 코어 솔로 U1300 1.06GHz
4.5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1024x600픽셀)
512MB 메모리 / 30GB 하드디스크
CF / 메모리스틱 슬롯
무선랜 (802.11b/g) / 블루투스
520g
제가 샀던 건 기본 사양인데 이후 변종이 계속 나와서 나중에는 (당시에는 상당히 비쌌던) SSD를 단 제품도 나옵니다.
크기는 라이트노벨/총서류 판형의 2/3 생각하시면 됩니다. 두께는 평균 두께의 라이트노벨 두 권 정도가 되겠네요. 뒷면 양측으로는 곡면 처리가 되어 있어서 손에 딱 잡힙니다.
오른쪽에 달린 네모난 판을 마우스 대신으로 쓸 수 있습니다. 터치스크린이지만, 필요하면 IBM의 빨콩처럼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죠. 왼족 잡는 부분에 보이는 버튼은 왼쪽/오른쪽 클릭이고 아래쪽에는 전용 프로그램을 런칭 버튼도 보입니다.
왼쪽 위에 보이는 줄은 지문인식입니다. 프로그램을 깔면 로그인할 때 암호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 위에 슬쩍 보이는 것처럼 셔터도 달려 있습니다. 전후면 카메라가 다 있거든요.
이런 식으로 화면을 올리면 키보드가 나옵니다. 사진이 작아 잘 안 보이기는 하지만 하단을 보면 우리나라 키보드와는 달리 버튼이 좀 많은 게 보이실겁니다. 일본어 키보드이기 때문에 ‘전각/반각’ 전환 등이 붙어있어서 그렇습니다.
디스플레이는 얼추 이렇습니다. 산지 얼마 안 됐을 때 찍은 사진이라 상태가 좋네요.
키보드는, 사진으로 보이는 만큼 막막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저걸로 몇 천자씩 한 자리에서 입력하기도 했으니까요. 글로 묘사하기는 힘든데, 눌리는 느낌이 빡빡합니다. 손끝이 크시다면 조금 힘들 수도 있겠네요.
디스플레이는 요즘에야 4인치대 스마트폰에도 1080p를 밀어넣는 시대라 지금 기준으로는 그렇게 높은 건 아닙니다만 당시로서는 꽤 고밀도의 디스플레이였죠. 게다가 윈도우는 터치와는 별로 친하지 않기 때문에 스타일러스로 콕콕 찍다 보면 은근히 사람을 짜증나게 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디스플레이 품질은 지금 봐도 꽤 좋습니다.
배터리는 기본 배터리는 1시간, 대형 배터리 (별매)는 3시간 정도 갔던걸로 기억합니다. 대형 배터리는 나중에 떨이로 나올 때 하나 샀는데 붙이면 (배터리 슬롯이 있는) 오른쪽에서 툭 튀어나옵니다. 지금은 기본 배터리는 죽었고 대형 배터리는 살아있습니다.
어쨌든, 당시에도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팔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당시에 이걸로 인터넷 서핑도 하고 글도 쓰고 여행다닐 때는 사진 백업용으로도 쓰고 했네요. 지금은 가끔 XP 가상머신이 안 먹힐 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