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정식 개봉된 바 있는 '유루캠' 극장판 미디어가 일본에서 4월 26일 발매되었습니다. 지난 2월 해당 소식이 발표되었을 때 쓴 글에서 내용이야 어떻든 구입은 하지 않겠냐며 마무리했었는데,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주문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고민했던 문제였습니다. 다시 환율은 엉망이어서 결제하던 주간에는 원/100엔 환율도 1000원을 넘었고 이번 달 해외결제 할인 카드 한도도 다 썼지만, 결국 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글이 종종 그렇듯 수령한 제품보다는 구입하는 과정에 대해 더 길게 쓰게 되었는데요. 아마존 재팬의 해외 배송 정책은 예전 유행어를 빌면 '그 때 그 때 다른'데, 한 때는 특전이 포함된 제품만 국내 전용으로 돌리는 일관성이라도 있었지만 요즘은 제멋대로입니다. 예전에는 예약 기간에는 해외배송 불가 제품이라더라도 출시일이 가까워져 물건이 실제로 물류창고에 들어오면 국제 배송이 풀릴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발매 당일까지도 여전히 배송지를 한국으로 하면 '재고 없음'으로 주문을 안 받더군요(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도 동일).
그래서 배송대행지를 거쳐 받기로 했습니다. HMV에서는 직배송이 가능했지만 아마존 재팬이 할인을 많이 넣어줘서 배송비나 부가세 차액을 고려해도 HMV 대비 약 1천엔 저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구입하던 시점에는 가격이 약 20엔 올랐더군요. 아마존의 가격 정책은 유명하니 그러려니하고 넘어갔는데, 후술하겠지만 오래 기다리면서 중간에 혹여 배송이 풀렸나 궁금해 제품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해당 가격이 다시 내렸더군요. 이 때부터 스텝이 꼬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배송대행지는 딱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주문할 때마다 매 번 고민인데, 이번 업체는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지만 최근 출고지 변경으로 선박을 이용함에도 주 5회 출고로 속도와 가격의 균형점을 잡았다는 홍보에 혹해 사용해 봤습니다. 그렇게 4월 26일 아마존 재팬에서 배송대행지 주소를 넣어 주문했고, 이틀만인 28일 현지 창고에 도착했습니다. 일본은 노동자의 날(5월 1일)을 쉬지 않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그 때까지는 처리되지 않을까라는 '희망회로'를 돌렸지만 결국 입고 처리는 당일 출고 시간이 지난 2일 오후에야 끝났습니다.
보통 때라면 하루 밀린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지만 5월 3일부터 일본이 골든위크이니 2일에 출고가 안 되면 5월 둘째주에 출고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입맛이 쓸 수밖에 없었지요. 1주일 사이에 일어난 환율 롤러코스터를 생각하면 그냥 5월 둘째주에 주문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요.
골든위크 후 첫 평일인 5월 8일 오후, 업체 측에서 출고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11일(목) 세관에 입고되어 다음 날 한국 택배사에 인계되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을 때에는 '그래도 토요일에는 받겠지' 했지만 마지막까지 사람을 귀찮게 하고 싶었는지 다시 한 번 주를 넘겨 15일(월)에 도착했습니다. 19일만에 수령했으니 트래킹 번호도 없는 알리 직배송 제품만큼 기다렸네요.
배송대행지에서 씌운 (쿠팡에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비닐봉투 안에 아마존 특유의 저주받은 골판지형 종이봉투가 들어 있었습니다. 보통 재포장 옵션 체크하지 않으면 패키지 위에 한국행 송장 붙이는 경우도 많아 신기했습니다.
예산 때문에 일반판을 구입했기 때문에 본편 블루레이와 북클릿이 들어 있습니다. 북클릿에는 스토리 요약과 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등이 들어 있더군요. 이전 TV 애니메이션처럼 간이 설정집 역할도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알찹니다.
배송대행지의 경우, 늦게 받기는 했지만 절반 정도는 현지 휴일 때문이었으니 6월 중 배송 예정인 미즈키 나나 라이브 상품 온라인판매를 주문하면서 이 쪽으로 배송되도록 해 두었습니다. 한 번은 운이지만 두 번은 실력이라는 말이 있으니, 기회를 한 번은 더 주어야겠다 싶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