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2014년 도서정가제 이후로 부담이 없던 적이 없었지만, 2020년대 감염병 시기를 거치며 물가는 오르고 개인의 경제 동력은 떨어져 치킨 한 마리, 영화관 티켓 가격 상승에도 온 나라가 들썩이는 상황이다 보니 새삼스럽게 이 점이 더욱 지갑을 찌릅니다. 어차피 고사해가는 시장에서 마지막 한 방울이라도 짜 내려는 출판 업계는 이를 개선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고요.
갑자기 이런 글을 쓰게 된 건 근처 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찾아보려던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언 커쇼가 쓴 "히틀러" 2부작은 소장하고 여러 번 다시 읽을 정도로 잘 쓰인 책이지만 합쳐서 10만원이나 되는 책을 다른 분께 덜컥 사라고 할 수는 없는지라 예전에 추천도서로 소개하면서 가능하면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 보시라고 적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막상 도서관에 해당 도서가 있는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검색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근처 도서관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서도 이미 '이런 책은 없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없더군요. 도서관이라면 책이 먼저가 되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장서보다는 열람실을 포함한 지역 커뮤니티에 방점이 찍히다보니 불가피한 일이겠지요(신착자료 목록을 훑어봐도 청소년 도서나 요리책 위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져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교 도서관이야말로 저같은 논픽션 중독자에게는 천국이었습니다. 재학 중일 때에는 그 주의 신간 목록을 보면서 내용이 흥미로워 보이지만 가격이 부담되는 책은 일부러 구매 신청까지 했었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대)학생이 얼마나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도서관은 등록금 낼 때 사용할 수 있는 스터디카페가 아니라 책을 빌리는 곳이라는 걸 한번쯤은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넋두리를 끝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