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물이 나오는 대로 묶어 올리기 때문에 노린 건 아닙니다만, 이번 글에서는 5천엔에 의뢰한 커미션 두 장을 모아서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오르는 환율과 카드사 이벤트 때문에 급하게 만들어 낸 건수였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해서 올라 의뢰할 즈음에는 13년만에 1350원대를 넘나들고 있었는데(이 글을 올리는 시점에서는 1400원을 바라보고 있지만요), 8월에 국민카드에서 1280원 환율 기준으로 차액을 환급해주는 행사 환급금을 어림셈해보니 여유분이 있더군요.
처음에는 '안 쓰면 0원'이라며 별 생각 없이 넘겼는데, 월말이 가까워오며 이런저런 지출을 정리해보니 카드에서 적용하는 해외결제 10% 할인은 매입일 기준이지만 해외결제 이벤트는 결제일 기준이라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8월 말 기준으로 환차를 계산해보면 추가 6% 할인이 들어가는 셈이라는 게 눈에 들어오자 '이걸 버려?'라는 생각이 점점 커지더군요.
그래도 최대한 작은 금액으로 넣으려 픽시브 리퀘스트를 떠돌다 5천엔 리퀘스트를 찾아냈습니다. 처음 접선한 곳은 24시간 내에 승인을 해 주지 않아 철회했지만 두 번째 시도는 두어시간 만에 승인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나름 경험치가 쌓여 커미션 기록이 없는 사람은 아예 접선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데, 이번 작가분은 최근 몇 개월간 소녀전선 관련 그림을 작업한 기록이 있어 결과물 자체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얼마나 걸릴지는(10월 30일 마감) 기존부터 팔로해 관찰하지 않았으므로 '깜깜이'였는데, 보름만인 9월 14일 밤 늦게 결과물을 받았습니다.
이번 그림은 올해 커미션 키워드였던 P90과 SIG MCX(소녀전선)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P90 실총 또한 전세계 경찰이나 특수부대에서 사용하고 있는데다, 작중에서 P90이 다른 캐릭터를 곧잘 따라한다는 설정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이상한 연출은 아니겠지요.
작가분의 이전 리퀘스트는 반신이었기 때문에 흉상으로 나온 데에는 조금 놀랐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5천엔짜리 커미션이니 사치스러운 불만이지요. 글 작성 시점에서는 여전히 5천엔으로 리퀘스트가 열려 있으므로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씩 들어가보시기 바랍니다.
여담으로 작가분이 클립스튜디오 파일을 보내 주셨는데, 예전에 PSD를 받아본 적은 있지만 .clip 파일은 처음이네요. CSP가 없어서 열어볼 방법은 없지만 잘 보전해두기로 했습니다.
#少女前線 #소녀전선 #ドールズフロントライン #소녀전선 #P90 (1/1) pic.twitter.com/fLNQXdNSPb
— CJHS (@186TAMI) September 14, 2022
두 번째 그림 주제는 소녀전선의 SIG MCX입니다(이 또한 일부러 맞춘 건 아닙니다). 이 그림은 7월 초 굉장히 활발하게 리퀘스트 작업을 하고 계시는 픽시브 계정을 발견한 걸 계기로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건 이런 일에도 (계산대 줄처럼)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는지, 제가 신청하던 날에는 6건이 있었지만 제 그림을 받은 9월 7일 기준으로 한 건만 남아있었다는 거죠.
가격도 5천엔으로 작업 퀄리티 대비 저렴했기에 하루 고민하고 7월 8일, 받아주면 좋고 아니면 돈 굳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황희 전략으로 신청서를 보냈습니다. (이 글이 올라왔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제출 2시간만에 상대방이 승인하었다는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는데, 해당 카드사의 해외결제 10% 캐시백은 건당 5만원 이상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던 겁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5천엔이 (5만원대가 아닌) 4만 8천원이기 때문에 2천원이 모자라 사실상 5천원을 손해 본 셈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염치불고하고 작가분께 취소를 읍소할까도 생각했지만, 도움말을 읽어보니 이미 승인한 건은 작가도 취소가 불가능하더군요. 기술적으로는 마감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환불 처리되겠지만 나의 실수로 민폐를 끼칠 수는 없어 스타벅스 커피 한 잔 쏟았다 생각하고 침착하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이번 그림은 오랜만에 기한 60일을 꽉 채운 9월 7일 오전 도착했습니다. 그나마 오전에 와서 저녁의 초조함은 없었다는 걸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
SIG MCX
— 은단껌 (@SilverCandyGum) September 7, 2022
Thank you for the request!!!#少女前線 #GirlsFrontline pic.twitter.com/8XrY5aIBCN
캐릭터가 누구인지는 위에서 소개했고, 복장은 캐릭터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적이 있는 영국 특수경찰 제복입니다.
디자인은 원본 대비 간소해졌지만, 대신 바리에이션이 세 장이나 포함되어 있어 상당히 놀랐네요. 완성본을 받았을 때 두 달 전 (순전히 저의 실수이지만) 5천원 손해본 데 대한 아쉬움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첫 그림과 마찬가지로 5천엔에 이 정도 퀄리티를? 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무채색 위주로 만들던 iPhone 배경을 이번 SIG MCX 일러스트에는 파스텔 톤 위주로 어레인지. iOS 자체에서 밝기를 살짝 깎아주는 것까지 더하니 볼만하네요. pic.twitter.com/K1AeTOZkyC
— Paranal (@nagato708) September 7, 2022
이번에는 iPhone용 배경 작업을 하면서 작가분이 배경으로 쓴 노란색에서 채도만 깎아서 배경으로 깔아 봤는데 처음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오래 쓰니 눈이 아파 좀 더 진한 색으로 다시 작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