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래 이에 대해서 수많은 분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트위터라는 니치 플랫폼을 가장 좋아하는 직군 중 하나가 언론인임을 감안하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개인적으로는 본인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사람의 의도를 분석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번에 소개드릴 뉴욕타임즈 매거진 글은 창립자도 중역도 용도를 모른 채 트위터에 대해서 가장 잘 설명한 글 중 하나인 것 같아 전문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측면에서 일론 머스크는 다른 사용자와 비슷하게 트위터를 사용합니다: 농담하기를 좋아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만큼 재밌는 내용을 쓰지는 않습니다. 밈을 좋아하며 지나치게 많이 공유합니다. 가끔 선을 넘어서 그 때문에 문제에 직면합니다. 내가 소속되었다고 생각하는 관점이 플랫폼에서 부당하게 억압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위터의 평평하게 해 주는 효과 때문에 평균적 트위터 사용자와 머스크의 차이는 약 2570억 달러의 자산과 8540만 명의 팔로어 뿐입니다. 머스크는 민주주의 국가 중 가장 큰 인도 수상 나렌드라 모디보다 팔로어가 많지만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보다는 적습니다. 역사상 머스크보다 부자인 사람은 없었습니다. 또한 420이라는 숫자가 정말 재밌다고 생각하는지 트위터 인수 제안(주당 54.20달러)에도 그 숫자를 넣을 정도입니다.
머스크가 자신을 증오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플랫폼에 본인의 부를 투자한다는 건 놀랍습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에 최대 210억 달러 상당의 현금을 지불할 예정인데, 이는 그의 재산 8%에 해당됩니다. 이 돈을 그대로 태워버린다고 해도 머스크는 여전히 세게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일 겁니다. 하지만 시간을 2018년으로 돌리면 210억 달러는 그의 전 재산이었습니다. 머스크 부의 폭발적인 성장과 트위터를 혼란스러운 소통 도구로 쓰기 시작한 시점이 겹치기 때문에 이번 인수는 고통스러우리만큼 재귀적입니다: 그는 억 단위 재산을 괴팍한 페르소나 때문에 쌓았는데, 그렇게 번 돈을 격식 차리지 않고 본인의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게 해 준 플랫폼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으니까요.
관점에 따라서는 이번 인수는 익숙한 이야기의 변주라 할 수도 있습니다. 억만장자가 공공 담론의 중요한 소통창구를 구입하는 일 말이죠. 최근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는 걸 느끼셨을 겁니다. 2013년,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는 워싱턴 포스트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2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5년 뒤 머스크처럼 남아프리카 출신인 억만장자 사업가 패트릭 순시옹은 LA 타임즈와 샌디애고 유니언-트리뷴을 5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그런 일이 진행되는 동안 고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 로레인 파월 잡스는 다양한 미디어에 투자를 했고 그 중에서 [미국 잡지] 디 애틀랜틱이 가장 유명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여러분께서 어떤 의견을 가지시든, 각 언론에는 지난 몇 십년 간 언론에 대해 정해진 규범 때문에 독립성을 보장받는 편집진이 존재하며 이런 방침은 이들의 트위터 사용에도 적용되어 왔습니다. 반면 트위터는 누구나 로그인해서 원하는 말을 쓸 수 있으며 머스크는 이런 상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현재 트위터의 콘텐츠 관리 시스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트위터에서 가장 하기 쉬운 일인 정신을 아득하게 하는 문화전쟁을 촉발시켰습니다: "머스크는 모든 발언을 허용할 것인가? 나치 찬양 발언이라도? 대체 진보주의자들은 왜 표현의 자유를 두려워하는가?" 하루 종일 이런 말을 주고받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이든 같은 발언에 대해 한 쪽은 두려워하고 다른 쪽은 기뻐합니다: 한 사람이 트위터라는 플랫폼을 자신의 이상에 맞게 맞춰갈 것이며 이런 과정은 대부분은 재미, 그리고 조금은 이윤 창출 때문에 이뤄질 거라는 사실에 말이지요. 보수주의 성향의 만화가 벤 게리슨은 이번 인수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반인반묘로 그려진 머스크가 트위터의 새장을 부수고 들어가 새를 붙잡고는 "아름다운 새야! 너에게 '표현의 자유'라는 말을 가르쳐줄게!" 이건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표현하겠다고 그려진 만화입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사이트 그 자체에 집착하는 많은 사용자들을 조금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트위터는 아직도 모든 사용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라고 묻습니다만 사실 이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트위터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 사실을 깨달으면 트위터에 벌어지는 99%의 악다구니를 이해할 수 있는데, 대부분은 바깥 세상이 아닌 다른 트윗 내용에 대해서 토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군가에게 무언가 틀렸다고 꾸준하게 지적받고 있음을 알지만 그래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트위터의 꾸준한 사실 중 하나는 팔로어와 권력이 모일수록 세상의 모든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혐의로 박제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전세계 자본주의의 왕좌를 차지한 사람보다 더 위험한 사람은 없겠지요. 머스크가 트위터에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사용 경험은 대부분 끔찍할지언정 트위터라는 사이트를 사랑하니까요.
또한 머스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번 인수가 "디지털 광장"을 정비하고 새롭게 하기 위함이 아닌 좀 더 위험하거나 멍청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자인 제프 베조스를 포함해 일부는 테슬라의 중국 시장 진출 때문에 머스크가 트위터를 소유함으로서 검열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다른 이는 머스크가 기자들의 메시지(DM)를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불만을 터뜨리지만 다른 사람들은 정말 웃긴 소리라고 말합니다. 일부는 역시나 억만장자이면서 트위터 파워 사용자였던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복권시키는 게 아닐까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은 즐겁게 생각할 테지만요. 머스크는 봇 계정을 청소하겠다고 발언했는데, 8540만 팔로어를 가지고 있으며 가상화폐와 주식 이야기를 하고 420과 69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겠네요. 지난 월요일, 트위터 사용자들은 머스크의 PayPal 시절이나 [전 부인] 기슬레인 맥스웰과 함께 찍었던 사진처럼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진을 올리면서 이런 걸 올릴 수 있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이라며 농담을 던졌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그의 트위터 인수를 불안하게 여기게 하는 부분입니다: 가장 온건한 관점으로 봐도 그의 트위터 인수가 광장에서 단 한 사람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사치로 보인다는 거죠. 이는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문제입니다. 머스크는 상대에게 재밌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처절하게 노력하지만 이건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해결할 수 없으며, 머스크의 성격 중에서 일반인이 가장 공감하기 쉬운 부분일지 모릅니다. 그의 SNL 출연분은 보기가 고통스러울 정도였는데, 최근 SNL의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그렇습니다. 특히 '나를 친절하게 대해줘' 라는 자기방어기제로 가득한 머스크의 독백[지역제한으로 한국에서는 시청 불가: 역주]이 그 정점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호스트로 출연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어머니가 등장해 그를 껴안고는 사랑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미래 전망을 선언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재생 에너지의 미래를 믿습니다. 저는 인류가 여러 행성에서 살고 우주를 탐험하는 문명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거기서 잠시 말을 멈춥니다. "정말 멋진 목표처럼 보이지 않으시나요? 이런 이야기를 그대로 트위터에 쓴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 덧붙여 '4/20일 이후 69일 ㅎㅎ'같은 말을 쓰겠지요." 그는 실제로 2020년 6월 28일 그런 내용을 트윗했습니다. "모르겠어요. 저는 재밌는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ㅎㅎ'라고 쓴 거고요. 가끔 제가 요상한 말을 하거나 글을 쓴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제 뇌는 그런 식으로 작동합니다. 제 발언 때문에 기분 나쁘셨던 분이 계시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는 전기차를 혁신하고 로켓에 사람을 태워 화성에 보낼 생각입니다. 그런 사람이 보통 사람처럼 행동하겠어요?'"
트위터 사용자의 생각을 이처럼 잘 정리한 발언은 없을 겁니다: "내 유머를 탐탁찮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네가 알고 있어야 할 건, 사실 나는 쿨하다는 거야." 자본 시장은 머스크의 이런 모든 행동을 보고도 풍부한 보상을 내려 주었습니다. 길로틴 밈이 유행하는 트위터는 그러지 않았지만요. 적어도 모든 이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죠. 하지만 자본 시장에서의 성공 덕분에 트위터에서 받았을 머스크의 좌절을 기반으로 그나마 디지털 광장에 가장 가까운 플랫폼의 흐름을 바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트위터 책임자의 변경에 슬퍼할 사람이 있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사람이 바뀔 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이는 개인이 너무나 큰 부를 갖고 있는 사회에서 살아갈 때에 겪어야 하는 어지러움입니다. 그들의 충동적인 행동이 현실에 너무나 쉽게 강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의 충동적인 행동은 우리가 일하는 시간을 낭비하는 바보같은 웹사이트를 바꿔놓을 수도 있고요. 이전에도 트위터가 질서정연하게 운영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최소한 다양한 주주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했습니다: 월 스트리트, 고객, 사용자, 언론, 정부 등이죠. 하지만 이제 440억짜리 '불장난'을 거쳐 트위터를 살펴본 사람이라면 해당 서비스와 복잡한 관게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을 한 사람의 의도에 오롯이 응답하게 되었습니다.
사용자로서의 머스크의 경험이 플랫폼 관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하면, 거대한 현실세계 프로젝트로 갈고 닦은 전문성은 트위터같은 비정형적인 기업을 관리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겁니다. 전혀 대화할 필요가 없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대부분은 불쾌한 내용의 대화를 나누는 장소이자, 수많은 사업과 회사를 바꾸는 데 기여한 만큼 헛소리를 많이 하는 곳이며, 광고 수익으로 매출을 올리는 플랫폼이지만 대부분 농담이나 링크 공유하는 데에만 사용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작지만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여가 시간과 정신을 투자해 지난 10여년 간 놀랍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내놓은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로켓 공학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그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는 사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