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0월 27일(이하 현지 시간), 6개월간의 롤러코스터 끝에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고 11월 8일자로 상장폐지할 에정이라 NYSE에 통보했습니다.
트위터는 현지 시간 4월 25일, 일론 머스크의 440억달러 상당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여 회사를 상장폐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계약이 성사된다면 2013년 상장한 지 9년만에 상장폐지되는 셈입니다.
사업적 성공만큼이나 개인의 기행으로도 유명한 일론 머스크는 오랫동안 트위터를 사용해 왔고, 공동 창립자 중 하나이자 지난 해까지 CEO였던 잭 도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머스크를 트위터 '모범 사용자'라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테슬라를 상장폐지하겠다고 주장한 트윗 때문에 법정까지 불려가기도 했지요.
이렇듯 해당 플랫폼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던 머스크는 지난 4월 초 미 증권위원회(SEC) 규정에 따라 트위터 주식 9.1%를 매수했다는 서류를 제출하며 플랫폼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칩니다.
처음에는 사측에서 이사회직을 제안하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지만, 본인이 사업장을 두고 있는 국가 행정기관의 행위에도 공개 석상에서 욕설을 내뱉는 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큰 족쇄였기에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하였습니다. 대신 회사 전체를 인수하고 본인의 주장대로 회사를 상장폐지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 본인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일련의 행위 를 해석하고 어떻게든 합리화하기 위해 수많은 기사와 분석이 양산되었고, 트위터를 포함한 소셜 미디어에 대한 깊은 (척 하는) 담론도 다시 한 번 끓어올랐습니다. 트위터 측도 처음에는 적대적 인수를 막는 방법 중 하나인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을 발동하며 머스크의 '공격'에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상술한 미 SEC에 대한 머스크 원색적인 비난과는 별개로 몇 년 전 테슬라 사태에서 교훈을 얻었는지 이번에는 본인이 제시한 인수금액인 현금 440억 달러를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계획서를 정식으로 제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제안에 대한 향방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던 트위터 이사진이 머스크 쪽 사람과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새어 나오더니, 현지 시간 월요일 아침(한국 시간으로는 같은 날 밤) 즈음에는 사실상 인수 계약서 작성이 완료되었다는 속보가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인수 직후 트위터 내부 여론을 취재한 NYT 기사에 따르면, 사원들도 외부인들만큼이나 상황 전개에 대해 깜깜이여서 인수 소식을 듣고서 상당히 술렁였다고 합니다. 사내 메신저에서는 당장이라도 회사의 모든 정책이 무너질 것처럼 흥분하는 사람부터 샤이 머스크 지지층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앞으로의 불확실성-머스크의 충동적인 성향부터 상장폐지로 인한 스톡옵션 처리까지-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는 모양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 인수 완료까지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그 동안에는 갑작스러운 해고나 정책 변경은 없을 것이라며 직원을 안심시키고 있다지만 상대방이 '평범한' 사모펀드가 아닌 "테크노킹" 일론 머스크인 만큼 크게 위안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인수 합의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상장폐지를 한다는 것과 이는 머스크가 이전부터 반복한 '표현의 자유 보장'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 외에는 딱히 새로운 정보가 없습니다. 머스크는 본인을 절대적인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free speech absolutist)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나의 (폭주기관차 같은) 발언만이 규제받지 않을 자유'를 다르게 표현한 것이라는 건 머스크 반대자들에 의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본인 개인 비행기 이동 경로를 자동으로 트윗하는 계정을 만든 이에게 5000달러를 줄 테니 계정을 없애 달라고 연락했던 일이 있었네요.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든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앞으로 트위터라는 플랫폼이 어디로 흘러갈지 지켜보아야겠지요. 전형적인 본인들도 왜 성공했는지 모르는 플랫폼이니만큼, 혼돈의 화신인 머스크조차도 이 플랫폼의 엔트로피를 더 증가시키는 건 생각보다 힘들 지도 모를 일이고요. 또한 주류 언론에 따르면 모든 민주 시민이 증오해야 마땅한 소셜 미디어 중 하나가 본인이 낳은 괴물 중 하나가 촉발한 업화에 휩싸여 뼛가루까지 타 버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결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I've now been asked multiple times for my take on Elon's offer for Twitter.
— Yishan (@yishan) April 15, 2022
So fine, this is what I think about that. I will assume the takeover succeeds, and he takes Twitter private. (I have little knowledge/insight into how actual takeover battles work or play out)
(long 🧵)
이번 폭풍 속에서 쏟아져나온 의견 중에서는 해외 커뮤니티 Reddit 전 CEO가 쓴 사용자가 채우는 콘텐츠 관리에 대한 스레드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트위터에 긴 글 쓰기 기능이 예전에 추가되었어야 하는 이유"라고 덧글을 달기도 했지요.
다만 국가 이데올로기 전쟁의 중간에 끼여서 어려운 상황을 겪었던 TikTok은 여전히 여러 지역에서 성장해 기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위협하고 있고, 특정 국가에 대한 비하를 숨쉬듯 내뱉는 계층이 가장 즐겨 하는 게임이 같은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머스크를 가장 증오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를 욕하기 위해 계속 트위터를 사용하면서 곳곳이 불타오르지만 침몰하지 않는, 요상한 상태로 서비스가 살아남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능성은 작지만) 본인은 상왕으로 군림하며 트윗으로 '신탁'만 내리고, 트위터가 당면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실무는 능력 있는 CEO를 구해 위임할 수도 있으니까요.
CEO 하니, 2021년 트위터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한 트위터 공동 창립자 잭 도시는 해당 결정을 환영하며 머스크야말로 애초에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어야 할 트위터라는 플랫폼에 대한 "자신이 신뢰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낯간지러운 용비어천가 스레드를 올렸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 오랫동안 머스크를 동경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으니 이런 발언 자체는 당연한 일인데, 아직도 머스크와 현 CEO가 화합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는 걸 보면 본인이 세운 회사에서 두 번이나 쫒겨날 만하구나 싶기도 합니다.
위에서 인용한 NYT 기사의 마지막 문단에서 2020년 초, 트위터 사내 회의에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던 일론 머스크 일화를 소개하는 대목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트위터에서 머스크라는 이름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분위기는 2년 전 같은 청중에게 환영을 받았을 때와는 대조적입니다. 당시에도 머스크에 대해 비판적인 직원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가 던진 트위터에 대한 조언을 정중한 자세로 들었습니다: 실제 사람과 봇/사기꾼을 구분해 걸러내는 데 노력하여 콘텐츠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트위터 운영해 보고 싶나요?" [당시 CEO 잭] 도시는 머스크에게 질문했습니다.
모여있던 청중은 그 질문에 웃었습니다. 머스크는 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