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에 서랍을 정리하다 예전에 본가 장롱 깊숙한 곳에서 발견해 현금화하겠다고 챙겨두었지만 또 다시 다른 서랍에서 먼지만 먹고 있던 한국전력 실물 주권 6주를 찾아냈습니다. 이와 관련한 마지막 기억은 2019년, 한국 주식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종이 주권을 없앤다는 단신을 봤을 때였네요.
이제는 매듭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니 1989년 국민주로 판매했던 한국전력과 포항제철(현 포스코) 명의개서는 국민은행이 대행하고 있었습니다. 담당 부서인 국민은행 증권대행사업부(02-2073-8114)로 영업 시간 중 전화하면 명의개서 절차를 안내하는 카카오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안내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에 있는 KB국민은행 증권대행사업부에 방문하거나 각급 KB국민은행에서 서류를 발급받은 뒤 등기로 보내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후술하겠지만 만약 반나절 정도 투자해 사업부에 직접 가실 수 있는 여건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아쉽게도) 직접 방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지난 24일 가장 가까운 국민은행 영업점을 방문했습니다. 경영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은행 지점과 인원을 끝없이 줄인 결과 창구 업무는 언제나 정체되지만, 같은 주 월요일(21일)부터 시작한 청년희망적금 가입 때문에 유달리 대기인원이 더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 제 순서가 돌아왔는데, 우려했던 대로 창구 직원분이 해당 부분을 모르시더군요. 안내 문자를 보여드린 뒤 행원분이 이곳저곳 전화를 돌리고 여러 번 사무실 뒤쪽을 들락거린 뒤에야 "한국전력공사, 포스코 실물주권 입고 신청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2021년 9월 기사에 따르면 당시 기준으로 전자증권으로 전환되지 않은 주식은 전체 대비 0.33%(3억 7천만원 상당)이라고 합니다. 즉, 일반 지점에서 해당 문서에 대해 모른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뜻이죠. 이것이 사업부 직접 방문을 권장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렇게 서류를 작성하고 행원의 날인까지 받으면 본인이 우체국으로 주권과 필요 서류를 보내야 합니다. 보내야 할 서류는 은행에서 받은 입고 신청서, 증권계좌 증빙 서류(증권사 계좌확인 웹페이지 인쇄로 갈음), 신분증 앞면 복사본(행원이 복사해 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요청할 것)입니다.
유가증권의 일종인 주권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우체국에서도 유가증권 등기를 요청해야 합니다. 우체국 창구로 가서 '유가증권 등기 보내고 싶습니다' 하면 행원이 특이하게 생긴 봉투를 내어주고는 수/발신인을 채우라고 할 겁니다. 참고로 보낼 유가증권 금액을 묻는데 저는 보내는 시점의 주가에 주식 수를 곱해 천 단위 반올림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일반 등기 비용에 유가증권취급수수료(5만원 당 500원)가 더해져 총 5,620원(유가증권용 봉투값 70원 포함)을 지불했습니다. 글의 서두에서 가능하다면 사업부에 찾아가는 걸 추천드리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2월 24일 발송했는데 우체국에서 다음 날 아침, 만 24시간이 되기 전에 사업부 담당자가 수령했다는 알림이 왔습니다. 창구에서 '빠르게 보내드릴까요?' 라는 질문에 별 생각 없이 그러라고 했는데 영수증에 찍힌 익일특급(추가 수수료 1천원)이라는 말이 단순한 수사는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차후에라도 비슷한 문제로 해당 글을 검색해 들어오실 분을 위해 부연하자면 유가증권 금액은 주권 액면가로 쓰셔도 관계 없다고 하며, 등기 배송할 때 꼭 익일특급 조건을 추가하지 않는다면 지출을 줄일 수 있겠습니다.
안내 문자에 따르면 등기우편 발송일로부터 15일 이내 처리된다고 하지만, 은행 특유의 보신성 문구이고 인터넷에서 관련 사례를 검색해보면 접수가 되면 그 날 바로 처리를 하는 모양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25일 낮 식후 커피를 마시며 증권 프로그램을 열어보니 한국전력 6주가 들어와 있더군요.
처음에는 6주라도 가지고 있으면서 배당금을 받을까 싶었지만, 매수/매도 방법도 모르는 사람이 주식 프로그램을 조물거리다가는 그나마 있던 돈까지 탕진하는 건 금방이다싶어 바로 시장가(주당 21,850원)로 매도해 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식 매도는 3영업일 후에야 현금화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이 정도로 주식 '알못'이기 때문에 바로 현금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것이고요).
그렇게 몇 년을 미루던 주식을 현금화하고 나서야 들었던 생각인데, '20~'21년 감염병 영향으로 갈 길 잃은 돈이 주식으로 흘러들어가 "가즈아~"가 인터넷 유행어이던 시대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국제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내적으로는 정권 교체기라는 불안 요소로 시장이 약세일 때에 굳이 매도한 것도 참 저답다 싶었네요. 게다가 저를 놀리기라도 하는 듯 2월 28일 한국전력 주가가 전거래일 대비 6% 올라 주 당 2만3천원대가 되었더군요. 주말 사이 약 6천원 정도를 손해본 셈.
그 와중에 공휴일인 3.1절까지 끼어 닷새를 기다린 뒤 3월 2일 아침 게좌에 수수료를 뺀 130,800원이 출금할 수 있는 금액으로 잡혀 있더군요. 바로 은행 계좌로 이체한 뒤 프로그램을 삭제했습니다. 주식 계좌 자체는 혹시 필요한 일이 있을까 싶어 없애지는 않을 생각이지만, 장기미사용계좌로 분류될 때까지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 같네요.